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이탈리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캄피엘로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유수의 문학상 8개를 휩쓴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장편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Le assaggiatrici)'이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소설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를 감별하기 위해 끌려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로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Margot Wölk)의 고백을 바탕으로 하였다. 마고 뵐크는 1941년 24세의 나이에 자신을 포함하여 총 15명의 여성과 친위대원에게 끌려가 독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는 일을 맡게 된다. 이들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마고 뵐크는 2013년에서야 독일 언론 '슈피겔'을 통해 지난 일을 고백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치에 순응하며 독이 든 음식을 먹어야만 했던 이들의 상황은 공포 속에서도 살고자 했던 인간의 생존 욕구와 더불어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했고, 신문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포스토리노는 이 사건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단면과 이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인간의 모순적 욕망에 주목한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1개월간 3만 부 이상, 현재까지는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4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1943년 가을 무렵부터 시작된다. 스물여섯의 로자 자우어는 베를린에서 폭격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전장으로 떠난 남편 그레고어의 고향인 그로스-파르치에 홀로 오게 된다. 당시 그로스-파르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히틀러의 동부전선 본부인 ‘볼프스샨체(늑대소굴)’가 있었다. 적에게 독살당할 것을 의심했던 히틀러는 그 근처의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게 했고, 로자는 그중 한 명으로 선택된다. 이렇게 소집된 열 명의 여성들은 매일 히틀러의 음식을 먹으며 하루에 세 번씩 음식이 주는 희열과 죽음의 위협을 함께 느낀다. 

이러한 소설의 설정은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이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소설이 시작된 1943년은 나치 독일의 총통이었던 히틀러의 기세가 꺾인 시기이기도 했다. 1941년 6월 히틀러는 소비에트 연방과의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침략하는 ‘바르바로사 작전’을 실행한다. 그로 인해 ‘독·소 전쟁’이 시작됐고, 전쟁 초기 우세를 보이던 독일은 1942년 7월부터 1943년 2월까지 계속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크게 패배하며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게 된다. 작가는 2차 세계대전 전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큰 줄기로 삼아, 도처에 깔린 죽음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만 했고, 또 살기 위해 죽어야만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쟁의 단면과 그 이면까지 예리하게 포착한다. 

<책 속으로>

내 몸은 총통의 음식을 흡수했다. 이제 총통의 음식은 피를 타고 내 몸속에서 순환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무사했고 나는 또다시 배가 고팠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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