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1,2 과목 선택법.. 서울대 고교생활 가이드북 눈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5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은 수험생이 치르는 첫 수능이 올해 실시된다. 당초 2021수능은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춰 대폭 개편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안이 ‘졸속’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개편이 1년 유예됨에 따라 교육과정과 수능체제 간 엇박자가 발생한 상태다.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완전한 개편은 내년인 2022수능에 적용될 예정이지만, 올해도 전년 수능과 비교해 출제범위의 변화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학으로, 수(가)에서 기하가 제외된다.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수능에서는 평가하지 않는다.

예비 고3이 올해 바뀐 수능범위에 유의해야 한다면, 예비 고1 고2의 경우엔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과목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향후 지망할 학과를 고려해 관련 과목을 학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2018년 첫 발간한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의 지난해 개정판을 참고해볼 만 하다.

올해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은 수험생이 치르는 첫 수능이 실시되는 해다. 예비 고3은 달라진 수능범위에 유의하고, 예비 고1, 고2는 과목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은 수험생이 치르는 첫 수능이 실시되는 해다. 예비 고3은 달라진 수능범위에 유의하고, 예비 고1, 고2는 과목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5개정교육과정이란>
올해 수능을 치를 예비 고3은 2015개정교육과정을 고1부터 첫 적용받은 학년이다. 개정교육과정은 지식의 융합에 초점을 맞춰 문/이과 공통으로 공통사회와 공통과학교과가 신설된 것이 특징이다. 대학입시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고등학교 문/이과 이분화와 수능과목 중심의 지식 편식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통사회 공통과학은 수능에서는 출제하지 않는다.

공통과목을 통해 기초소양을 함양한 후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선택과목이 개설됐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일반선택은 고교 단계에서 교과별 학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과목으로, 모든 학생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교과융합학습 진로 안내학습, 교과별 심화학습, 실생활 체험학습 등이 가능하다. 진로선택과목은 3개이상 의수가 의무이며, 균형적인 학습을 위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등 기초교과영역 이수단위는 교과 총 이수단위의 50%를 넘을 수 없다.

<2021수능 출제범위.. 수(가) 부담 낮추고 수(나) 높아져>
예비 고3이 치를 2021수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학이다. 수(가) 출제범위는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로 ‘기하’가 배제된 특징이다. 기하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이동한 점이 고려됐다. 다만 현 예비 고2가 치를 2022수능에서는 공통+선택형 구조가 도입되면서 기하가 선택과목으로 다시 포함된다.

수(나)는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에서 출제한다. 수학Ⅰ에 기존 미적분Ⅱ과목이었던 지수함수와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이 추가됐다. 수(가) 출제 범위는 줄어든 반면, 수(나) 학습 부담은 늘어난 특징이다. 

수(가)에서 기하 과목이 배제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하를 포함한 진로 선택과목의 학습을 아예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 이공계열의 필수 과목으로 여겨지는 '기하' 과목의 경우 그 과목의 이수와 성적 여부가 학생부 평가 단계에서 학업 역량 및 전공적합성 등의 판단에 주요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고, 모집단위에 따라 논술이나 구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국어는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에서 출제한다. 신설과목인 ‘언어와매체’에서 기존 수능의 문법에 해당하는 언어만 출제해, 2020학년 수능 출제범위와 동일하다. 

사탐/과탐/영어도 기존과 동일하다. 과탐의 경우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등 과학Ⅱ 과목이 진로선택과목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있었지만, 수능 출제범위에서는 변화가 없다. 사탐은 9개과목중 최대 택2, 과탐은 8개과목 중 최대 택2한다.

시험체제는 2020학년과 동일하다. 객관식 5지선다형으로 출제한다. 단 수학에 한해 문항수의 30%를 단답형으로 출제한다. ▲국어 45문항(80분) ▲수학 30문항(100분) ▲영어 45문항(70분) ▲한국사 20문항(30분) ▲탐구(사회/과학/직업) 과목당 20문항(30분) ▲제2외국어/한문 30문항(40분)이다. 

<서울대가 알려주는 과목선택법.. ‘본인의 지향점 따라 선택’>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인해 과목 선택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과목선택의 시작단계에 놓인 예비 고1의 경우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서울대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과목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2018년 처음 발간한 후 지난해 개정판을 냈다. 

가이드북에서는 해당 전공을 먼저 경험한 선배 재학생의 입을 통해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대학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언급된 학과는 인문대학 철학과,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인문대학 국사학과,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자유전공학부다. 개정판에서 추가된 모집단위는 중어중문학과, 경제학부, 물리천문학부, 지구과학교육과다.

개정판에 추가된 모집단위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어중문학과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배우는 한문Ⅰ을 선택해 배우는 것도 좋다. 현대 중국어로 쓰인 문학작품보다 한문으로 쓰인 고전문학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재학생 선배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는 다른 대학에 개설된 중국어문학 분야와 비교해 큰 차이는 고전, 즉 중국 문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문학의 비중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문Ⅰ에서 다루는 수준으로 한자를 익혀도 대학에 왔을 때 웬만한 한문 글들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선택과목인 ‘언어와매체’도 도움이 된다. 중국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중국어 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마치 우리말 문법을 배우는 언어와매체와 연관된다는 설명이다. 

중국어를 미리 배울 필요는 없다.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중어중문학과로 진입할 수 있다. 재학생은 “교수님들은 면접 때 학생들이 얼마나 중국 문화와 문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는지, 문학작품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주위에도 고교 시절 중국어를 전혀 배우지 않고 현재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사 세계사와 같은 역사 관련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가, 소설과 같은 장르가 중국 역사의 변천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과목이 있기 때문에 중국 역사를 알고 있어야 수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경제학부의 경우 수학 국어 영어 과목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은 경제학적 논리와 직결되는 과목이다. 특히 미분과 적분의 기본기를 다져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장한다. 수학Ⅱ는 반드시 공부하고, 가능하면 미적분과 경제수학까지 이수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재학생은 “경제학은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자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과학적 방법이란 수학적 도구들을 의미한다. 그래프와 수식을 사용하지 않는 경제학 이론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학 전공자에게 수학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개념인 최적화라는 개념은 경제 주체에게 가장 합리적인 점을 찾는 것이다. 최적화 지점을 찾는 데는 고교에서 배운 미분 개념이 응용된다”고 설명했다. 

국어 영어는 경제학적 직관을 키우는 것과 직결된다. 글을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기초 과목으로 구성된 국어와 영어 교과를 충실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리천문학부의 경우 학과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리학Ⅰ 물리학Ⅱ를 충실히 공부해 실제 학문으로써의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학Ⅰ은 물리에 대한 전반적이고 정성적인 내용 위주로 담고 있다면, 물리학Ⅱ는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물리학Ⅱ는 물리학Ⅰ에 비해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는 교육과정과 내용이 많이 인접해 있어 대학 진학 후 공부 연속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수학 개념도 탄탄히 갖추려면 미적분 기하 등 과목을 두루두루 공부하는 것이 좋다. 미적분학에 대한 개념과 응용에 익숙해지는 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고전역학을 비롯한 전자기학, 양자역학 등을 이해하는 데도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기하학의 경우 물리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공간과 여러 공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영어 과목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모두 영어로 이뤄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로 찾는 자료도 영어로 쓰여져 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면 물리학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의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원활한 영어 사용 능력이 물리학 공부의 기회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지구과학교육과의 경우 역시 다른 자연계열과 마찬가지로 수학과 물리에 대한 이해와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특히 수학에서는 미적분, 과학에서는 물리학Ⅰ 물리학Ⅱ를 이수하는 것을 권장했다. 지구과학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학문으로, 수학과 물리가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설명이다. 

지구과학교육과는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므로 교육학도 공부한다. 교육학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토대로 하는 응용학문의 한 분야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 소위 교양서적을 충분히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유가 있다면 사회문화나 철학을 이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리천문학부와 마찬가지로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재학생은 “지구과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 저변이 두텁지 않아 제대로 된 번역서가 매우 부족하다. 외국의 풍부한 자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 공부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자연계열이라는 이유로 영어를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재학생의 조언을 전적으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원하는 지향점에 따라 도움이 되는 과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그 과정에 필요한 사회교과 다른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경제학 이론을 한국사에서 활용하고 싶은 경우 ‘실용경제’를, 한국의 철학사 연구를 해보고 싶다면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는 식이다. 재학생은 “자신있게 여러분의 선택을 믿어라. 막상 대학에 와서는 다른 과목이 대학 공부에서 더 도움이 되고, 여러분의 판단이 조금은 틀렸던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과목이 선택할 때 고민한 만큼의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반드시 특정한 교과목을 필수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없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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