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부터 AI교육강화한다면서 교재도 교사도 없어'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울교육청의 ‘청사진’이 공개됐지만, 현장에선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9일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방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교육청은 2021학년부터 모든 특성화고에 인공지능(AI)교육을 강화하고, 희망하는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AI고와 빅데이터고 전환 개교를 추진한다. 2024학년까지 총 10개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특성화고 국제화 교육 지원,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특성화고 취업률 제고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특성화고는 우리의 미래”라며 “이미 도래한 AI시대에 부응하는 특성화고 교육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여 직업교육을 활성화 하겠다. 미래핵심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AI분야 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실현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2021학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지만 교과서는 물론 전문교사 양성을 위한 지원 방안도 내년에 진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서울교육청의 계획은 세부적인 내용이 미흡하다. 일례로 교육청이 제시한대로 교원연수를 실시해도 교사들이 AI전문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조 교육감은 매번 내놓는 계획마다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7월에 공개했던 일반고 종합지원계획인 ‘일반고 전성시대 2.0’과 9월 발표한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도 마찬가지였다. 일반고 강화방안을 공개했을 당시엔 오히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에 더 집중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조 교육감의 특성화고 강화방안이 발표되자마자 불신하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5년간 250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서울의 특성화고는 70곳이다.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동안 250억원이 투입되는 것은 적은 편이라고 본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개교를 단계적으로 5년간 전환할 시 추산되는 비용만 해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계산됐다”며 “현 정부의 선택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특성화고 육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특성화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 자체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울교육청의 ‘청사진’이 공개됐지만, 현장에선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9일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방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조 교육감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실현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울교육청의 ‘청사진’이 공개됐지만, 현장에선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9일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방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조 교육감의 의지와는 달리 현장에선 실현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AI교육 중심’ 특성화고 강화방안.. ‘졸속 추진 우려 높아’>
서울교육청이 특성화고 강화를 위한 방안을 밝혔지만 실질적인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AI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주요 내용이었다. 우선 2021학년부터 서울의 모든 특성화고 교육과정에 AI 관련 과목을 3단위(51시간)이상 필수적으로 편성한다. 2024학년까지 특성화고 가운데 10개교를 AI/빅데이터분야 고교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AI고와 빅데이터고의 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원 중장기 연수’를 5년간 운영한다. 

그렇지만 당장 학생들이 수업에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교육청은 2021학년부터 모든 특성화고 학생에게 AI관련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신입생이 활용하는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데이터과학’ ‘사물인터넷’ 교과서 모두 내년 8월은 돼야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신입생 모집을 앞둔 시점에 교과서가 나오는 셈이다.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겠냐는 현장의 우려가 큰 대목이다.

AI분야를 가르치는 교사 양성방안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서울교육청은 지역 내 특성화고 70개교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15시간 규모의 연수를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의 집합연수 3시간과 연수시간 12시간이다. 전공과목 수업을 위한 전문교사 양성을 위한 별도의 연수도 진행된다. 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의 4개분야별로 각20명 총 80명을 양성한다. 내년 학기중(3~7월) 야간연수와 방학중(8월) 주간연수를 합해 총 460시간의 연수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60시간의 교사연수로는 입문자 수준의 교육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AI알고리즘 개발 등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사가 직접 기업체에서 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계에서도 조 교육감이 발표한 정책이 실질적인 학교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21학년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임에도 AI교육을 위한 방안들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은 내년 신입생 모집과 맞춰 AI고와 빅데이터고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모든 특성화고에서 AI관련 교과목을 이수하도록 교육과정도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교과서 제작이나 교사연수 모두 내년에 한다는 기본적인 계획만 있다. 물론 정책의 ‘청사진’을 발표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촉박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5년간 250억’으로 AI교육 강화?.. ‘특목자사 일괄폐지엔 1조 투입’>
전문가들은 서울교육청의 계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의 전체 70개교 특성화고 가운데 10곳만 AI고와 빅데이터고로 전환하는 것으로는 미래 산업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될 예산 자체도 5년간 총액이 250억원 수준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시 5년간 누적비용이 1조원을 넘어선 것과 대조된다. 애초에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대폭 늘리는 것과 고졸취업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성화고 발전방안의 중점과제 추진을 위한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교육청은 2020년부터 5년동안 총 254억9000만원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AI교육 강화, AI고와 빅데이터고 전환, 안전한 학교실습실 등의 사업 추진을 위한 목적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특성화고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선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교육과정의 개편과 교사의 전문성 확보까지 다방면의 사업을 통해 준비해야 내실 있는 AI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5년동안 AI고와 빅데이터고를 10개교 운영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책에 따른 교육경쟁력 향상이 확실하지 않은 특목자사고 일괄폐지에는 과도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2020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전환할 경우 5년간 누적비용이 1조831억원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2166억원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결과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는 ‘공교육 약화’가 우려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에 5년동안 1조원을 넘게 투입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교육청의 특성화고 발전방안의 예산은 250억원 규모다. 문재인 정부는 긍정적인 정책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교육계의 반응을 무시한 채 특목자사고 일괄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고졸취업이나 직업계고의 강화에는 무관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율교육청이 내놓은 계획도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의 비중 자체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의 고교체제로는 대입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한다. 직업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생들이 갈 만하다고 생각하는 특성화고 정원 자체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일반고에 가는 일도 발생한다. 일부 학생들은 대입을 준비하지 않으면서도 고졸취업도 불확실한 상황을 우려해 일반고를 선택한다”며 “현재의 교육체제에선 직업계고 비중을 일반고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까지 확대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을 직업계고가 충분히 수용한다면 일반고의 교육도 대학진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이른 시기부터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학교 단계에서 진로교육을 미리 시작하고 직업계고를 확대해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빨리 결정해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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