[건강클리닉] 뼈골이 빠지는 만성피로

[건강 클리닉] 뼈골이 빠지는 만성피로

‘뼈골이 빠진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가끔 하시던 말이다. 한의사가 되기 전에는 노인들이 하는 과장이 심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단단한 뼈의 골수가 힘든 일을 한다고 어찌 빠질 수 있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임상에서 실제로 뼈골이 빠진 환자들을 종종 본다. 70세가 넘은 노년이라면 골밀도 저하를 이해할 수 있지만, 30대에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골밀도가 아주 나쁜 환자들이 있다. 문진을 해보면 결국 뼈골이 빠지게 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피로를 주소증으로 하는 31세의 여자환자가 내원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돌 지난 아이를 키우는 분이었다. 어깨가 눌리는 피로감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고,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꼼짝도 하기 싫다고 한다. 소화력도 떨어져 있고, 최근엔 생리량도 확연히 줄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아마 골밀도도 많이 떨어져 있을 겁니다”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말한다. 최근 골밀도 검진결과가 마이너스 1.6이었다고 했다. 50대 후반의 여성평균치 정도로 골밀도가 저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온 몸이 쑤시는 30대 후반으로 골밀도가 마이너스 2.6인 여자환자도 있었다. 60대 후반 여성의 평균치였다. 이 분도 직장에서 일이 많은,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었다.
두 케이스 모두 뼈 나이가 자기연령보다 20년이상 더 노화가 진행된 경우였다. 병원 검사에서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과로로 인한 결과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질환이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만성피로는 과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는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소화 흡수하고 온 몸의 세포로 보낸 후, 대사의 결과로 생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오장육부는 한 마디로 화학공장인 셈이다.

모든 공장은 최대 생산량이 결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만성피로는 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생산량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 나타난다. 에너지의 생산보다 소비가 많아지면, 몸이 원하는 에너지원과 영양물질을 충분하게 공급할 수 없게 된다. 팔다리뿐만 아니라 오장육부로 공급되는 에너지도 적어진다. 결국 오장육부란 화학공장을 돌리는 능력도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 당연히 우리 몸에 공급되는 영양물질과 에너지원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악순환이 지속되면 필요한 에너지원을 체내에서 빼서 쓸 수밖에 없다. 뼈골이 빠지는 상황까지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휴식이다. 휴식을 취하며 쓰는 에너지양을 줄여야 한다. 휴식은 에너지를 덜 쓰게 만들 뿐만 아니라 몸에 쌓인 피로도 제거해준다. 무엇보다도 수면시간을 늘려야 한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피로를 제 때 회복시킬 수 없다. 피로가 쌓이면 몸의 기능이 떨어진다. 수면학자들은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운동도 필수다. 운동은 전신의 혈관을 건강하게 만든다. 운동부족이 오래되면 혈관의 에너지원이나 노폐물의 수송능력을 떨어뜨린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하다. 수면 부족 등으로 피로가 쌓이면 대개 식욕도 떨어진다. 누적된 피로로 인해 소화기의 능력이 떨어지고, 식욕이 저하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간 피로가 쌓인 상황에선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 등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성인들의 만성피로도 문제이지만 수험생의 만성피로 역시 심각하다. 학생들은 쉬고 싶어도 공부가 제1의 과제이라고 말하는 부모님의 눈치 보느라 마음 놓고 쉴 수 없다. 놀아도 책상 앞에서 놀아야 한다. ‘6시간이상 자면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는 통념 때문에 잠조차 마음껏 잘 수 없다. 이런 생활이 몇 년 동안 지속되니 몸도, 마음도 지친다. 운동을 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눈을 비비고 겨우 일어나는 아침에 밥맛이 있을 리가 없다.

수험생은 만성피로를 일으키는 스트레스, 수면부족, 운동부족, 식사의 문제 등을 모두 겪고 있는 셈이다.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학습의 효율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피로가 누적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먼저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10여 년 전의 조사이긴 하지만 수능성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전교1등에 해당하는 상위 0.1%의 학생들 중 80%이상이 6시간이상 잠을 잤다고 말했다. 적절한 수면을 취해 맑은 머리로 공부를 하는 게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성피로도 예방할 수 있다.
수험생활의 특성상 머리를 쓸 일은 많지만 전신운동을 할 기회는 적다. 운동량이 적어지면 당연히 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심장 등의 순환기계 능력이 떨어지면 장기간의 수험레이스에서는 피로 회복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고3이 되면 여학생들의 성적이 남학생들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낼 수 없다면 식사 뒤에 가볍게 산책하거나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님이 등하교를 시켜 주더라도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 내려서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걷기도 어렵다면 쉬는 시간을 활용해 체조라도 해야 한다. 
체육시간에 배운 맨손체조를 하루 3회 정도만 해도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맨손체조는 간단해 보여도 최고의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만든 운동인 만큼 꾸준히만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줄넘기를 300~500번 정도만 해도 학창생활을 훨씬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피로 회복력을 높여 주고 소화불량, 변비 등에도 효과가 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하다. 수험생들이 수면 부족 등으로 피로가 쌓이면 식욕도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소화기의 능력이 떨어져 식욕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

만성피로는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는 증상이지만 식사 후에 잠이 쏟아질 정도라면 한의원을 찾아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피로가 가중되면 당연히 비위 즉 소화기의 능력도 떨어진다. 소화기의 능력이 떨어지면 식사 후엔 위장관으로 혈액이 몰리게 되고 머리로 가는 혈액량이 저하되어 졸음이 쏟아지게 된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학습효율은 바닥을 치게 된다. 적절한 휴식과 함께 몸의 상태에 맞는 보약을 쓰면 만성피로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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