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중간점검’..‘대학자율성 침해 해명 없어’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정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현장의 인식과 달리 최근 대입개편 논의를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교육부의 설명이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 상위대학의 정시비율을 높이는 것이 정책방향의 전환이 아니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학종쏠림’이 심한 대학은 적정한 비율로 조정하겠다는 뜻”이라며 “완전히 정책 추진이 달라진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해석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이야기가 나왔고 교육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큰 틀을 들여다 봐 달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교육계의 우려는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정시확대’와 ‘특목자사 일괄폐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발언을 유 장관이 내놓으면서 교육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특히 대학자율성을 무시한 채 대통령의 발언대로 정책을 강행하는 현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전면에 나서면서 교육부가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조국 사태’로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자 청와대와 여권이 정시확대와 특목자사고 일괄폐지 등 파장이 큰 정책을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폭탄’처럼 활용한 양상이었다. 교육부 역시 당청과 보조를 맞춰가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그렇지만 발표하는 정책마다 현장의 반발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탁상행정’으로 대학자율성마저 무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언으로 이미 현장의 수요자들은 요동치고 있는데도 정책의 일관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부터 문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 비용에 대한 교육부의 발표 역시 매번 달라지고 있다. 현장에서 교육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한 언론이 실시한 18개정부부처 지지도 평가에서도 교육부는 15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지난 2년반 동안의 정책에 대해서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지시로 사전예고제의 취지 자체가 무너졌음에도 ‘대입 4년예고제’를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인식으로는교육부에 대한신뢰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정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현장의 인식과 달리 최근 대입개편 논의를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교육부의 설명이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 상위대학의 정시비율을 높이는 것이 정책방향의 전환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교육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사진=교육부 제공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정시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현장의 인식과 달리 최근 대입개편 논의를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교육부의 설명이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 상위대학의 정시비율을 높이는 것이 정책방향의 전환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교육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시확대’ 정책뒤집기 아니다?.. ‘대학자율성 무시 해명해야’> 
최근 대입에서 정시확대 논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정책 전환이 아니라는 교육부의 입장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정시확대 방침이 수시의 ‘학종쏠림’을 완화하려는 것일 뿐, 대입정책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교육계에선 수시정시비율 논란으로 현장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임에도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 대학의 대입전형의 비율까지 '핀셋 조정'한다는 정책이 대학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자들이 당정청이 추진하고 있는 대입개편을 이미 정시확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상위대학의 정시비율만 조정해도 결과적으로 정시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입시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서울 상위대학의 정시비중을 높이는 것을 추진하는데도 유 장관은 수시확대의 대입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의 모집비율만 조정하는 조치인 만큼 정책 자체가 뒤집혔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유 장관은 “전체 대학의 정시모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한다면 지난해 공론화 결과인 30%확대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학종의 공정성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쏠림이 심한 대학은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것을 완전한 정책 전환이나 개편으로 해석하진 않는다”며 “지난달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 역시 정시확대 지시가 아니다. 학종보다 정시가 공정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수능비율 상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냐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교육부가 가장 중요한 대학자율성의 문제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율성을 지니고 선발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대학의 권리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모두 무시된 사안의 중대성을 비춰볼 때 반드시 합당한 설명을 내놨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대입의 틀은 대입기본사항을 교육부가 설정할 뿐 대학총장협의체인 대교협이 자체적으로 대학별 전형계획을 취합해 전형계획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정시확대가 결정되면서 형식적 절차를 통해 대학 자율을 지키는 과정이 무너진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입전형 규모는 대통령이나 교육당국이 임의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현재 제도 내에서는 대교협을 통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제 대교협은 정권이 일방적으로 대입정책을 좌우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대학 자율성을 형식적으로 보장해 대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라며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독단은 입시정책의 틀 자체를 깡그리 무시했다. 심지어 정권에서 정책결정 절차로 내세운 공론화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1년 동안 수많은 관계자들의 참여해 논의한 끝에 결과를 도출했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교육정책의 결정과정을 주시하며 입시를 준비해왔던 수요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단순히 '정책뒤집기'가 아니라는 설명만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큰 착오”라고 꼬집었다.

교육계에서 예측하는 대로 서울 상위대학의 정시비중이 40%내외로 결정된다면 다른 대학도 파장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도 나온다. 2022대입개편을 통해 결정된 정시30%확대가 적용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상당수 대학들의 정시비중이 늘어나는 입시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서울대의 경우 2020학년 21.5%의 정시비율을 2022학년까지 30.3%로 확대한다는 2022대입주요사항을 6월에 발표한 상태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정시확대 방침으로 모집비율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서울대를 포함한 상위대학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시가 확대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정시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위대학보다도 수시비중을 높게 유지하던 중하위대학들도 학생선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시비율을 늘리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정시확대로 정책이 전환됐다고 현장이 우려하는 이유”이라고 전했다.

<‘자화자찬’ 중간점검회.. ‘정책혼란에 대한 성찰 없어’>
기자간담회와 같은 날 열렸던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도 교육부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시작된 정시확대 논의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교육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대입정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대입과 관련해 전형 간소화와 공정성 제고 추진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한 ‘공교육혁신’ 사례로 꼽았다. 중간점검회의 대학정책 분야 토론에서도 국립대 육성방안, 공영형 사립대, 대학혁신지원사업 등의 내용만 강조했다. 대입 4년예고제를 도입한 점도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입시 4년 전에 미리 제도를 확정하는 ‘사전예고제’를 시행해 대입의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작 그동안 현장의 수요자들을 계속 혼란에 빠뜨렸던 대입 기조변화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도 없었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수시로 정책의 방향이 뒤집힌 것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7년 도입이 추진됐던 수능 절대평가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이후 대입개편에서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오히려 대입정책의 방향이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정시확대로 뒤집히면서 사실상 절대평가 전환 공약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진행됐던 대입개편 공론화 역시 절차를 무시한 채 교육부가 정시30%확대로 일방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유 장관 취임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입시비리 사태’가 불거지자 대통령이 나서 정시확대를 밀어붙이면서 현장혼란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그간 교육현안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정책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를 ‘개인이 아닌 제도의 문제’로 만들려는 대통령의 아집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같은 시점 교육부가 학종 선발비율이 높고 특목자사 출신 입학생이 많은 전국 13개대학의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한 점도 의구심을 더한 대목이었다. 입시의 급격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대입 4년 예고제 도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예측가능성이 확보했다고 평가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이 뒤집혔는데도 사전예고제를 성과라고 발표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한 교육전문가는 “당정청이 주도하는 대입개편안은 각 대학의 모집비율까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행을 2년 앞뒀던 2022대입개편의 사항이 반영되기도 전에 대입의 정시비중이 다시 조정되는 것이다. 현장의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대입기조의 변화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은 대입 4년예고제를 성과라고 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일괄폐지 비용.. ‘뒤집힐 수 있는’ 시행령 개정>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전환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여전히 현장과 괴리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11일 전국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개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매년 2600억원이 들 것으로 설명했다. 교사인건비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된 수치로 5년 단위로 계산할 경우 1조3000억원 정도의 규모지만, 교육계의 우려와 달리 교육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가 차기 정부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반박했다. 유 장관은 “정권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일반고 전환은 교육과정 변화와 함께 가기 때문에 뒤집힐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괄폐지 시점을 2025년으로 정해 책임을 차기 정권에게 전가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을 부정한 것이다.

현장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관전환 정책의 비용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교육부에 의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2025년부터 한 학년씩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2027년 전체 학년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비용추계 역시 그에 따라 2025년 일반고 전환 후 신입생이 입학하는 첫 해에 800억원, 이듬해 17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 금액이다. 모든 학생들이 일반고 교육과정을 받는 3년차부터는 매년 26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유 장관은 시도교육청 예산인 재정교부금을 통해 일반고 전환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새로 국가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는 논점을 흐리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엔 5년간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 저하까지 불러올 수 있는 정책에 막대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번 교육부가 내놓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의 비용추계가 달지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장관은 7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할 당시엔 일괄전환 시 77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자사고 42곳을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 향후 5년간 필요한 비용으로 국회예산처가 추산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음날인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이 외고와 국제고가 빠진 것을 지적하자 유 장관은 금액을 1조500억원으로 정정했다. 그렇지만 11일 다시 매년 2600억원이 든다고 밝힌 것이다. 동일하게 5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1조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추산하는 비용이 계속 바뀌는 데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장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교육부는 본래부터 시행령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설립된 만큼 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교육제도와 그 운영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 ‘교육법정주의’를 위반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차기 정권에게 정책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시행령으로 없앨 수 있다면 언제든 손쉽게 시행령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과 교육의 미래가 정치이념에 좌우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혼란과 갈등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며 “차기 정권이 결정할 사안을 뚜렷한 대안도 없이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고교체제 개편을 내년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뿐이다. 다음 정권에서 또 뒤집힌다면 그 혼란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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