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심화한 교육특구 독식 가속화' ..'소외지역 일반고 진입끊길듯'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최근 3년동안 정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수시로만 입학생을 배출한 시군구가 전체의 31%인 7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비수도권에 쏠려 있었다. 여영국(정의당) 의원이 지난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고교 소재 시군구별 수시/정시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229개 시군구 중 수시로만 서울대 입학생을 낸 곳이 71곳이었고, 이 중 69곳이 비수도권이었다. 수도권에 해당하는 두 곳은 경기 여주시와 연천군이었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서울대 실적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시로만 합격생을 배출한 71개 시군구를 시도별로 살펴보면 강원 전남 경북이 각 10개 시군구였고 전북 9곳, 충북 7곳, 충남 경남 각6곳, 인천 5곳, 부산 4곳, 경기 2곳, 대구 울산 각1곳 순이었다. 여영국 의원은 “정시 확대는 이들 지역의 서울대 입학 가능성을 더욱 줄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정시 확대가 서울대 진학 스펙트럼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서울대 학종의 도입 이후, 소외지역 합격생이 증가하는 등 일부학교의 독식 체제가 깨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9수시에서는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었던 경북 의성군, 전남 구례군, 충남 태안군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될 경우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사교육의 지원을 받기 쉬운 교육특구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3년동안 정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수시로만 입학생을 배출한 시군구가 전체의 31%인 71개로, 대부분 비수도권에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확대가 서울대 진학 스펙트럼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최근 3년동안 정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수시로만 입학생을 배출한 시군구가 전체의 31%인 71개로, 대부분 비수도권에 쏠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확대가 서울대 진학 스펙트럼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경기 정시우세 53.6%.. 비수도권 15.6%>
전체 시군구를 서울/경기와 나머지 시군구로 나눠 살펴보면 수도권 중심으로 정시가 우세한 곳이 더 많았다. 서울/경기의 경우 전체 56개 시군구 중 정시가 우세한 곳이 30개로 53.6%를 차지한 반면, 다른 시도는 전체 154개 시군구 중 정시가 우세한 곳은 24개로 15.6%에 불과했다. 

수시로만 합격생을 배출한 71개 시군구를 포함해 정시보다 수시가 우세했던 곳은 총 156곳이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에서 수시가 우세한 시군구 수가 더 많았다. 전남 경북의 경우 정시가 우세한 곳이 각2곳인 반면 수시가 우세한 곳이 17곳이었다. 강원은 정시가 우세한 곳이 3곳인 반면, 수시가 우세한 곳이 14곳이었다. 경남이 수시우세13곳/정시우세1곳, 충남 수시11곳/정시2곳, 전북 수시11곳/정시1곳, 부산 수시10곳/정시6곳, 인천 수시9곳/정시0곳, 충북 수시8곳/정시1곳, 대구 수시6곳/정시2곳, 대전 수시5곳/정시0곳, 광주 수시4곳/정시1곳 순으로 정시가 우세한 곳보다 수시가 우세한 곳이 더 많았다.

정시가 우세했던 54곳 중에서는 서울이 10곳, 경기가 20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천 대전 세종 제주는 정시가 우세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3년동안 정시 수능 합격생이 우세였던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가 정시 입학생 비율이 11.9%로 가장 높았고, 서울 서초구(6%), 경기 용인시(5.7%), 서울 양천구(4.5%), 경기 성남시(4.3%) 순이었다. 가장 최근 입시인 2019학년으로 좁혀봐도 서울 강남구가 11%로 가장 높았고 서울 서초구(7.4%), 경기 용인시(6%), 서울 양천구(4.4%), 경기 성남시(4.2%) 순이었다. 모두 학원밀집지역이 다수인 특징이다. 

 여 의원은 “수능 정시가 확대될 경우 서울 경기 지역의 학원밀집지역은 유리하고, 지방은 더욱 불리해져 지역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소득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외지역 일반고’ 서울대 진입 끊길 우려>
서울대가 매년 발표하는 수시모집 선발결과를 살펴보면 수시합격자를 배출하는 고교는 매년 확대추세다. 2016학년 778개교, 2017학년 800개교, 2018학년 831개교, 2019학년 849개교 순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대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수 고교가 학종 체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다수 상위대학들이 학종중심으로 체제를 잡아가며 고교 역시 이에 발맞춰 학종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돌연 정시 확대로 기조가 바뀔 경우 수시 확대 추세에 맞춰 수시 체제로 체질을 개선해오던 학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군 지역이나 고교에서 합격생을 배출하기 시작하던 흐름이 끊길 우려도 있다. 지난해 2019수시에서는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었던 3개 군 지역에서 합격생이 배출되기도 했다. 최근 3년동안 합격생이 없었던 95개 일반고에서도 합격생을 배출했다. 2016학년 66개교, 2017학년 90개교, 2018학년 91개교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 정시 최근12년간 ‘교육특구’ 독식 강화>
정시가 서울 내에서도, 특히 교육특구에서 득세라는 점은 2007~2018년 서울지역 고교 서울대 등록자 현황 분석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정시 등록자 중 교육특구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제공한 2007~2018학년 서울 소재 고교 서울대 최종 합격자(최종 등록자 기준, 이하 등록자) 통계를 기반으로 서울대 입시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를 기점으로 살핀 결과다. 

정시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수시는 특기자(논술) 선발을 실시하던 2007학년을 시작으로 수시 전 전형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2012학년, 학종이 본격 도입된 2014학년, 가장 최근인 2018학년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2007학년 정시 등록자의 54.5%를 차지했던 교육특구 비율은, 2012학년 57.7%, 2014학년 61%, 2018학년 63.8%로 꾸준히 늘었다. 

정시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정시 선발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 등록자에서 교육특구 쏠림현상도 커졌다. 수시/정시 합산 전체 등록자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은 2007년 42.3%에서 2012년 43.2%로 소폭 확대됐다가 2014년 39.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2012년 서울대 수시 선발 비중이 60.8%에서 2014년 82.6%로 대폭 확대되면서 정시 비중이 줄어든 것과 영향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대폭 확대됐던 수시 비중이 2018년 78.5%로 다시 줄어들면서 교육특구 등록자 비율 역시 42.2%로 확대된 특징이다. 

서울지역 고교 중 2007년부터 12년간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지 못한 고교와 예고/체고/특성화고/기타 등을 제외한 고교는 모두 233개교다. 이 중 강남/노원/서초/송파/노원의 교육특구 지역 고교는 72개교, 비교육특구 고교는 161개교다. 최근12년간 단 한 번이라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적이 있는 고교수만으로 따지더라도 비교육특구의 수가 2배 넘게 많다.

하지만 서울대 등록자 배출 상위고교로 범위를 좁힐수록 교육특구 쏠림현상은 심해졌다. 2018년 기준, 톱100(103개교)에서는 교육특구 48개교, 비교육특구 55개였고 톱30(32개교)에서는 교육특구 19개교, 비교육특구 13개교로 비교육특구의 수가 교육특구 대비 줄어들었다. 

서울대 정시에서 특구 쏠림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국감자료를 통해 지적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2018년도 서울대 입시 현황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정시에서 1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16개 고교 중 7곳이 서울지역 교육특구 고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동고 24명(강남구), 세화고 16명(서초구), 강서고 15명(양천구), 휘문고 14명(강남구), 단대부고 11명(강남구), 숙명여고 11명(강남구), 경기고 10명(강남구) 순이었다. 특정 고교 쏠림현상도 심했다. 정시 10명 이상 16개고교는 정시 모집인원 703명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22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2월 발간된 교육감협의회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1차 연구보고서도 역시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대한 사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강남과 목동 지역의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수는 서울 전체의 59.67%에 달한다”며 “2016~2018학년 서울대 정시 입학생 전체(전국)의 24.58%, 즉 서울대 정시 입학생 4명 중 1명이 강남 또는 목동 출신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용산구의 경우 2017대입에서 단 한 명의 정시 입학생도 배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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