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격돌' 일괄폐지 밀어붙이는 정부vs격화하는 현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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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대격돌' 일괄폐지 밀어붙이는 정부vs격화하는 현장반발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11.2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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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투쟁에 집단행동 가능성.. ‘공교육 약화에 교육특구 쏠림, 해외유학 부작용 불가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문재인대통령의 일괄폐지 지시이후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나왔지만 현장반발이 격화하면서 법정투쟁은 물론 총선을 겨냥한 여론전까지 정부와 학교당국간 대격돌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제1차 고교교육혁신 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폐지방안을 논의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와 입학/선발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25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유 장관은 “추진단 회의는 고교서열화 해소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구체적 움직임”이라며 “앞으로도 ‘공정한 교육’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은 물론 고교학점제 등 미래교육으로의 변화까지도 꼼꼼히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본래부터 시행령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된 만큼 관련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자체가 시행령에 근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없애는 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계획에 의하면 고교 유형을 구분해 명시한 76조의3, 외고/국제고 지정과 관련된 90조의 1항6호, 자사고 지정과 관련된 91조의3, 자공고 지정과 관련된 제91조의4가 삭제된다. 일부 일반고들이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부칙 21375호 4조도 삭제한다. 현재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49개일반고의 모집범위가 축소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안은 27일 입법예고하고 40일간 의견수렴과 규제/법제심사를 거쳐 내년 2월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교원단체는 물론 학교 관계자들도 정부가 시행령 삭제를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려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 관계자들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원외고 동문 변호사들 역시 자발적으로 외고를 지키기 위한 법적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시행령을 없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일차원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들이 학생모집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조차 검토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반발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 사립고교들은 생존을 위해 특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현재 42개교에서 38곳으로 줄어들 예정인 자사고들은 모두 사립고교다. 사립외고 16개교와 유일한 사립 국제고인 청심국제고까지 더해지면 총 55개교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과연 교육부가 모든 상황을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현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오기로 밀어붙이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이뤄진다면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고와 외고는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교육특구 쏠림 현상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시절 만들어진 ‘원조 자사고’들로 불리는 자립형사립고들의 분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광양제철고는 전남 광양, 민사고는 강원 횡성, 상산고는 전북 전주, 포항제철고는 경북 포항, 현대청운고는 울산 동구에 소재한다. 수도권에 쏠려 있던 교육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 내에 자리한 6개외고도 모두 비교육특구 지역에 위치한다. 만약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수월성교육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특구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소득계층에 속한 우수학생들은 해외유학을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일반고의 수를 늘리는 방향의 고교체제 개편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직업계고에 비해서 일반고가 지나치게 많아 대학진학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수 유입되는 구조가 일반고 황폐화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의 고교체제로는 대학진학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일반고로 가게 된다. 마이스터고나 인기가 높은 특성화고에 불합격한 학생들은 일반고로 진학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업계고에 가야 할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해 생기는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 이미 현장은 보고 느꼈다. 일반고의 비중을 과감히 낮추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고교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당국이 수월성과 공교육경쟁력을 지탱해온 특목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공교육 전반의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미 선보인 일반고강화대책 역시 혁신학교 전국 확대에 불과하다는 평가이고 보면 공교육에서 수월성을 아예 제외시킨 하향 평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에서 수월성을 향한 수요는 사교육과 해외교육으로 빠져나가라고 밀어붙인 셈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교육이나 미래에 관심도 없는 정치세력들이 총선용카드로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몰아붙인다는 점이다. 더구나 조국사태 무마를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정시확대와 일괄폐지가 나왔다는 배경까지 생각하면 더이상 수요자나 미래를 위한 정상적인 교육정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나왔지만 현장반발로 험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20일 ‘제1차 고교교육혁신 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폐지방안을 논의했다. 그렇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교원단체는 물론 학교 관계자들도 정부가 시행령 삭제를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려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나왔지만 현장반발로 험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20일 ‘제1차 고교교육혁신 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폐지방안을 논의했다. 그렇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교원단체는 물론 학교 관계자들도 정부가 시행령 삭제를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하려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반발 확산’ 특목자사 일괄폐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예고’>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현장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도 삭제할 수 있지만, 실제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교육제도와 그 운영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 ‘교육법정주의’를 위반한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수요자들이 있고, 그동안 학교 경영을 위해 사학재단들의 재산권도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삭제해 이들 학교를 없애는 독단에 대한 반발은 자연스럽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여당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정치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헌법 정신의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한 헌법 제31조 제6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4월 자사고 일반고 동시선발 관련 헌재 결정에서 재판관들은 ‘현재의 자사고 혼란은 고교의 종류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고교의 종류와 입학전형 방법 등은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더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시행령으로 없앨 수 있다면 언제든 손쉽게 시행령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과 교육의 미래가 정치이념에 좌우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혼란과 갈등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차기 정권이 결정할 사안을 뚜렷한 대안도 없이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고교체제 개편을 내년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질 뿐이다.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힌다면 그 혼란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고교 현장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국가대표 자사고’로서 수월성교육의 선도모델을 이끌어온 민사고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일반고 전환 시 모집범위가 축소되면서 학교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사고 한 관계자는 “자사고를 죽이기로 결정한 처사다. 세부적인 검토 없는 정치적 발표”라며 “재지정 평가를 통해 부실한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도태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내놓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올여름 자사고 재지정 과정에서 지적받은 여러 사항을 개선하고 있는데 다 쓸모없는 일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민사고는 다른 자사고와 공동으로 정부정책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교육당국에 대안학교나 영재학교로 전환을 요구하는 방침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고와 외고 관계자들은 집단행동에서 나설 방침이다. 자사고/외고 연합체를 구성해 정면대응할 계획이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공동체연합회 회장은 “시행령을 바꾼다 해도 기존 시행령에 근거해 설치된 학교를 갑자기 문 닫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자사고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은 “정부가 평등교육을 한다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공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다양한 수월성 교육에 충실해 온 자사고를 나쁜 학교로 호도하며 말살시키려 한다. 국면 전환을 위해 교육을 건드리면서 각종 죄를 오로지 최선을 다해왔던 자사고와 외고에만 뒤집어씌우는 것이 분통하고 억울하다. 당사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교육체제를 뒤흔드는 국가 교육정책이 결정됐다. 대한민국의 고교 공교육은 또다시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교연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동문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눈에 띈다. 10여 명의 대원외고 출신 변호사들은 무료 변호인단을 구성해 다음달부터 정부의 일괄폐지 방침에 대한 법적투쟁에 돌입한다. ‘대원외고 출신 1호 검사’로 알려진 김윤상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변호인단은 시행령 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교육부장관 처분 취소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헌법소원도 고려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2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외고 폐지 정책을 무력화시키고자 법정 투쟁에 나서겠다. 모교를 대리해 권익을 지켜낼 것이다. 조만간 모교를 방문해 선임계 작성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 계획을 잡을 예정”이라며 “제 인생과 자존심을 걸고 전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교육 약화 불가피'..'교육특구 쏠림에 해외유학 수요까지’>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강행한다면 로 교육특구 과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아 ‘공교육 약화’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찾는 수요자들이 교육특구와 선호도가 높은 학교 근방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고소득계층 우수학생의 해외유출도 우려된다. 그동안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무력화된다면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국내에서 교육을 받아야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계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없앤다면 ‘강남8학군’으로 대표되는 교육특구의 부활과 함께 일반고 서열화까지 공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월성교육 수요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만큼 교육특구와 일부 ‘명문고’들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사교육과 교육특구의 과열이 극심했던 70~80년대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교총 관계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없앤다고 입시 경쟁과 고교서열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남8학군이나 지역 명문고 부활 등 과거 평준화 시절의 폐해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조사관과 유지연 조사관 역시 6월27일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고교평준화제도 하에서 모든 자사고가 폐지된다면 ‘강남8학군’ 등 교육특구나 지역의 ‘명문고’들로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특히 정부가 2025년으로 일괄폐지 시점을 정한 것이 수요자들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특구뿐만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내왔던 자사고나 외고 인근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인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종과 정시 모두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결과들이 나온 상황에서 명문학교,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는 과거보다 더 높아져 있다. 일괄폐지로 인해 고교유형간 격차가 일반고간 격차로 모양만 바뀌면서 서울에선 하나고나 대원외고 등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명문학군으로의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의 수월성 약화가 해외유학 수요까지 늘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교육에서는 수월성과 평등성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한쪽을 누르면 그 관성으로 더욱 강하게 반대편을 향해 움직이는 저울추 같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무게중심을 서로 주고받으며 균형을 잡아 왔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전 정부들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체제를 유지한 이유도 공교육 내에서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와 정시확대가 맞물릴 경우 재수가 양산되고 사교육이 성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월성교육 자체를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판단한 고소득층 수요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정부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강행은 우수인재들의 해외유출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예고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교육특구 과열’ 없다는 교육부.. ‘확증편향으로 자료 왜곡’>
그렇지만 교육부는 현장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교육특구 과열 가능성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7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 후 기자들의 질의에 대답하면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로 인한 ‘강남 쏠림’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 2017년 고교체제 전환을 발표했을 때나 최근 여러 가지 통계 등을 종합해 보면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고교체제 개편으로 강남3구의 부동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질적인 입증자료나 또 실제화 됐던 경우가 없었다. 심리적인 우려 이런 것들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사고 재지정평가 논란이 불거졌던 7월15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도 교육부 관계자는 강남8학군 부활의 우려에 대해 “과도한 우려나 오해”라고 일축했다.

교육부가 교육특구 쏠림을 반박하기 위해 자료를 취사선택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 장관은 고교체제개편과 부동산가격의 상관성을 입증할 자료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지만, 서울의 광역자사고가 그간 강남3구의 부동산수요 억제효과를 내왔던 것이 이미 확인됐다. 종로하늘이 자사고가 대대적으로 지정된 2000년 이후 현재까지의 서울25개구 부동산 전세가격과 학생전출입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 의하면 광역자사고 도입이전인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25개구 아파트가격 상승률 1위에서 3위까지 모두 교육특구가 차지했다. 아파트 3.3㎡당 가격상승률 기준으로 강남구(228.3%) 서초구(208.1%) 양천구(196.8%) 순이다. 반면 광역자사고가 지정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1위에서 3위까지가 모두 비강남권이다. 성동구(76%) 서대문구(69.2%) 마포구(64.4%) 순이다. 세 지역에는 모두 자사고가 지정된 공통점이 있다. 성동구에는 한대부고가, 서대문구에는 이대부고가, 마포구에는 숭문고가 있다. 종로하늘 임성호 대표는“자사고가 교육특구로의 학생 전학 수요를 억제하며, 부동산가격 편중의 문제 해결에도 일정부분 영향은 미쳤을 수도 있다. 교육특구로 반드시 전학을 가야 한다는 불안감을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5~14세 학령의구의 총 전입이 총 전출보다 항상 많았다는 통계자료에 근거해 교육특구 쏠림과 자사고폐지가 무관하다는 교육부의 주장도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오히려 자사고가 교육특구 쏠림을 완화해왔다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7690명으로 급증했던 강남8학군 전입이 자사고들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201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 2010년 4784명, 2011년 3609명, 2012년 3133명의 추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매년 전입이 있었기 때문에 자사고를 폐지해도 교육특구 쏠림이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교육부의 논리는 경악스럽다. 자사고 도입 이후 강남8학군 전입인구가 줄어든 객관적 사실은 외면한 채 무엇이 문제냐고 오히려 따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된 취지 가운데 하나는 과도한 교육특구 쏠림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실제 서울 내 6개외고는 모두 비교육특구에 소재하고 있다. 자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교육특구 이외의 지역에서 지정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이를 무시하며  자사고가 교육특구 수요를 흡수해왔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고교배정방식이 타 학군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교육특구 전입이 필요하지 않아 쏠림현상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군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전입이 발생하는 경우 자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학생들이 거주하지 않는 타 학군 학교의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1단계에서 원하는 학교에 배정되지 못할 경우 거주지 학교군 내 지망인 2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곳에 가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는 서울의 전지역 학교에 지원이 가능한 고교배정 1단계에서 강남서초학군의 지원비율이 4.1%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렇지만 거꾸로 교육특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이미 전입을 택했기 때문에 강남서초학군의 비율이 낮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교육부의 분석은 여전히 매우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교육특구 진입을 타진하는 현실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향부터 틀린’ 고교개편.. ‘일괄폐지대신 직업계고 확대가 실질적 대안’>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고교체제 개편의 방향부터 틀렸다고 지적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폐지해 일반고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하향평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지금도 일반고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특목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가 무너졌다고 진단했지만, 교육계에선 일반고 수업이 파행이 된 결정적 원인으로 직업계고가 부족한 것을 꼽는다. 대학진학이 아닌 취업이 목적인 학생들까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대신 일반고로 유입되면서 수업 분위기가 열악해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만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늘린다면 저절로 일반고의 경쟁력도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의 계획에 의하면 2025년 3월부터 단순화된 고교분류가 적용된다. 현재 고교체제는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특성화고 영재학교로 구분된다. 자율고는 자사고와 자공고, 특목고는 과고 외고 국제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로 나뉜다. 그렇지만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자사고와 함께 자율고로 분류되는 자공고도 일반고로 바뀐다. 일반고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특목고 중 과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성화고와 영재학교 역시 학교유형의 변화가 없다. 

현장에선 일반고를 확대하는 것이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일반고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한다. 현재 전국에 소재한 2358개 고교 중 일반고는 1556개로 전체 66%를 차지한다. 반면 특성화고는 490개교로 20.8%다. 결과적으로 대학진학의 의지가 크게 없는 학생들이 상당수 일반고로 가는 상황이다. 2017년 7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중3 내신등급이 평균 3.6등급으로 일반고의 3.8등급보다 높다. 부족한 학교의 수가 직업계고 선택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사실상 학업의지가 낮은 학생들의 다수가 일반고로 진학한 것이 확인된다.

결국 수요자 중심으로 고교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직업계고의 비중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늘어난다면 일반고도 상급학교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수업분위기도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기본적으로 고교체제는 수용 가능한 학생을 기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대학에 무조건 진학해야 한다는 통념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자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업보다는 이른 시기에 취업하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그런 학생들의 경우 교과학습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고와 직업계고의 적정비율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교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직업계고를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진로교육을 미리 시작하고 직업계고를 확대해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빨리 결정해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도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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