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자]등록금 10만원 상승 논란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올해 대학 등록금이 10만8400원이 올랐다는 뉴스가 최근 대학가를 뒤흔들었다. 사태의 시작은 윤관석(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19일 내놓은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4년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637만5400원으로 작년 626만7000원 대비 10만8400원, 1.7%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윤의원은 밝혔고 대부분 언론들은 “’올해 대학등록금, 전년比 더 올라’”, “‘반값등록금’은 어디로...4년제大 평균등록금 637만원”, “윤관석 ‘대학등록금, 지난해보다 1.7% 올라’” 등의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불황시대에 반값등록금을 고대하는 대학생, 학부모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공분할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윤의원의 보도자료를 곧바로 반박하면서 벌어졌다. 교육부는 “보도 내용의 연간 등록금은 개별대학의 학생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학별 평균 등록금을 단순 평균해 평균등록금 자료로 사용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현재 채택하고 있는 학생수를 고려한 ‘입학정원 가중 평균등록금 산출방식’을 적용하면 1인당 평균 등록금은 0.24% 인하되는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일부언론은 교육부의 해명자료를 반영해 기사를 다시 출고했거나 2보 기사를 보도한 상태다.

과연 올해 대학등록금은 윤의원 주장처럼 올랐을까 아니면 교육부의 해명처럼 내렸을까.  그리고 이런 일은 왜 벌어졌을까. 결론적으로 국감을 맞은 윤의원 보좌관들의 과욕과  검증없이 받아쓴 언론들이 함께 빚은 해프닝으로 보인다.  우선 윤의원의 자료는 허점이 많았다. 윤 의원 자료는 등록금이 올랐다고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2013년 자료) 없이 2014년 등록금 데이터로만 등록금 상승만을 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중 국립, 공립, 사립, 국립대법인 유형의 학교를 본분교를 합한 데이터로 제시하고 있어  대학알리미와도 비교가 어렵다. 이어 나온 교육부의 해명자료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윤의원 자료와 해명자료간의 기준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윤의원실의 과욕과 검증없이 받아 쓴 언론의 합작품>
윤 의원이 밝힌 보도자료는 2013년 등록금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하자를 가진다. 비교대상이 없이 등록금이 ‘올랐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근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여기에다 단순히 2014년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 의과대학과 예체능계열에서 등록금이 높은 학교만이 적시돼 있을 뿐이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엑셀파일인 ‘대학별 연평균등록금_보도자료첨부’를 살펴보아도 2013년에 관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등록금 증감을 따지는 자료에서 2014년 평균 등록금이 높은 대학의 순위를 제시한 점도 논리적이지 못했다. 등록금의 증감을 따지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들이 등록금의 인상분 혹은 감경분이 기준으로 합당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와 첨부파일에서는 2014년 평균 등록금만이 제시돼 있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첨부파일을 살펴보면 보도자료 속에는 지방캠퍼스들은 제외돼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를 제공한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통계를 본교와 분교 따로 관리하고 있으나 본분교 통합된 자료가 나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연세대 본교와 원주캠퍼스를 별도로 공시하는 대학알리미와 달리 본분교를 통합해 자료를 요구해 평균치가 제시된 셈이다.   

대학유형과 설립구분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일반대학 외에도 교육대학, 산업대학, 사이버대학, 방송통신대학 등 여러 대학 유형이 존재하며, 설립유형도 국립, 공립, 사립, 외국법인, 특별법법인, 국립대법인 등으로 다양함에도 어떤 기준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첨부파일을 살펴보면 대학유형은 일반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으로, 설립구분은 국립, 공립, 사립, 국립대법인만이 포함됐다. 특별법법인인 KAIST, GIST대학 등이 빠지게 되는 셈. 교육수요자들에게 파급효과가 큰 대학들이 빠진다는 사실도 간과하게 된 셈이다.국립대법인 자료도 설립구분도 틀렸다. 서울대, 인천대,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는 국립대법인이지만 첨부자료에는 국립으로 분류돼 있었다.

결국 윤의원실에서는 지난 4월 대학알리미 정보공시자료를 교육부로 부터 받아  비교의 대상이나 기준점을 적시하지 않은 채 전체의 평균이 올랐다는 주장과 함께 평균등록금으로 대학별 순위를 나열한 표를 보도자료에 담은 셈이다. 전체 대학등록금이 올랐다는 주장은 전년도 데이터를 달지 않아 근거 없는 주장으로  드러났고 4월 대학알리미 공시를 통해 기사를 썼던 대부분의 언론들은 똑같은 기사를 아무 검증없이 다시 기사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4월 기사와 일부 대학 등록금의 숫자가 틀린다.  4월의 기사는 알리미의 기준대로 본교 분교가 나눠져 제시됐지만 윤의원실이 교육부에 본분교 통합 자료를 요구하면서 숫자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은 윤의원실이 제공한 자료가 4월에 이미 썼던 대학알리미를 통한 대학등록금 기사와 동일한 데이터라는 점을 눈치 채지 못한채 기사화한 셈이다. 이들 언론이 올해 4월 알리미 정보공시에서 2014학년 대학별 평균등록금을 담은 교육부의 보도자료를  “대학 등록금 평균 666만7천원 ‘찔끔 인하”, “4년제 대학 등록금 평균 666만여 원...0.24%↓” 등으로 등록금 인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었다.  윤의원실의 홍보욕심을 내놓은 자료를 검증 없이 기사화함으로써 동일한 자료를 두번씩, 그것도 정반대로  쓰는 불상사가 벌어진 셈이다.

교육부 해명자료역시 미흡한 점이 있었다. 교육부는 “1인당 2014학년 1인단 연간평균등록금은 667만원으로 지난해 668만원에 비해 0.24% 인하한 것으로 나온다”며 “4월30일 교육부 보도자료를 참조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해명이 적절치 않은 것은 4월 30일 보도자료와 윤관석 의원 자료는 기준이 달랐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제대로 윤관석의원실의 자료를 반박하려면 윤의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오류를 바로잡고 통상 알리미통계의 기준으로 다시 통계를 제시했어야 한다.고등교육법 제2조에서 정한 ‘대학’ 즉 일반대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교육대학과 산업대, 국립대법인까지 포함된 자료와 다르다. 더구나 가천대, 한국교통대 등 통폐합, 학제변경 등으로 제외된 학교들까지 고려한 데이터였다.

<대학등록금은 인하가 맞아...교육부의 판정승> 

 그렇다면 등록금은 인하일까 인상일까. 윤 의원이 기준으로 삼은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중 국립, 공립, 사립, 국립대법인 대학이라는 기준과 교육부가 고려한 학제전환, 폐교 등의 기준을 적용해 대학알리미에서 데이터를 산출해본  결과 등록금 인상 대학은 26개교, 등록금 동결대학 28개교, 등록금 경감대학은 132개교였다.윤 의원이 밝힌 10만8400원이라는 등록금 인상폭은 나오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등록금 경감대학이 등록금 인상대학의 4배에 이르는 때문이다. 등록금을 5만원 이상 인상한 학교는 11개교에 불과했으나 등록금을 5만원 이상 감경한 학교는 22개교였으며 50%인 11개교는 10만원 이상을 감경했다. 학제전환, 폐교 등의 사유를 고려하는데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계산 방식인 ‘입학정원 가중 평균등록금 산출방식’에서 고려하는 학과별 학년별 등록금과 학과별 학년별 입학정원 데이터가 없어 실제적인 평균등록금과 인하폭을 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10만8400원이라는 인상폭이 도출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부적절한 방식이라 밝힌 각 대학들의 등록금 평균의 단순 평균치로도 등록금이 인하된 것으로 나온다. 2014학년 평균 등록금은 640만9500원으로 지난해 642만5000원에 비해 1만5500원 인하된 것으로 계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