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2014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일반 안덕규(대명초-배재중-배재고)

안덕규(20)군은 남다른 지적 관심의 아이콘이다. 배울 때마다 지적 관심을 고리로 인접 학문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통섭형 학습태도를 지녔다. 고교시절 한 학문만을 깊게 파고드는 게 아니라 관심사에 따라 인문과 경제, 수학 문이과를 넘나들며 관심영역을 넓혀왔다. 대학 진학에서도 하나의 전공을 택하기보다 지식적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했다. 안군의 지적 관심과 열정은 어쩌면 모교인 배재고의 다양한 시스템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공부’의 직접적 계기가 된 기숙사 생활과 동아리 활동 그리고 다양한 진로 탐색이 안군에게 지적 자극과 연결 확장의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군이 탁월한 것은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학문을 연결시키는 포착력, 이를 꾸준히 밀고 나간 학문적 끈기였다.

▲ 안덕규
<관심사를 자극한 교내의 다양한 활동>
[베리타스알파 = 박은정 기자] 안덕규군의 관심은 사회이슈에 대한 토론에서 시작됐다. 교내 동아리와 토론대회라는 시스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토론을 좋아하는 안군은 ‘사회토론반’을 만들어 사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했다.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 친구들과 2학년 때 동아리를 만들었다. 매 시간 의료민영화, 사형제, 동성애 결혼 등 다른 주제로 토론을 했다.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충분히 조사한 뒤 각 주장에서 나올 수 있는 논리들을 정리했다. 논리에 반박할 수 있는 예상 답변도 준비해 자료를 충분히 숙지했다. 교내 토론대회에도 매년 참가했다. 내신 절대평가제와 상대평가제, 우리나라 핵무기 보유 등과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했다. 토론 주제 가운데 내신 절대/상대평가를 좀 더 깊게 조사해보고 싶어 개인적으로 ‘교육 평가제도 개선’이란 주제로 연구를 실시했다. 상대평가가 진행될 경우 내신 평가에 어떤 문제점이 일어나는지, 상대평가를 사용하는 외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등을 조사했다. 평가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행복도 지수를 조사해 서로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서울에선 드문 배재고의 기숙사 생활도 사고영역을 넓힐 계기와 여유를 주었다. 기숙사 내 친구들끼리 만들었던 ‘규북’이란 스터디 그룹 역시 주제가 광범하고 영어스피치라는 점만 다를 뿐 사회토론반과 마찬가지로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적 관심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회문제에 대해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단순히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친구들과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로 만들거나 해결방안을 만들어 토론마다 영상으로 남겼다. 논의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는 입법기관에 직접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정책 아이디어가 반영되진 않았지만 하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됐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제로 옮겨갔다. 사회의 대부분 이슈들은 경제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신문을 구독하면서 경제용어와 시사를 접하게 됐다. 경제개념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 온라인 경제교육과 교내에서 방과후 수업을 들었다. 특히 방과후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수능과 연관시켜 경제 수업을 진행하셨다. 경제를 공부할 때 중학생과정부터 고교 과정까지 모두 공부했다. 교내에서 경제 경시반까지 만들어 경제 공부에 대한 열의는 더 커졌다.” 경제에 대한 관심은 주변의 현실을 경제이론에 접목해 분석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2학년 때 TV 홈쇼핑에서 ‘매진행렬’과 같은 단순한 멘트가 사람들의 구매심리에 미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수에 대한 편향성’이 사람의 이성에 의한 것인지 모든 생물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용 쥐 25마리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쥐를 박스 한 가운데에 두고 쥐들이 많은 쪽에 가는지 없는 쪽에 가는지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80% 이상이 다수그룹으로 향했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다수의 편향성이 생물의 일반적인 속성인 것임은 아닐까 하는 잠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실험할 때 한국심리학회 교수님으로부터 서면지도를 받으며 실험방법과 주위 환경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던 점을 알게 됐다.”

교과에 대한 관심이 창작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어를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 다양한 주제의 신문 칼럼을 읽었다. 내신관리에만 신경 쓰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국어를 접하고 싶다는 마음에 자유 주제로 시를 짓거나 에세이를 직접 썼다. 언어에 대한 관심은 한자로도 연결됐다. 한자 공부는 우리나라 역사와 중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기숙사 내에서 심화된 공부 실시>
다양한 활동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안군의 학습을 지탱해준 것은 배재고의 기숙사 시스템이었다. 기숙사에서만 실시하는 ‘사교육제로프로그램’은 자신만의 공부시간을 늘리게 해주었었다.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께서 사교육을 줄이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셨다. 각 과목 선생님께서 공부법 강의를 해주셨다. 공부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영역별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중점으로 알려주셨다. 선생님들께서 직접 학업계획까지 세워주셨다. 선생님과 1대 1 상담도 할 수 있어 입시에 대한 고민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학습법에 따라 공부를 하니 절대적인 학습량도 많이 증가했다. 실제로 다니던 학원을 끊은 친구들도 있어 사교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기숙사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습의 시각과 깊이를 새롭게 바꾸어주었다.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그냥 알거나 이해하는 학습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게 알고 설명할 수 있는 학습에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학년 때 프로그램이 생겨, 1학년과 2학년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매주 주제를 잡아서 진행했다. 수능대비, 내신대비, 전반적인 공부법 등 공부와 관련된 주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후배가 취약한 영역이 있으면 직접 문제풀이를 해주면서 공부법을 설명해줬다. 후배들보다 내가 얻은 게 많은 활동이었다.”

기숙사에서 아침마다 풀게 돼 있었던 모의고사는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매일 아침마다 모의고사를 풀어야 했다. 아침에 7시15분부터 45분까지 30분간 짧게 한 영역씩 기출문제를 풀었다. 매일 문제를 풀면서 수능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모의고사 점수가 높으면 상점도 주는 체제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리더>
안군의 꿈 역시 학교 생활과 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 안군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 같은 리더를 꿈꾼다. “EBS 지식채널에서 룰라 대통령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읽게 됐다. 룰라 대통령의 일대기를 보며 빈민층을 위해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알게 됐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빈민층에게 관심의 눈을 돌려 같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임을 깨닫게 됐다. 룰라 대통령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안군은 실제 학급회장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자질과 조건을 시험해보았다. “학급회장의 활동은 책으로만 배웠던 리더의 자질과 조건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2학년 때 반 수업태도가 엉망이라는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후 학습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했다. 교실 내의 소소한 악습부터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교실 내 공놀이를 근절하기 위해 시설물과 수업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며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시끄러운 친구와는 대화를 나누며 자습시간 때의 반 분위기를 개선해나갔다. 공부를 할 때에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학습자료와 노트필기 내용을 학급 홈페이지에 올려 모든 친구들이 성적이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기숙사 자치회에서는 학교에 기숙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논의해나갔다. 호실 배정, 학습실 이동, 전자기기 이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매달 1회 전체 설문조사를 통해 중요한 안건을 수렴했다. 자치회 카페를 개설해 공지사항과 회의내용을 올려 건의사항에 성실히 응답함으로써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교내 곳곳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작은 결정을 내릴 때에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다수를 위해 리더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며 올바른 결정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는 자세를 기르게 됐다.”

<자소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써야 해>
안군은 자소서 작성의 관건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소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입학사정관은 나를 모른다’는 점을 계속해서 스스로 상기시키는 것이다. 때때로 자신이 쓴 글에 스스로 심취되어 객관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 자소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피드백이 항상 맞다고 볼 순 없지만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려고 했다. 항상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차분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 처음 준비할 때 막막한 부분이 많아 선배들의 자소서를 참고하기도 했다. 내용은 참고하진 않았지만 글의 형식들을 어느 정도 감안했다. 교내 활동과 관련된 2번 문항에는 고교 시절에 지적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점을 어필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선정했다. 도서 관련 문항에는 최대한 다양한 도서를 읽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의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선정해 균형이 맞도록 했다. 가치관에 영향을 준 책을 선정하려고 했다. 선택문항은 자유주제를 선정했다. 고교시절 3년간 꾸준히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 조금이라도 주위사람들을 도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알찬 면접을 위해서는 ‘내용’이 중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면접실력’이란 것은 면접을 여러 번 한다고 해서 길러지지 않는 것 같다. 모의 면접을 하면서 자세와 말투, 시선 등의 외향적인 기술을 기를 수 있으나 내면에 담긴 생각과 가치관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먼저 책을 읽고 글을 써보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면접준비를 할 때에 두괄식으로 정리해서 말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재고의 시스템은 면접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 “면접을 준비할 때 지적인 측면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활동은 토론대회였다.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글을 읽으며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 내용을 분석하는 능력이 키워졌다. 정신적으로는 기숙사 자치회 활동이 도움이 됐다. 기숙사가 신설됐을 때 발생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학생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했다. 매주 30명 정도의 학생들 앞에서 1시간 정도 회의를 진행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떨지 않는 강단과 임기응변을 기를 수 있었다. 면접 직전 걱정이 되어 학원을 2번 정도 다니긴 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대신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시간을 투자해 연습한 것이 결정적으로 합격의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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