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공론화 모두 뒤엎고 교육계분열 극대화'..'누가 이득 보는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의 정시40% 확대 방안 발표 이후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교사단체를 중심으로 각종 교육단체는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번 방안은 2022대입개편에서 실시한 공론화 이후 교육계 분열을 정점으로 이끈 모양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비롯한 대통령의 대입개편 지시 발언에서 시작돼 정시 확대까지 이어지면서 정치 논리에 의해 뒤집히는 교육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지난해 실시한 2022대입개편으로 인해 2020, 2021, 2022 입시가 모두 달라졌던 데 이어 이번 공정성 강화 방안은 2023, 2024 입시까지 해마다 바뀌게 됐다. 

이번 정권들어 이미 세 번의 입시개편이 있었던 데다, 2028학년 도입할 수능 체계도 2021년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어서, 역대 최대로 입시를 뒤집은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한 고교 관계자는 “교사도 헷갈릴 지경인데 학생과 학부모는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그야말로 누더기 입시”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공정성 방안이 공교육의 힘을 빼 사교육을 살리고 교육특구 강세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종 교사단체들은 입을 모아 교실 수업이 문제 풀이 위주로 돌아가고 수능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량평가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기 어려운 중위권 학생들의 대입 통로가 좁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미래교육을 고려하지 않은 비뚤어진 공정논리로 대입 시계를 억지로 20년 되돌렸다”며 “중위권과 교육소외지역의 표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지시로 정시확대를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조국개인의 잘못을 처벌하면 그만인데 제도를 뒤엎는 대통령의 오기에 교육관계자와 수요자 전체가 휘둘려 고통받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군사정권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가본적 없는 처음보는 나라를 보여준 셈이다.  중1부터 고3까지 다른 입시를 준비하게 만들고 수월성의 일익을 담당해온 특목자사를 없애  공교육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린 셈이다. 이득은 사교육과 강남좌파들만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서울16개대 정시 40% 이상 확대안이 담기면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서울16개대 정시 40% 이상 확대안이 담기면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점 이른 교육계 분열.. 교사단체 정시확대 우려 한목소리>
28일 교육부의 정시확대 방침이 발표된 이후 교육계는 분열 양상이다. 각종 교사단체는 한 목소리로 정시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입제도를 공정성에만 입각해 재단함으로써 학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학생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 성향의 전교조 역시 우려를 드러냈다. 전교조는 “16개대학에 국한한다고 하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포함돼 실제 파급효과는 절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수시에서 이월되는 이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정시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고도 짚었다. 전교조는 “수시이월 인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수시전형 인원까지 더해져 실제 수능 영향을 받는 비율은 현재도 50%를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40%를 못박았으니 학교현장에 미치는 수능 영향력은 50%를 넘어 절대적이 된다”고 우려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특히 이번 확대 조치를 교육의 정치화라고 봤다. 교사노조는 “대통령의 수능 위주 정시 선발 확대 권고, 자유한국당의 정시 50% 확대 법제화 추진 등 교육외적 정치 상황의 개입에 의해 이끌려진 것으로 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사회단체에 정치적 당리당략을 위해 학교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소재 16개대학에 한정된 것이지만 서울소재 대학의 전형 방안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현실적 영향의 심대함을 감안할 때 고교교육 정상화 및 미래교육을 위한 고교 학점제 추진 등에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각종 교육단체가 모인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합하면 정시 비율이 50%를 넘을 수 있다고 사교육 시장이 선전할 것이고, 정시 중심으로 대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될 것”이라며 “학생들은 수능에 적합한 학교를 선택할 것이고, 학교는 수능 준비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능을 위한 사교육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고교학점제 추진에도 많은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시 확대도 문제지만,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을 대입에서 활용할 수 없게 한 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해당 방안에 대해 교육혁신연대는 “미래교육을 위한 학생의 자율활동, 자치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많다. 독서기록 미제공 등은 학교교육에서 독서/토론 교육의 심각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소서 폐지의 경우 학생부 기록에 대한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혁신연대는 “자소서를 완전히 폐지하게 되면 학생은 자신의 상황을 소명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학생부 기록이 더 중요한 것처럼 오인해 학생부 기록에 대한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자소서 폐지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홍익표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교육이 계층간 이동 등 사회의 역동성과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해야함에도 대입제도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대입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은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진일보 시키는 것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측은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개편안을 내 놓은 것이 1년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이다. 조국 비리가 떠들썩하게 세상에 드러난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갑자기 대입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 불공정을 저지른 조국의 비리를 입시제도 탓으로 돌리려다 보니 급하긴 했던 모양인지 대통령의 말이 있은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개편안이 나왔다. 공정성 강화가 아니라 정권 입맛 맞추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자율영역인 입시 비중이 특정 퍼센트로 못박아진 것도 문제지만, 이전까지 교육부는 수시 확대를 장려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22대입개편을 통해 30%선까지 확대하라는 방침이 정해진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이보다 더 상향된 40% 기준을 내세워 입시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정 16개대학을 지목해 정시 확대를 요구했지만 그 외 나머지 대학도 정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지목된 대학들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위대학이다보니, 이들 대학을 목표로 정시를 대비하는 수험생을 잡기 위해서는 정시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정시 확대를 요구하던 학부모단체의 경우 정시 비중을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은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정시 50%이상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도 “이번에 최소 50%까지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정시 비율이 80%이상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며 “40%로 정한 것은 대입제도의 공정성 제고보다 납득할 근거 없이 어중간하게 절충한 총선용 정시확대”라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방안이 정시확대 여론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인을 현장에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힘을 얻자 이에 굴복한 것이다. 피켓 들고 시위하면 들어주게 되어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줄 가능성이 높다. 목소리 큰 강남 학부모 목소리만 듣냐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시위하면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방적 ‘교육독재’.. 철학없는 포퓰리즘>
이번 방안으로 현 중2부터 고2까지 제각기 다른 입시를 치르게 됐다. 2021학년 대입을 치르게 되는 현 고2는 2021대입개편의 한 차례 유예 뿐 아니라 수학/과학계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정한 수능범위로 인해 수(가)에서 기하를 제외한 출제범위로 수능을 치르게 된다. 

현 고1이 치르는 2022학년 대입은 2022대입개편을 통해 정시비중이 30%이상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학생부 기재사항의 변화도 크다. 자소서 문항이 기존 4개문항 5000자에서, 3개문항 3100자로 줄고 추천서가 폐지되는 등의 변화다. 

현 중3이 치르는 2023학년 대입에서는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영향을 받게 됐다. 서울 상위16개대 정시 비중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현 중2에 해당하는 2024학년 입시에서는 자소서가 폐지되고 정규활동 외 각종 비교과 활동이 대입 전형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 종사자조차 제대로 숙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년 다른 입시를 치르게 됐으니 그야말로 ‘누더기’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학생들이 실험대상인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정시 확대안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입정책이 뒤집혔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2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언급하며 수시/정시 비율논란을 점화시켰다. 애초 대통령 지시의 배경이 ‘조국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조국 자녀 입시 논란을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닌 대입제도 탓으로 돌리려는 아집이란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조국 전 장관이 결국 사퇴하긴 했으나 조국 자녀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독선으로 비친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은, 이전까지만 해도 비율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교육부 입장과는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교육부 방침을 뒤엎은 것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실시한 공론화 결과, 그보다 앞선 대선공약까지도 뒤엎었다는 점에서 교육철학의 부재를 증명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는 “작년 공론화위원회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수능 정시 비중 30%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교육부 스스로 깨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들과도 정면 배치된다. 수능 변별력을 약화시켜 영향력을 축소하는 수능 절대평가 방안과 고교학점제 도입 모두 정시확대와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제도로, 자유로운 수업 선택권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과목선택에 있어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공약의 전면폐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공약은 나름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철학이 부재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입학사정관제로 도입돼 진보 보수정권을 지나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학종 역시 초토화될 위기다.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뿐만 아니라 자소서까지 폐지하면서 학종 도입 취지에서 멀어져 실질적인 학종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차 떼고 포 떼면 무엇으로 학종을 평가하라는 것인가. 내신으로 평가하는 교과전형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며 비판했다.

더군다나 입학사정관 인건비로 대부분 활용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지원금을 정시확대의 압박수단으로 사용한 것 역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시확대를 장려해온 사업이 돌연 정시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사업 방향성이 정반대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학종 선봉에 서면서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많은 지원금을 받던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 입시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수준이 되어야 기여대학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상황에 처했다.

정시 확대가 자사/특목고 폐지와 맞물리면서 이른바 ‘강남좌파’로 불리는 부나 권력을 가진 계층이 스스로의 이익을 놓지 않기 위한 입시개편 아니냐는 의구심도 흘러 나온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마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교육 영향력을 높여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 교육공정성 특위 등에 포진해있는 사교육 인사들을 생각해보면 혹여 사교육 게이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풍문이 설득력을 얻게 될까 두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에서 역할을 해왔던 소위 ‘늘공’보다 현 정권 입맛에 맞게 투입된 ‘어공’들이 영향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강남좌파’가 다수 포진된 현 정권 참모들이 주변의 정서를 전체여론으로 과대포장하면서 정시확대 지시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강남좌파로 알려진 참모와 어공들의 득세로 결과론적으로 운동권과 밀접한 사교육계 이해에 화답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대학 선발 자율성을 침해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교총은 “특정 대학의 40% 적용을 위해 결국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연계하고 있어 재정을 무기로 대학 선발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태도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과 도덕성 문제는 도외시한 채, 결국 대입제도만 정권과 그 지지세력이 하고 싶은 대로 또 뒤바꾸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권 들어서만 입시 3번 흔들려.. 2028개편도 예고>
이번 정권은 대입정책을 최대로 뒤집은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2년반동안 벌써 대입개편을 세 번이나 실시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개편은 2017년 2021수능개편이다.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과 연계한 수능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방안으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당초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도입하는 1안과 전 영역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2안을 두고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으나 두 안 모두 사교육 축소, 학업부담 감소와는 거리가 멀고 개정교육과정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에 특정안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1년유예로 물러서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21수능의 당사자인 현 고2(당시 중3)는 교육과정은 2015개정교육과정을 따르는 반면, 수능체제는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치르게 되는 엇박자를 떠안게 돼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로 내몰렸다.

1년 유예된 대입개편 역시 삐걱대긴 마찬가지였다. 공론화 방식을 도입하면서,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위 공론화위 순으로 ‘폭탄돌리기’가 이어졌다. 1년동안 현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론화위원회는 네 가지 공론화 의제를 두고 지지도를 조사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절대 다수가 지지한 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떠안은 교육부는 정시30%확대 안으로 확정했다.

이미 세 번의 개편이 있었던 상황에서 2028수능개편까지 남은 상태다.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맞는 수능체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8개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 방안 역시 ‘5년짜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편은 반복되지만 정작 당사자인 교사와 대학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교조는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우려를 표명하며 71개 교육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1800여 명의 ‘교육 불평등 해소와 입시 만능 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등학교 교사 선언’, 1500여 명의 가계 시국 선언이 이어졌다”며 “교육계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정시 확대를 결정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 과연 ‘공정’한가>
이번 방안은 1997년 수시가 도입된 이후로 점진적으로 축소돼오던 정시를 다시 확대한다는 점에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시위주의 선발이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수시, 그중에서도 학종 선발이 대세가 돼 온 것인데, 이런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정시에 돌연 손을 들어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정성 방안이 중위권 학생들의 대입통로를 더욱 좁힌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시 확대로 인해 학종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다, 학종마저 비교과 폐지로 내신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량평가가 강화될 경우 내신도 높지 않고 수능 성적도 뛰어나지 못할 경우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급격히 좁아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논술전형은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돼 수시는 교과전형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정시 실적이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쏠려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시 확대가 교육소외 지역을 표류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교육특구의 정시 강세를 보여주는 분석 결과는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최근 여영국(정의당) 의원이 지난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고교 소재 시군구별 수시/정시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229개 시군구 중 수시로만 서울대 입학생을 낸 곳이 71곳이었고, 이 중 69곳이 비수도권이었다. 서울대 정시 실적이 한 명도 없었던 곳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었다는 의미다. 

<공교육 파탄 우려.. 사교육 힘 실어주기>
결국 교육특구 중심의 사교육이 득세할 것이란 우려도 터져나온다. 전교조는 “정시 확대 방침이 발표되자 강남 집값과 사교육 주가가 치솟고 있다. 각종 통계자료는 정시가 어느 계층, 어느 지역에 유리한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 확대를 결정한 것은 안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하는 것으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정시수능전형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와 교육의 희망찬 미래보다 개인의 부와 권력의 획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앞세워온 일부 N수생과 학부모, 이들과 경제적 이해관계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일부 사교육 관계자,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소수 집단의 목소리를 마치 전체 국민의 뜻인 것처럼 부풀리고 지속적으로 여론을 왜곡해온 일부 언론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에서 실제 그동안 시행되어온 입학전형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였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은 이러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였고, 급기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를 다시 바꾸어 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정시 확대로 ‘잠자는 교실’이 재현될 우려도 있었다. 전교조는 “문제풀이 수업, 잠자는 교실을 벗어나기 위해 ‘배움 중심’ ‘과정 중심’ ‘학생 참여’를 강조하며 토론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어온 소중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결정으로 이는 우리 교육의 퇴행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며 미래교육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교육과정과 수업이 수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교 교육 다양성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좋은교사운동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라며 “다양성이 없는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과세특 기록을 모든 학생에게 의무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수능을 대비하는 단순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학생 개개인이 보이는 특기사항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게 되므로 과세특 기록은 더욱 부실해질 것”이라며 “부실한 과세특 기록으로 대학이 학종 전형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전진협/진진협은 “지금까지 역대 그 어떤 정부가 이렇게 초중등학교 교육을 무력화, 황폐화, 학원화시키는 반교육적, 시대착오적 정시수능전형 확대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 적이 있었는가”라며 “지금까지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각 부처는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활성화를 위한 미래형 인재 육성’ 등을 강조해 왔다. 현재의 정시수능전형이 창의교육, 인성교육, 진로 교육을 초중등학교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은 이미 오래된 주지의 사실임에도, 정부 스스로 우리나라 공교육을 파괴하는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술 없앤다면서 2028 서술형 수능 도입?>
논술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인 와중에 2028대입수능체계에는 논/서술형을 검토하겠다는 점은 모순으로 꼽힌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들어 대입에서 논술을 폐지하려고 하면서 2028학년 미래형 수능 개편에 서술형, 논술형을 언급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논술은 과거 난이도가 높게 출제되는 등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개선을 거듭한 지금은 해당 오명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선행학습영향평가를 통해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정하고 있고, 대학별 논술가이드북, 모의논술 등을 통해 사교육 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논술이 변화한 현실을 보지 않고 과거에 머무른 비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교육 전문가는 “논술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술 문항 자체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식의 접근이라면, 중장기적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서술/논술형 수능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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