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불리만 따져 날치기 처리하려는 건 교육 무시 행위"

[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국회가 '18세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아무런 논의 없이 본회의에 상정해 강행 처리하려는데 대해 "교실 정치장화, 학생들의 선거법 위반, 민법 및 청소년보호법과의 충돌 등 선결 과제에 대한 그 어떤 논의나 대책도 없이 선거 유불리만 따져 졸속 처리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회가 학생을 득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면 '18세 선거'는 법안에서 제외/분리하고, 여러 부작용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방안 논의와 대책마련부터 한 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18세로 선거연령 하향 △18세로 성인연령 하향 △18세 선거운동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부칙을 통해 내년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부터 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교총은 "법 개정안은 단순히 선거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게 아니라 18세 고3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성인 연령을 18세로 낮춰 소위 '18금' 보호막 해제까지 담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때문에 교총은 그간 교실 정치장화 근절 및 학생 선거사범 예방/보호, 성인 연령 하향 등과 관련한 민법, 청소년보호법 등 여타 법령/제도와의 충돌 해소 등 선결과제 논의와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현장과 학생들에게 미칠 여파와 부작용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18세 선거가 지역구 조정이나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이슈에 묻힌 채 아무런 논의도 없이 도매금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파행만 거듭하다 그 어떤 대책도 없이 총선 일정에만 쫓겨 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매우 무책임하며 비교육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법안이 18세 고3의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교실 정치장화에 대한 근절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 부산 전남 등 전국에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일고 있고, 2015~2019년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교원이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자칫 특정 정치세력이 학교를 정치장화하고 학생들을 정치 도구화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에는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6조 제1항),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 제4항)고 적시돼 있다.

교총은 "법이 통과되면 고3 학생들은 특정 정당,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찬반 갈등이 본격화되는 등 교실이 정치장화될 수 있다"며 "여기에 정치, 이념세력이 학교에 들어오고, 교사들의 정치편향 교육이 제어되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편향 교육 금지 가이드라인과 교내 정치활동 제한, 지도방안을 마련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교실의 정치/선거장화 및 학습권 침해를 차단하는 대책부터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칫 불법적인 유인물 배포, 유언비어의 SNS 게재, 흑색/비방 활동 등에 연루돼 처벌받지 않도록 선거사범 예방/보호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교총은 "현행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운동 허용 범위와 처벌 관련 조항이 많고 복잡해 그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며 "성인들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는 상황에서 고3 학생들이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돼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 보호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탁, 진흙탕 선거에서 학생을 보호할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18세가 성인으로 설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해 발의한 법 개정안 제60조 제1항 제2호는 미성년자를 종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의 자로 낮춰 명시했다. 이 부분은 19세부터 성인으로 명시해 18세까지는 단독으로 법률상 유효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민법과 충돌한다. 또 민법에 근거해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보호하는 청소년보호법 등과도 상충된다. 이처럼 성년 연령 조정에 따른 여타 관계 법령과의 정비 문제와 이에 따른 부작용,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18세가 되는 고3이 성인으로 설정되면 청소년보호법 상 소위 '18금'에서 해제돼 유해 약물인 술/담배가 허용되고 청소년 출입금지인 술집 등 유해업소 및 유해매체 등에 대한 제한도 풀리게 된다. 또 부모 동의 없이 휴대폰 등의 계약도 가능해진다. 친권과 부양청구권의 상실로 방치와 빈곤화의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다. 소위 '18금'은 청소년을 규제하려는 의도보다 미성년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의 조치인데 18세 고3이 여기서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대책 마련과 함께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총은 "일본은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면서 '선거 연령에 관한 특명위원회'를 구성해 국적법, 아동복지법 등 관계법령 정비와 학생들의 정치활동 가이드라인 마련 등 오랜 기간 사전 준비에 철저했다"며 "반면 우리는 국민들이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의미조차 모르고 있고, 정부와 국회가 지금까지 어떤 논의와 준비를 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민법의 성인연령 19세와 공직선거법의 선거연령 19세는 우리 학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는 19세에 성인으로서 경제/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됐다고 보고 법률과 제도의 정합성을 확보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최근까지 선거연령을 민법상 성인연령에 맞춰 정한 공직선거법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선거권과 같은 참정권은 국가의 안위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행위능력이므로 민법상 성인의 행위능력보다 더 낮을 수 없기에 서로 연령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학제 개편과 민법상 성인연령의 불일치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

교총은 "18세 선거연령 하향에는 이처럼 해결하고 준비해야 할 선결과제가 많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파행만 거듭하며 아무런 논의와 대책 없이 법안만 추진하려는 것은 '교육의 정치 중립'을 명시한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부에 대해서도 "학교와 학생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국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참정권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한 선거연령 하향 논의는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선거연령 하향이 미치는 파장,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이를 해소, 차단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18세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쫓겨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18세 선거는 제외/분리하고,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실 정치장화, 학생 선거법 위반, 법령 간 충돌에 따른 부작용 등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책, 준비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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