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외고 폐지..평준화 부작용만 심화”..'정치이슈로 갈등 대립 격화'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서울16개대에 정시를 40%이상 확대하도록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두고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라는 비판이 나왔다. 20일 한국교육학회가 주최한 ‘대입 제도와 고교체제 개편의 역사적 맥락과 쟁점’ 학술토론회에서는 최근의 대입 개편 논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에 대해 과도하게 정치적인 해결을 도모함으로써 정치도구화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8년 대입개편에서는 일반 시민의 공론화를 거쳐 정시 비율, 수능 절대평가 등을 결정하다보니 교육 이슈를 표결에 의한 승패 문제로 변질시켰다”며 “2019년 정시확대는 정치난국의 타개 수단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이 비등하다”고 말했다.

대학입시제도를 교육적 담론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접근해 공정성을 둘러싸고 이해집단 간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켰다고 봤다. 김 교수는 “그동안 대학입학 선발권을 가지고 정부와 대학의 대립하였다면 이제는 교원노조가 지방교육권력과 손잡고 쟁송에 가세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국가가 선발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반민주적 발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학의 선발권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대학을 불신해 오히려 선발 재량권 범위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대입 제도 개편 논의에서 정작 학생선발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대학은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두고 정치적 이슈로 접근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켰다는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두고 정치적 이슈로 접근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켰다는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무엇이 교육적인지’에 대한 논의 부재”>
‘교육적’인 것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주제발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낳은 대입제도 논란 검토’에서 “학종이든 수능이든 또 다른 어떤 방식이든, 공정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그 게임은 아무런 것이어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적인 것’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이유는 대입과, 그에 연관된 학교교육을 ‘사다리’로 인식하는 데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우리는 교육 문제를 교육의 문제로 보지 않는 데 익숙하다. 예컨대 학교교육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적 수단이거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단에 다름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환경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논의는 정치나 경제 사회 담론으로 교육 담론을 식민화하고 있다. 교육 문제를 교육 문제로 다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결국 교육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것이고, 교육 부문의 정의를 묵살하고 있다. 공정성의 이름으로 공정(그리고 정의)을 해치는 자가당착의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고 봤다.

<“공정성 문제, 정시에는 제기 안해”>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논의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태중 교수는 “대입전형의 대안으로는 마치 학생부 전형과 수능위주 전형 밖에 없는 것처럼 논의하고 결론을 내렸다”며 “공정성의 의미를 가볍게 여겼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학종과 수능위주 전형에만 주목한 것은 정책 대상을 편협하게 잡은 것이라고 봤다. “학종의 문제는 사실상 ‘주요 대학’에 관련된 것으로, 그 대학들을 고려하지 않는 대다수의 대입 지원자들에게는 절실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실상 일부만 염두에 둔 정책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성의 문제를 수능위주 전형(정시)에는 제기하지 않고 묻어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두 전형 모두 공정의 측면에서 흠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한 데, 그것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지나친 만큼 이번 공정성 강화를 위한 논의와 정책 시도는 미온했다”고 진단했다. 

국가주도 시험의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가시험 성적이 모든 대입지원자들의 입학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결정하게 됐을 때, 학생 개인은 물론 가정과 학교의 일상에 폭압적인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고 진단했다. “거듭 반복되는 동형 문제 풀기의 학습, 가계를 위협하는 사교육비 투자, 시험 과목과 형식에 판 박힌 학교교육” 등을 시험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자사고 외고 폐지.. 평준화 부작용만 심화”>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경회 교수는 “고교평준화의 획일성과 무경쟁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사고/사립외고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다. 기존 평준화에서 나타나는 무경쟁과 무긴장 문화를 보완해온 것이다. 자기변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부모로부터 외면 받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등 부유지역 명문학군 쏠림현상이 심화돼 지역 간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지역 간 불평등을 악화시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도 봤다.

자사고와 사립외고가 정부 지원 없이 자립으로 운영해 절약되는 세금을 더 교육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79개의 전환비용이 5년 간 1조에서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는 자사고/사립외고 전체 5만명의 40%에서 60%에 이르는 연간 2만명에서 3만명 학생에게 1000만 원의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생들에게 가정형편에 따라 학비를 보조하는 것이 교육복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제도를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교육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 색깔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경우 교육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려 교육현장 대혼란이 야기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고쳐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진단했다. “교교 학교 유형과 학생선발 등 학교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법률로 규율토록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을 20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시행령에 규정된 고등학교의 유형, 자사고/외고 등의 지정 및 취소와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시기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함으로써 고등학교 입학 과정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 등으로 지정되면 중대한 법령위반이 없을 경우 교육감이 평가를 통한 임의적 지정취소를 할 수 없도록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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