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강행..반발격화 '헌법소원등 법적공방 예고'
상태바
2025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강행..반발격화 '헌법소원등 법적공방 예고'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11.08 0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특구 과열과 일반고 서열화 불가피’..‘법적공방과 정권 향배로 시행은 미지수'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현장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3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고교유형 단순화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괄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대통령의 시정연설로 가닥을 잡고 있었던 현장에서는 교육부 발표와 함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시행령만 개정해 고교유형을 없앤다는 계획이 ‘교육법정주의’에도 어긋나고, 결과적으로 수요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여당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밀어붙인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가 일괄폐지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부터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꼽았지만, 시장의 선택에 따라 수요자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통령의 지시라는 결론에 맞추기위해  과정과 논리를 갖다 붙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교육부가 고교유형을 기준으로 서열화를 지적한 점은 현실적인 시각이 아니다. 현장에선 이미 고교유형보다는 수시체제를 중심으로 학교경쟁력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자사고나 외고라도 수시실적은 천차만별로 차이난다. 어떤 외고는 서울대 수시등록자를 30명이상 기록하기도 하지만,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외고도 있다. 수요자들은 두 학교를 동일한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열화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몰고가는것도 문제다. 수요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설령 전환이 된다해도 역시 일반고서열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서열화논리는 어설프다.  획일적 입시교육이라는 표현도 수요자들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 얘기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특성화고를 제외한 모든 고교가 상급학교인 대학진학이 목적이다. 혁신고처럼 학교를 운영해서 기초학력미달만 늘려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도록 하라는 얘기냐. 아니면 입시교육을 모두 사교육가서 하라는 얘기냐. 기숙사가 있는 대부분 학교들은 학교에서 입시전반을 완벽하게 준비할 체제가 전제조건이다. 아마 교육특구 학교처럼 학교에선 대충하고 모두 입시준비를 학원가서 하라는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도 입시경쟁과 고교서열화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강남8학군’이나 지역 명문고 부활 등 과거 평준화 시절의 폐해가 재연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입시경쟁의 근본 원인은 임금차별과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노동구조에 있다는 점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그 책임을 온전히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학생마다 다른 소질 적성 능력에 맞춰 다양하고 심화된 교육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판도를 흔들 수 있는 일괄폐지 방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조국 장관의 논란으로 위기를 맞은 여권이 ‘물타기’ 의도 혹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 결집을 위해 터뜨린 정치적 폭탄발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2025년 3월부터 일괄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실현가능성을 불투명하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차기 정권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괄폐지로 대부분의 사립 특목자사고가 본격적인 법적공방에 나설 것이 확실한 만큼 헌법소원들을 통한 뒤집기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자사고 외고 일반고는 폐지되고 단순화된 고교분류가 적용된다. 자사고와 함께 자율고로 분류되는 자공고에 대해서도 동일한 일정과 방식을 거쳐 일반고로 전환한다. 2025년 3월 이후부터는 자사고 자공고 외고 국제고가 모두 일반고로 분류되는 셈이다. 특목고 중 과고 예고 체고 마이스터고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성화고와 영재학교 역시 학교유형의 변화가 없다. 일반고 전환으로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학생선발 권한이 사라진다. 일반고와 동일하게 평준화지역은 교육감 배정, 비평준화지역의 경우 학교장 선발을 실시한다. 다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일반고로 전환된 후에도 동일한 학교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기존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모집범위도 축소될 전망이다. 일반고 가운데 전국모집을 실시했던 49개교도 광역단위 모집으로 변경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재지정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 내년 진행할 예정이었던 재지정평가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3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고교유형 단순화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교육부 제공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방침이 확정되면서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3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고교유형 단순화를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교육부 제공

<‘공교육 ’ 특목자사 일괄폐지.. ‘조국국면전환에 총선용 지지자 결집 겨냥’>
교육부가 7일 2025년 3월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교육계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은 교육부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일괄전환이 부당하다고 규탄했다. 학교 관계자는 물론 교육단체와 학부모들까지 가세하며 현장에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당정청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서울 자사고 교장들은 교육부의 일괄폐지 방안을 발표한 당일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교연 김철경 회장(대광고 교장)은 “정부가 평등교육을 한다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공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다양한 수월성 교육에 충실해 온 자사고를 나쁜 학교로 호도하며 말살시키려 한다. 국면 전환을 위해 교육을 건드리면서 각종 죄를 오로지 최선을 다해왔던 자사고와 외고에만 뒤집어씌우는 것이 분통하고 억울하다. 당사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교육체제를 뒤흔드는 국가 교육정책이 결정됐다. 대한민국의 고교 공교육은 또다시 퇴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방적으로 일괄전환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현장에서 쏟아진다. 서울 한 자사고 관계자는 “마치 자사고들을 ‘악의 축’처럼 묘사하는 것이 부당하다. 초기에 국가가 제안한 대로 요건을 갖추고 재단과 동문의 지원으로 기숙사까지 세웠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교서열화의 주범처럼 몰렸다. 그동안 학교운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정권이 앞장서서 매도하며 일반고 전환을 밀어붙인 것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오히려 사과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의 자사고가 추첨방식으로 선발되지만 학생들의 자부심이 크다. 다른 일반고 학생들과 달리 스스로 학교를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남지역의 한 자사고는 서울 내 80개중학교에서 입학생을 받았다. 차라리 일반고로 전환해 강남지역 학생들만 배정받으면 오히려 대입실적이 더 잘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직접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과거 일반고 시절처럼 소수 학생만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학생들의 구성이 바뀌면서 교사들도 함께 바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자사고를 운영하면서 학교들이 가졌던 나름의 자존심들이 모두 뭉개진 셈”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총 관계자는 “헌법 정신 훼손이자 교육 다양성 포기 선언이며, 현실적 대안도 없는 ‘교육 평둔화’ 처사다. 고교체제라는 국가교육의 큰 틀이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시행령 수준에서 만들고 없어지기를 반복해서는 교육현장의 혼란만 되풀이될 뿐”이라며 “고교체제는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열어주고 미래사회에 대응한 인재 육성을 고려해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로 결정돼야 하며, 이를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고와 국제고 학생들의 학부모도 정부의 일괄전한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외고/국제고학부모연합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문을 통해 “외고와 국제고는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다. 학생들도 적성과 특기에 따라 공교육 내에서 외고 국제고를 선택했을 뿐인데 특혜를 받은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당사자인 학교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마치 ‘마녀사냥’ 하듯 여론을 몰고 있다. 정부가 교육 문제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힘의 논리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정청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선거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해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결국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한 데 묶어 ‘부유한 계층이 다니는 특권학교’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특권학교를 없애 일반고로 평준화하자는 주장이 얼핏 공교육에 도움이 되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이는 사교육의 영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모두 공교육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수요자들은 고액의 사교육 대신 공교육의 영역에서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해왔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대립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잠재적인 유권자인 교육수요자들을 특목자사고와 일반고를 기준으로 나눠 대립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지지층 결집과 확산을 위해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에서 똑같이 수요자들을 쪼개며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고교서열화로 교육전반 왜곡?.. ‘궁색한 논리 펼친 교육부’>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전한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현행 고교체제의 문제점을 진단한 내용을 함께 공개했지만 궁색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단계적 폐지 방침을 고수하며 일괄폐지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교육부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내놓은 자료만 보면 상황이 매우 극단적이다. 그동안 문제가 이렇게 심각했다면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는지 납득이 안될 정도다. 교육부의 태도변화에 외부적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면 오히려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여당과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의 ‘황제 입시비리’ 이후 지지율 급락의 위기를 타개할 방편으로 특목자사고 일괄폐지를 상황 반전을 위한 카드처럼 활용한 상황이다.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문제점이 상당한 것처럼 부풀려진 자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다양한 고교유형의 경쟁체제가 구축된 현재 상황에서 ‘고교서열화’의 폐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고교서열화로 인해 초등학생들부터 고입 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교육전반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실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설명은 다르다. 고교유형과 상관없이 별다른 순위를 매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 자사고나 일반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부분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의 고입 환경에선 ‘고교서열화’는 허상에 가깝다. 우수한 학생들을 특목고와 자사고가 ‘싹쓸이’하면서 일반고 학생들이 패배감에 시달린다는 식의 논리는 현장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해석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역별 격차나 교육특구 여부에 따른 비교가 이뤄지는 것이 보다 타당한 시각”이라며 “자사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 입시가 과열됐다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광역자사고의 경우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고 큰 부담 없이 지원해보는 경우가 빈번하고, 전국자사고 역시 과거의 특목고에 비해 사교육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사고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열화에 대한 우려 자체가 어른들의 시각을 지나치게 일반화했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논리 역시 현장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의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에선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전형준비를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한 관계자는 “과거 외고 과고가 사교육 유발을 했다는 비판은 이해가 가지만 내신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뀐 이후에도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 현재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영재학교 과고의 몫”이라며 “오히려 진학 이후에는 전국단위 자사고는 사교육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 100% 기숙사체제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 학교들은 외출도 몇달에 한번씩 이뤄지기도 한다. 기숙사가 없는 일반고 외고 과고에 비해 오히려 사교육차단효과가 분명한데 사교육 유발 비판은 너무 억울하다”고 반발했다. 

학비가 높다는 이유로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고교진학 기회가 불평등하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육부는 일반고의 1인당 학부모부담금이 280만원인 데 반해 전국단위 자사고는 1250만원에 달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지만 수업료 이외에도 평균적으로 높은 편인 수익자부담경비를 면밀하게 따지면 자사고 입학의 실질적인 부담이 그리 높다고 볼 수만은 없다. 수익자부담경비에는 급식비 기숙사비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숙식비나 사교육비가 모두 학비에 포함되는 셈이다. 학교알리미 2019년 5월 사립학교 교비회계 예결산서 기준으로 학생 1인당 수익자부담경비가 가장 많은 전국자사고는 하나고였다. 총 946만원 가운데 급식비 494만원과 기숙사비 267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민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수익자부담경비 794만원 중 급식비가 408만원, 기숙사비가 12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일반고를 다닐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학생들의 생활비가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자사고들의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가 사회통합 선발을 성실하게 실행하지 않아 고교진학 계층이동 사다리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결과를 원인으로 해석한 전형적 오류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비율을 20%로 정해 놓으면서 매년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광역자사고 21개교는 모두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비서울지역 광역자사고 11개교 가운데선 대전대신고와 대성고(대전)만 1대1을 넘겼다.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남성고를 나머지 8개교는 모두 미달했다. 전국자사고의 경우 상산고 외대부고 광양제철고 김천고 북일고의 5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19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은 포철고 역시 사회통합 미달을 피하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0개외고 가운데 22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30개교의 사회통합 평균 경쟁률 역시 최근 3년 동안 1대1을 넘기지 못했다. 서울의 자사고 한 관계자는 “사회통합 선발비율 20%는 학교 인근의 학생들로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소득 8분위 이하인 사회통합 대상자의 기준을 충족할 만한 학생들이 입학정원의 20%를 채울 만큼 학교 주변에 충분하지 않다.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파행 운영’이라고 지적도 상급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고교의 노력을 폄하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가 다양화되고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국영수 과목이 편성한 것이 설립목적과 다른 운영이라는 교육부의 주장은 지나치다. 자사고와 일반고를 포함한 일반계고는 상급학교인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교유형이다.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마련한 것은 오히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자사고가 입시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현재 다른 일반고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동일하게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대입이라는 목표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가 ‘입시학원화’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입시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외고와 국제고가 외국어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한다고 대학에서 어문계열 학과로 진학해야 한다는 논리도 일차원적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반드시 어학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 모집단위는 물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과고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비율과 외고 국제고의 어문계열 진학상황을 비교한 단순 비교한 것은 악의적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비판했다.  

우수학생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쏠리면서 일반고 교육력이 저하됐다는 주장도 무의미한 비판이라고 현장에선 보고 있다. 단순히 자사고를 폐지해 우수한 학생들을 일반고로 보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특목 자사고가 없어지면 일반고에 긍정적인 효과가 유발된다는 주장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에 불과하다. 전국의 특목 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반, 한 두명 선에 그친다.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수준 격차가 커져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만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급 전체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의 학업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해도 그대로 반복’ 제2고교평준화.. ‘교육특구 명문고 사교육 쏠림’>
현장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교육특구 과열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요자들이 우려를 덜 만한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월성교육을 담당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괄폐지 이후 과거 자사고 외고 국제고였던 학교들이 지역내 명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결과적으로 교육특구는 물론, 일부 학교 근방으로 수요자의 쏠림이 초래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신뢰할 수 있는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교육 약화를 우려한 수요자들 가운데 고소득계층의 우수학생들부터 해외유학을 타진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설립 당시부터 지역적 분산을 고려한 결과다. ‘원조 자사고’의 분포 지역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현 자사고 시초 모델인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의 5개교(해운대고는 이후 광역자사고로 변경)는 김대중 정부 시절 만들어진 자립형사립고다. 광양제철고는 전남 광양, 민사고는 강원 횡성, 상산고는 전북 전주, 포항제철고는 경북 포항, 현대청운고는 울산 동구에 각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에 쏠려 있던 교육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 집중의 중요 요인인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모두 사라진다면 ‘강남8학군’으로 대표되는 교육특구가 부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충족해왔던 수월성교육 수요가 그대로 사교육과 교육특구로 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교육과 교육특구의 과열이 극심했던 70~80년대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육특구의 강세 속에서 일반고 사이의 서열화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고로 전환됐어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상대적으로 교육역량이 입증됐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종과 정시 모두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결과들이 나온 상황에서 명문학교,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는 과거보다 더 높아져 있다. 일괄폐지로 인해 고교유형간 격차가 일반고간 격차로 모양만 바뀌면서 서울에선 하나고나 대원외고 등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라며 “현재 초4 학생의 경우 중학교 진학하는 시점부터 명문학군으로의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고교평준화 시기의 폐해였던 ‘교육 양극화’까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설립당시 지역적 분산이 최우선 과제였다. 지금 돌아보면 공과는 있지만 특목자사고가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 축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특목고와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사실상 과거 평준화시기로 돌아가자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는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특구가 유리해지는 환경을 다시 조성하는 것이다. 정시확대기조인 대입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사교육 영향력이 막강한 교육특구 과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한 수요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특정지역과 특정학교에 대한 쏠림이 더 심해지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동시에 사교육까지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결국 학생들간 교육격차도 확대되면서 소외계층의 박탈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소득계층의 우수학생들을 중심으로 해외유학을 고려할 가능성도 크다.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수요자들은 공교육이 약화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월평균 소득이 600만원이상인 학부모들의 경우, 약 10명 중 7명이 자녀의 유학을 원했다. 고소득계층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왔던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무력화된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의 해외유출을 막지 못할 것이다. 사람 기업 자본이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나가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에 교육정책까지 기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연 실현가능할까.. ‘정책 연속성 보장 불가능’>
확정된 방안을 교육부가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선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전환 시점을 2025년 3월로 정한 만큼 정책의 실현에 대한 부담은 모두 다음 정권에게 떠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전혀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개정해 추진하는 점도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현장의 고교들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 법적공방으로 대응할 경우 과거 헌재판결의 흐름으로 볼 때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인 2025년 시행할 예정인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가 실제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현장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여부를 전적으로 다음 정권이 판단할 사항으로 돌렸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 상반기에 차기 정부의 의사에 따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지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 역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정책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비서관은 “차기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 시행령을 되살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일반고 전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만큼 어떤 정권이 와도 쉽게 되돌리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단순히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밀어붙였다는 점도 현장에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개정이 가능하지만, 폐지여부에 대한 법적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고등학교를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분류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6조의3’을 개정하고, 관련 조항인 90조(외고/국제고 설립근거 조항)와 91조의3(자사고 설립근거 조항) 등을 삭제한다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존립근거는 사라진다. 그렇지만 시행령 삭제가 실제 자사고폐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시행령 91조의3의 규정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괄폐지 위기에 놓인 자사고 등은 교장연합회를 중심으로 시행령 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는 신뢰보호의 문제를 피하기도 어렵다. 교육부는 재산권 문제 등으로 인한 사립 자사/특목고들의 반발로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사립고교들은 학교운영에 법인/개인 재산을 투입된 만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따른 재산권 침해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42개교에서 38곳으로 줄어들 예정인 자사고들은 모두 사립고교다. 사립외고 16개교와 유일한 사립 국제고인 청심국제고까지 더해지면 총 55개교가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사립고교은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입 혼란으로 수요자 피해도 커질 전망”이라며 “자사고의 경우 국가/사회 신뢰를 기반으로 설립된 고교유형이다.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경영자들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논리로 자사고 유지여부가 불확실해진다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19 10월 모의고사] 10월학평 등급컷 2년간 어떻게 나왔나
  • [2019 10월 모의고사] ‘충격의 수(나)’ 예상1등급컷 75점, 최근 3년간 ‘최저’.. 국94점 수(가)92점
  • 2021 의대선발 ‘역대 최대’ 2977명..강원대 의대전환 확정
  • 2020 US뉴스 세계대학순위.. 서울대 성균관대 KAIST 고대 연대 톱5
  • [2019 10월 모의고사] 등급컷 이투스 발표.. 국94점 수(가)93점 수(나)75점
  • 가장 많이 챙기는 데이는 빼빼로데이, 과연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