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교체와 전국단위 자율학교 지정 견인차로 치열한 교사들의 열정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남해해성고는 학생수 감소로 폐교위기에 내몰렸던 시골학교도 전국구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학교다. 학년당 100명 안팎에 불과한 규모에도 대도시 명문고못지않은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리타스알파가 매년 실시하는 대입실적 조사에 의하면, 남해해성고는 2015대입부터 5년간 서울대11명 고려대37명 연세대25명의 합격자를 냈다. 특히 2017대입에선 서울대5명 합격자 중 3명을 수시로, 2018대입에선 서울대 합격자 4명 전원을 수시로 합격시키면서 사교육효과보다는 고교체제가 결정적인 수시형 공교육모델을 선보였다. 전교생 기숙사 체제로 사교육이 침범할 여지가 없는 남해해성고가 다양한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종시대를 겨냥한 결과다. 교사들의 치열한 모색과 고민은 교육특구못지않은 교사들의 진학지도 열정에 더해 지역특색이 묻어나는 ‘해성농장’ ‘해성멘토링’ ‘해성학습플래너’ 등 남해해성고만의 독특한 커리큘럼으로 이어졌다. 지역특징에 맞게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남해해성고의 저력은 교육부의 전국단위 모집 폐지 강행으로 위기에 몰린 게 현실이다. 하지만 폐교위기에 몰리다 전국구 명문으로 올라선 남해해성고 반전의 핵심은 벼랑 끝에서도 치열했던 교사들의 열정이었음을 감안하면 환경변화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목해야 할 학교임에는 분명하다. 

<‘반전’ 기반 이룬 재단 교체와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
한려수도 내부의 관광지로 각광받는 국토의 남단 경남 남해군. 따뜻한 남쪽 바닷가의 남해해성고는 한때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농어촌 학생수가 급감하며 2000년대 초반 전교생수가 150명을 밑돌았던 때문이다. 줄어만 가는 남해지역 학생들로는 정원을 채우기조차 쉽지 않았다. 당장 학교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이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수가 줄어 존폐위기에 놓인 농어촌지역 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자율학교를 지정하고 교육과정 편성/운영권과 선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율학교 지정은 지역적 불리함에 허덕여야 했던 남해해성고가 현재의 ‘명문고’가 될 기틀을 마련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자율학교로 지정된 곳들의 흥망은 고교별로 엇갈렸지만, 남해해성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손에 쥐면서 폐교설은 자취를 감췄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며 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남해해성고에 또 다른 ‘호재’가 등장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남해해성고 근방 힐튼 남해골프&리조트 등을 보유한 에머슨퍼시픽그룹의 이중명 회장이 재단인 해성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막강 지원의 ‘날개’를 달았다. 취임 전부터 남해해성고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관심을 보여오던 이 이사장은 교실을 증축하고 전교생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 나섰다. 지금도 분기별 1회 이상 학교를 방문하고 명사특강 섭외에 나서면서 남해해성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선보이고 있다.

<변화 이끌어낸 교사진의 헌신과 노력>
남해해성고의 반전의 주역은 교사들이다. 잇따른 호재 역시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흘려보내기 쉬웠기 때문이다. 교장 교감부터 전국 대학의 입학 관계자들을 몸소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대학방문뿐 아니라 벤치마킹을 위한 전국 고교 방문도 함께 이뤄졌다. 이 같은 노력이 현재 연50회가량의 대학관계자들의 남해해성고 방문과 함께 남해해성고 수업이 발표 및 토론으로 이뤄져가는 계기가 되었다.

남해해성고는 매년 대학초청 맞춤형 대입설명회를 실시한다. 학새들이 선호하는 대학 위주로 남해해성고에서 대입설명회를 실시하는 것인데, 지역적 특징을 보면 남해해성고를 향한 상위권대학들의 관심이 입증된다.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에게 직접 궁금한 사항과 지원전략을 질문하고 답을 듣는다. 고3뿐 아니라 고1,2 학생들도 참여 가능하다.

남해해성고 학생의 95%이상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하는 특징도 있다. 전교생 기숙사 생활로 수능중심의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특징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한 학교 프로그램이 받쳐주고 있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학종을 준비하는 만큼, 남해해성고 교사들은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 교과관련 동아리 활동도 다양화하는 등 학생부 기록에 도움이 되는 교육프로그램을 스스로 실시하고 있다.

멘토교사가 수시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추천서를 작성하는데, 학생들이 부담 없이 추천서를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매년 교사들이 대학입학처를 방문해 남해해성고 학생들의 특징과 학교 교육프로그램을 알리는 데도 분주하다. 소규모 기숙학교라 선배들의 입시실적에 따라 해당 대학의 지원 편중현상이 뚜렷한 상황인데, 교사들은 수시 지원 시 내신성적에 신경쓰기보다는 학생이 원하는 학과와 대학 위주로 지원토록 유도하고 있다. 올해 90명의 남해해성고 3학년 학생들의 SKY대학 지원인원은 서울대17명 고려대18명 연세대27명 수준이다.

<지역특색 살린 공교육 시스템>
교사진의 치열한 모색과 고민은 남해해성고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인성함양과 협동심 강화를 위한 ‘해성농장 및 텃밭 가꾸기’와 같은 특색 교육은 물론이고 남해의 명산인 금산 등정과 바래길 체험의 ‘지역문화 체험’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남해해성고만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사수에 맞춰 마련되어 있는 야외벤치를 활용, 교사와 학생 간 유대를 강화하며 학력향상 진학문제 등에 대해 지도와 조언의 장으로 자리잡은 ‘해성 멘토링’, 외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진로체험활동의 일환인 ‘해성인턴십멘토링’, 선후배 또는 같은 학년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자연스레 학습분위기를 조성하고 학력향상에 힘쓰도록 하는 ‘학습 멘토링’까지 빼곡히 갖춰진 멘토링 제도는 남해해성고만의 특징이다. 연 6회 실시되는 명사특강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초빙해 삶의 철학을 공유함으로써 인성과 지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육성을 정조준한다.

특히 2009년부터 농어촌 지역 학교의 특성을 살린 노작 활동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해성농장’ 프로그램이 독특하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내에 마련되어 있는 농장에서 자율 활동 및 봉사시간을 활용해 마늘 오이 고구마 배추 등 다양한 채소를 학생들이 직접 가꾼다. 학교 인근 논을 이용해 모내기 추수의 체험도 진행한다. 농장의 수확물은 학교 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되거나 귀가일을 이용해 각 가정으로 보내기도 한다. 농장의 수확물을 가지고 인근 마을 회관이나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기부 및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남해해성고 전교생뿐 아니라 교장 교감을 비롯, 전 교사 및 행정실 직원들까지 함께 농장활동을 하고 있다.

해성농장 외에도 2016년부터 시작한 ‘세다토론’과 ‘1인1기’가 특색 있는 자율활동으로 돋보인다. 세다토론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적으로 시사성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는 데 목표가 있다. 학기초 학급회의를 통해 월별 토론 주제를 정하고 주제별 사회자가 찬성 측과 반대 측 토론자, 패널을 선정한다. 이후 자율활동 시간(격주, 월 2회)을 이용해 자료 제작 및 토론 준비를 1회, 토론 활동을 1회 실시한다. 모든 활동은 학생 주도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토론준비 과정에서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해당 내용과 관련 있는 교과목 선생님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질문한다. 학생들이 토론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교실에 담임교사가 함께 있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사는 토론에 개입하지 않는다.

1인1기는 태권도를 통해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했다. 남해해성고 1,2학년 학생들은 자율활동시간(격주, 월 2회)을 이용해 학년별 수준에 맞는 태권도 강좌를 수강한다. 태권도 사범 자격을 갖춘 체육 교사가 진행하고, 태권도 유단자 학생들이 보조 사범으로서 선생님을 보조한다. 학년말 인증시험을 실시해 시험결과 및 출석률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 한해 학생부에 활동내용을 기재한다. 체육대회 동백문화축제 때 1인1기 발표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교내활동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명 이사장이 “교육의 가장 기본은 부모공경”이라 강조하면서 2017년부터 시작한 ‘카페 활동을 이용한 효/사랑 실천’도 눈여겨볼만하다. 전교생 기숙사 생활로 인해 자칫 가족과 소원해지거나 감사 표현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 존중 배려 소통 협력하는 가족 공동체 형성을 도모하고자 실천적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년별 카페에 실시 결과 또는 소감을 학부모가 업로드해 학부모간 학부모-교사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교사가 관찰할 수 없는 가정에서의 학생활동을 공유해 학생에 대한 교사의 깊이 있는 이해도 돕고 있다.

<사교육 청정지역의 교육역량강화>
학업역량 위주의 프로그램들도 충실히 마련되어 있다. 사교육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은 환경 탓에 자칫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놓칠까 우려해 남해해성고 교사들이 직접 개설한 심화선택 방과후 프로그램들이다. 대표적으로 ‘심화 선택 방과후수업’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 ‘주말 토론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심화 선택 방과후수업’을 통해선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대학 전공 기초 과목을 개설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공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 있고, 그 기초를 학습함으로써 대학 전공을 선택했을 때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 학기초에 학생들이 선택해 일주일에 2시간씩 한 학기에 2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선 학기별로 학생들 중에서 취약 과목을 조사해 과목별 교사 1인에 학생 6~8명씩 정해 한 장소에 모여서 일시로 하는 수업이 아니라 수시로 개인별 수준에 맞는 과제를 제시해 꾸준히 피드백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주말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선 수리 과학 인문사회 외국어 등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주말에 모둠을 만들어 심화 문제 또는 논제를 제시하면 서로 깊이 있게 토론하고 발표하며 종합적 사고력과 발표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독서 프로그램은 올해 특히 더욱 정교화했다. ‘해성인의 책’은 올해 개설한 떠오르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고정현 교감은 “한 권의 책도 다양한 학생들이 어떤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도서 추천 활동은 단순히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것’을 넘어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남해해성고의 특색 CEDA 토론과 연계해 지식을 표현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중앙현관에 비치된 알림TV에 추천 도서를 설명하는 PPT를 탑재하고, 도서부와 연계해 추천 도서를 기획 전시해 학생들이 추천 도서를 읽어보는 기회를 가진다. 도서관 전시 공간을 활용해 추천 도서를 전시하고 있는데,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역시 올해 시작한 ‘다독다독, 느티나무’를 통해서는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 따라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각종 매체들까지 함께 살펴보면서, 같은 내용도 형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2015개정교육과정과 연계해 시작한 ‘한 학기 한 책 읽기’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은 자신의 책을 한 권 들고 와서 수업 시간에 읽는다. 읽으면서 독서 일지를 작성하는데, 이는 ‘의문점’ ‘흥미로운 구절’ ‘심화 질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독서에 대한 흥미는 물론, 지성을 함양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독서 일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매 시간 제공하고, 책은 도서관과 연계해 빌릴 수 있도록 한다.

남해해성고 학생들은 원하는 책은 모두 읽을 수 있는 ‘특혜’도 지닌다. 2015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도서 기증, 덕일 북 카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남해해성고는 남녀 기숙사 각각에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다. 각 도서는 신간 도서를 비롯해 고전을 아우르기도 한다. 학생들은 면학을 마치고 나서라도 기숙사 안에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서관 업무 담당 교사가 학생들의 희망도서를 신청 받고, 도서가 오면 학생들에게 이를 공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남해해성고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은 ‘해성인증제’를 통해 학생마다 성취감을 갖게 한다. 2018년 시작한 해성인증제는 독서인증제 어문인증제 탐구인증제 예체능인증제 봉사인증제와 최우수학생인증제까지 6개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인증제를 통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뛰어넘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을 도출하거나 복합적 사고를 하고, 획일적이고 고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려 노력하게 된다. 5개분야 외에 최우수학생인증제도 함께 실시,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은 학생의 우수성을 인증하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학생수 급감으로 인해 폐교위기에 몰렸다가 구성원의 합심으로 기사회생, 현재 공교육 롤모델로 우뚝 선 남해해성고는 다시 한 번 폐교위기에 몰렸다. 현장에선 가능할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용이지만, 자율학교의 전국단위 모집을 2025년 폐지하겠다는 정부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남해해성고가 다져온 그간의 노력을 보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위기이다. 강억구 교장은 “정부정책이 매년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평등성에만 치우치다 보니 수월성교육과 평등성을 추구하며 공교육을 지향해 온 본교나 비슷한 상황의 학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구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남해해성고는 외부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도 똑똑한 사람과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만을 찍어내는 공장식 학교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잠재능력을 존중하고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학력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지식들을 융합 및 재구성해서 이를 능동적으로 발산할 줄 아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를 지향한다. 학교는 집이요, 교사는 부모, 학생은 자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누구나 오고 싶고, 보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학교로서 남해해성고라는 단 하나밖에 없는 공교육 브랜드를 창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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