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평가만 논의'..교육당국 역할 책임 불투명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현재 추진중인 기초학력의 보장을 위한 법안이 교육당국의 역할과 책임이 불투명하고 예산과 전문인력에 대한 확보도 미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교육청의 관리/감독 역할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지원을 중요시한다는 내용의 법안이지만, 정작 법안 내용에는 기관들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가장 중요한 예산추계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본학력 보장법안’과 ‘기초학력 보장법안’은 교육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 문제는 평가방식에만 초점을 둔 법안은 시행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평가방식에만 초점을 둔 논의가 아닌 미국의 ‘모든 학생 성공법’처럼 국가적 지원을 중점으로 한 방안에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3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결국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얘기였고, 9월 서울교육청에서 나온 '2020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에서도 진단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라며 "학력저하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옹호하기 위해 문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에 하던 진단평가 강화를 되풀이하며 학교와 교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기초학력 미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학력의 보장을 위한 법안에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교육당국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도 않고 예산과 전문인력에 대한 확보도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기초학력의 보장을 위한 법안에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교육당국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도 않고 예산과 전문인력에 대한 확보도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회입법조사처가 23일 발간한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 포함된 이덕난 조사관과 유지연 조사관의 ‘미국의 기초학력 보장 강화’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을 해결하기 위해선 평가체제의 개편뿐 아니라 기초학력 보장의 책무성과 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향후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초학력 미달 문제를 미국의 사례인 ‘모든 학생 성공법’과 비교해 볼때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기초학력 지원방안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든 학생 성공법'과 유사한 법안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교육당국의 역할에서 오는 책임과 기초학력 진단검사/학습지원 전담교원 배치/기초학력 보장 연구기관 지정 등 사업진행을 위한 예산의 추계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예산 추계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기초학력 보장위원회 운영에 다른 소요예산만 연 280만원 정도로 책정한 상태다. '모든 학생 성공법'에 대한 미국 의회예산처의 5개년 예산안이 1242억달러인 점을 보면, 현재 계류된 법안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 여기는 이유다.

미국에서 시행중인 '모든 학생 성공법'은 학교의 책무성을 강조해 주 정부의 관리/감독 확대하며, 연방정부의 개입은 축소하고 알맞은 지원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 교육부/교육구(한국의 교육청)는 기초학력 보장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계획을 연방 교육부에 제출한다. 목표 수립 시 연방 교육부의 공통교육과정을 채택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계획을 수립해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 주 교육부가 수립한 기초학력 보장 목표에 미달한 학교에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고 집중 관리하며, 일정 기간 후에도 목표 미달 시 해당 학교 학생/학부모가 희망하는 경우 다른 학교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를 취한다.

연방 교육부의 경우 주 교육부에 기초학력 보장 예산을 지원하되, 보조금을 활용해 주 교육부에 학업성취기준 또는 공통교육과정을 강제할 수 없다. 교사평가에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포함하도록 강제할 수 없고, 이에 주 교육부는 주별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책무성 계획을 목표로 설정하고 예산을 집행한다. 연방 교육부 장관에게 매년 결과를 보고하며 다른 주 교육부와 정보를 공개한다.

미국의 ‘모든 학생 성공법’은 기존의 ‘낙오 학생 방지법’을 대체하는 성격의 제정안으로 2017-2018학년부터 적용/시행됐다. 미국은 1965년 ‘초/중등교육법’을 통해 기초학력의 토대를 구축하고 저소득층 등을 지원하고, 2002년 ‘낙오 학생 방지법’을 통해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연방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시작됐다.

기존 ‘낙오 학생 방지법’은 공립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학생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소한의 기초학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균등하며, 의미있는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획일적인 적용방식에 대한 비판과 기초학력 보장 목표 미달학교에 대해 교장/교직원 해고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됐고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한 대안으로 ‘모든 학생 성공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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