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차별 아니라 구조적 문제' .. ‘일반고 대신 직업계고 늘려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서울 일반고에서 학생부 국수영 교과별 세부능력및특기사항(이하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이 모두 30%를 넘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학의 경우 43.1%에 이르기도 했다. 서울의 자사고 과고 외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전국을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의 경향이 드러났다. 문제는 마치 세특 비기재가 교사들의 불성실이나 유형별 차별로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 여러 매체가 세특의 격차가 '학종의 불공정성'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향으로 언론보도를 쏟아냈다.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일반고 교사들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붙인 셈이다. 

기사들이 인용한 자료의 출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전국 17개시도교육청으로 ‘학생부 세특 미기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의하면 국수영 모두에서 일반고의 세특 미기재 비율이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에 비해 높았다. 전국 일반고의 학생부 미기재 비율은 국어 26.1%, 수학 30.4%, 영어 30.4%였다. 반면 자사고는 국어 11.9%, 수학 17.4%, 영어 16.8%로 나타났다. 과고 외고 국제고의 경우 자사고보다도 미기재 비율이 낮아 일반고와 격차가 더 컸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일반고 미기재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했다. 국어는 34.4%, 수학은 43.1%로 전국 17개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영어의 경우 45.1%인 울산에 이어 39.4%로 두 번째였다. 김 의원의 분석은 전국의 2345개 고교를 대상으로 고 3학년 학생의 학생부 국어Ⅰ 수학Ⅰ 영어Ⅰ 세특 기재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모든 일반고 학생들의 세특을 동일하게 기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받고 있다. 교사가 교과 세특을 공란으로 남겨둔 원인이 다양할 수 있는 만큼 교사의 불성실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생부의 교과별 세특은 과목의 학교수업을 담당했던 교사가 학생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에 대해 기재하는 부분이다. 학종의 정성평가에 반영되는 요소인 만큼 중요성은 인정되지만 교사들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가장 대표적이다. 교사의 수업 자체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세특에 기재할 내용 자체가 없을 수 있다. 일괄적으로 비교한 자료만을 근거로 일반고 교사들이 일부러 학생부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것처럼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고교유형의 차이에서 세특 미기재 비율의 격차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김 의원의 분석 역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현장에선 고교유형보다 '수시체제'가 세특을 기재하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세특을 미기재하는 비율이 낮았던 고교들까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서 공교육의 ‘하향평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육전문가는 “김 의원의 분석 결과는 마치 고교유형에 따라서 일부 학생들의 기회가 박탈됐다는 식으로 해석되어 보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고교유형별 차이는 학생들의 구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대적으로 선발효과를 갖는 고교유형들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충실한 편이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학종을 대비하기 위한 수시체제를 잘 갖춘 곳도 많기 때문에 세특 기재현황의 전체 비중을 일괄적으로 비교할 경우 격차가 발생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일반고의 미기재 학생 비율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반대로 자사고나 특목고였던 고교들에도 대학진학의 의지가 낮은 학생들이 유입되면서 오히려 세특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와 함께 일반고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학생부 세특에 기재할 만한 내용이 없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대학진학에 대한 의지가 없어 수업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진학의 의지 자체가 부족한 학생들이 다른 고교유형에 비해 일반고에 집중된 것이 근본 원인이다. 결국 그런 학생들이 대학진학보다는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고에서 학생부 교과별 세부능력및특기사항(이하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학생들의 비율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높은 것이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28일 발표 예정인 ‘학종 공정성 강화방안’에서 비교과/자소서폐지가 확정될 경우 일반고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 일반고에서 학생부 국수영 교과별 세부능력및특기사항(이하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이 모두 30%를 넘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을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의 경향이 드러났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모든 일반고 학생들의 세특을 동일하게 기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받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생부 세특 미기재 현황.. 일반고 국26.1% 수30.4% 영30.4%>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에 비해 일반고에서 세특을 전혀 기재하지 않는 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실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생부 세특 미기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일반고(자공고 포함)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 특성화고 등을 포함한 2345개교를 기준으로 국어Ⅰ의 경우 수강생 53만2811명 중 미기재 학생수가 36.2%인 8만2997명이었다. 수학Ⅰ은 수강생 58만8061명 중 미기재 학생이 22만9709명(39.1%)였고, 영어Ⅰ의 경우 56만5531명이 수강한 가운데 20만5579명(36.4%)이 학생부 세특을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도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전체 고교의 세특 미기재 비율이 다소 높게 분석된 측면이 있다.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고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를 비교할 경우 일반고에서 세특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자공고 112개교를 포함한 일반고 1650곳의 국어Ⅰ 미기재 비율은 26.1%(수강자수38만1366명/미기재학생수9만9392명)였다. 수학Ⅰ은 30.4%(39만860명/11만8892명), 영어Ⅰ 30.4%(39만3180명/11만9566명)이었다. 자사고 44개교의 경우 국어Ⅰ 11.9%(1만3383명/1590명), 수학Ⅰ 17.4%(1만3098명/2285명), 영어Ⅰ 16.8%(1만2517명/2107명)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의 세특 미기재 비율이 일반고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던 셈이다.

특목고의 경우 미기재 비율이 일반고나 자사고에 비해 더 낮은 편이었다. 과고 23개교는 국어Ⅰ 15.2%(1449명/220명), 수학Ⅰ 6.3%(844명/53명), 영어Ⅰ 4.8%(1657명/79명)였다. 외고 31개교는 국어Ⅰ 7.8%(5204명/404명), 수학Ⅰ 4.8%(5766명/275명), 영어Ⅰ 2.1%(6954명/146명)으로 나타났다. 국제고 7개교는 국어Ⅰ 0%(637명/0명), 수학Ⅰ 6.3%(756명/48명), 영어Ⅰ 0.6%(946명/6명)였다. 과고의 국어Ⅰ를 제외한 영역에서 모두 미기재 비율이 한자리수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국영수 모두에서 미기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교과의 세특은 학종 평가에 반영되는 요소인 만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반고들이 지방 고교들보다 크게 유리한 측면이 없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서울 소재 199개 일반고의 국어Ⅰ 미기재 비율은 34.4%였다. 전체 수강생 5만6600명 중 미기재 학생수가 1만9450명이었다. 수학Ⅰ은 수강생 5만6577명 중 미기재 학생이 2만4397명(43.1%)였고, 영어Ⅰ의 경우 5만6181명이 수강한 가운데 2만2116명(39.4%)이 학생부 세특을 기재하지 않았다. 

실제 17개시/도 과목별 미기재 비율에서도 서울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어Ⅰ에선 전체 수강자 5만6600명 가운데 미기재 학생이 1만9450명으로 34.4%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30.9%(1만9427명/5997명) 부산30.9%(2만359명/6295명) 제주30.4%(5637명/1716명) 울산29.5%(9304명/2746명) 순이었다. 수학Ⅰ 역시 서울이 미기재 비율이 가장 높은 43.1%(5만6577명/2만4397명)였다. 부산40.2%(2만359명/8194명) 경북35.6%(1만9355명/6899명) 울산34%(1만299명/3497명) 경남32.5%(2만8143명/9151명) 순이다. 영어Ⅰ의 경우 울산이 미기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전체 9311명의 수강자 중 45.1%인 4198명이 세특을 기재하지 않았다. 서울은 39.4%(5만6181명/2만2116명)로 두 번째였다. 

<고개 드는 ‘현실론’.. ‘차별 아닌 불가피한 현실’>
전문가들은 일반고의 진학률과 비교해볼 경우 교과 세특의 미기재 비율이 높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서울지역 일반고의 4년제대학 진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학진학의 의지가 없거나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이 절반이상이라는 얘기다. 두 경우 모두 학종으로 대입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학종 평가에 반영되는 요소인 학생부 세특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고교 교사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모두 교과 세특을 기재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분석도 나온다. 

진학률과 비교해볼 경우 일반고의 학종 세특 미기재 비율이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2019년 4년제대학 진학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소재 일반고 204개교의 평균 진학률은 39.63%였다. 전국 평균인 54.42%를 크게 밑돌면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치였다. 졸업생 절반이상이 4년제대학 진학을 선택한 고교도 14곳에 불과했다. 서울의 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이유는 대학진학의 의지가 없는 학생과 재수생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의 경우 학업의지가 크지 않은 학생들까지 다수 특성화고보다는 일반고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세특에 기재할 만큼 학교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라며 “교육특구를 포함한 일부지역에선 재수생까지 양산되는 상황도 서울의 진학률이 낮은 배경이다. 정시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학종을 대비할 필요가 없다. 교과 세특을 특별히 기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세특 미기재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교현장에서도 모든 학생의 학생부 세특을 교과담당 교사가 작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고교 교사는 “교과 세특이 중요한 학종의 평가요소인 만큼 교사 입장에선 웬만하면 상세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다만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의 세특을 작성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은 세특에 다양한 내용을 기재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의 경우 마땅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생의 미래와 결부된 만큼 충실하게 채워 넣으려 하지만, 실제 학생이 수업에 참여한 사례가 부족해 내용적인 차별화가 어렵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학생마다 차이 없이 비슷한 내용으로 교과 세특을 기재할 경우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종의 평가방향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서류업무에 대한 부담 등 교사마다 모든 학생들의 교과 세특을 기재하기 힘든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단순히 미기재했다는 사실만 강조할 경우 오히려 문제해결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결국 교육계에선 일부 일반고에서 세특 미기재 비율이 높은 상황을 교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세특을 모두 작성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미기재 비율만 놓고 일방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일부 학생들의 교과 세특을 교사들이 기재하지 않은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수업에 불성실하게 임한 학생의 교과 세특을 그대로 적느니 공란으로 남겨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교현장에서는 ‘수포자’들이 많다는 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이를 학생 차별로 몰아가는 것도 곤란하다. 학종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대한 다양한 평가요소가 필요하다. 교사의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업참여가 활발한 학생의 활동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평가방향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교과와 자소서 등을 동반해 교과의 세특 내용과 연결지어 정성평가가 이뤄지는 점이 학종의 의의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학생부 성적만을 평가하는 교과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오히려 일반고에서 상위권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유형별 격차 확인?.. ‘일괄폐지 강행시 하향평준화만 초래’>
고교유형별로 미기재 비율이 다르게 나타난 점도 과장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일반고와 특목자사고의 기재 현황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후기고 지원에 따라 배정되는 일반고와 달리 특목자사고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원하는 만큼 학업의지 역시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세특에 기재할 만한 내용도 많아지는 셈이다. 진학지도 역량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자사고 과고 외고 국제고는 대부분 학종이 확대된 대입의 변화기조에 적응하며 ‘수시체제’를 구축해왔다. 그 성과에 따라 이들 고교가 일반고보다 교과 세특 기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추진될 경우 공교육 전체가 ‘하향평준화’ 되면서 학생들의 부진한 수업참여로 세특을 기재하지 않는 현상이 고교 전체로 확신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세특 미기재 비율이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순으로 나타난 것은 전국 공통으로 확인된 사항이다. 전국 일반고의 학생부 미기재 비율은 국어26.1% 수학30.4% 영어30.4%로 자사고의 국어11.9% 수학17.4% 영어16.8%보다 확실히 높았다. 과고 외고 국제고는 자사고보다도 미기재 학생의 비율이 더 낮았다. 특히 서울을 기준 할 경우에도 일반고 199개교의 세특 미기재 비율은 국어34.4% 수학43.1% 영어39.4%로 나타났다. 반면 자사고 22개교는 국어18.2% 수학22.5% 영어20.8%로 일반고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목고의 경우 과고 2개교 국어18.2% 수학2.8% 영어0%, 외고 6개교 국어25.5% 수학11.2% 영어4.2%, 서울국제고 국어0% 수학29.6% 영어0%였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전적으로 학교나 교사들에 의한 인위적인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현행 고입선발 특성상 상대적으로 학업의지가 낮은 학생들은 특목자사고에 비해 일반고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이기 때문이다. 교사 입장에서 세특에 기재할 내용이 있을 만큼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게 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결과적으로 고교유형별 격차가 나타났다고 해서 문제가 고교유형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적으로 서울 지역 특성화고의 세특 미기재 비율은 국어 70.4%, 수학 74.9%, 영어 69.2%로 매우 높지만 이것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애초에 학생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학종에 맞춰 교과 세특을 특별히 기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미기재 비율이 높아진 것도 교사들이 그렇게 이끌었다기 보다는 학생들의 구성이나 진학의지 등이 결합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고교유형에 따른 세특 미기재 비율을 차이가 나게 된 배경으로 ‘수시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학종을 대비한 수시체제를 가진 고교들이 일반고보다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일반고에 비해 자사고나 외고의 학생부 세특 기재 비율이 높은 것은 고교유형 자체가 아닌 ‘수시체제’에서 비롯된 결과다. 수시체제를 갖추고 진학 노하우도 축적한 특목자사고들이 실제로도 학종에서도 우세하기 때문”이라며 “자사고와 과고 외고 국제고 사이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경우 광역자사고들이 선발과정에서 추첨을 도입해 특목고에 비해 학생자원의 차이가 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수시체제의 유무가 결정적이다. 특목고에 비해 서울의 광역자사고들은 정시중심의 실적을 유지하는 학교들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과 세특 기재 현황에서도 특목고와 자사고간 차이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괄폐지되면서 모두 배정방식으로 운영된다면 고교교육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고교 교사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선발효과를 없애면 일반고에 긍정적인 효과가 유발된다는 주장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특목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반, 한 두명 선에 그친다. 학습분위기가 나아지기는커녕 학급 전체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도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교과별 항목들로도 충분히 학종평가가 가능다고 설명했지만, 일반고의 미기재 비율이 높은 것이 곧바로 확인됐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모두 전환한다면 상대적으로 미기재 비율이 낮았던 이들 고교들도 비슷해질 것이다. 공교육 전체의 하향평준화를 교육부가 스스로 초래한 셈이다. 정시확대와 겹쳐지면서 고교 일선에서도 학종 등 수시보다는 정시에 ‘올인’하는 분위기까지 생길 수 있다. 교육특구와 사교육 과열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 일반고 세특 미기재.. ‘직업계고 확대로 고교체제 개편해야’>
결국 교육계에선 일반고의 학생부 교과 세특 미기재 비율이 높은 것이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 애초에 일반고로 지나치게 많은 학생들이 진학하면서 수업 분위기가 악화됐고, 교과 세특을 기재할 내용마저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실제 현장에서도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진학이 아닌 취업이 목적인 학생들까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대신 일반고로 유입되는 고교체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늘린다면 일반고의 교육경쟁력도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11월7일 내놓은 고교체제 개편방향은 오히려 일반고 더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의 계획에 의하면 2025년 3월부터 단순화된 고교분류가 적용된다. 현재 고교체제는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특성화고 영재학교로 구분된다. 자율고는 자사고와 자공고, 특목고는 과고 외고 국제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로 나뉜다. 그렇지만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자사고와 함께 자율고로 분류되는 자공고도 일반고로 바뀐다. 일반고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특목고 중 과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성화고와 영재학교 역시 학교유형의 변화가 없다. 

현장에선 일반고를 확대하는 교육부의 방안이 고교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일반고의 수도 매우 많은 상황에서 상당수 특목자사고들까지 배정이 가능한 일반고로 편입될 경우 직업계고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병욱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소재한 2345개 고교 가운데 일반고는 1650개로 전체 70.4%의 비중이다. 반면 특성화고는 513개교로 21.9%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대학진학의 의지가 크게 없는 학생들이 상당수 일반고가 수용해야 한다. 2017년 7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중3 내신등급이 평균 3.6등급으로 일반고의 3.8등급보다 높다. 부족한 학교의 수가 직업계고 선택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학업의지가 낮은 학생들의 다수가 일반고로 진학한 것이 확인된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적극 늘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업계고의 비중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늘어난다면 일반고도 상급학교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수업분위기도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세특 미기재 현황을 분석한 내용은 현재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드러난 것처럼 미기재 비율이 높게 나타난 일반고의 교사들에게 교과 세특을 충실하게 작성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본질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로 하는 교육이 현재의 고교체제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물론 대학에 무조건 진학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통념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자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업보다는 이른 시기에 취업하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고교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직업계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고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까지 늘려야 할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채택한 것처럼 진로교육을 미리 시작하고 직업계고를 확대해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빨리 결정해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도 중요하다. 먼저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도 나중에 필요에 따라 대학교육을 받도록 한다면 기회의 공평성도 어느 정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일반고에도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만 모이게 되면서 교육경쟁력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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