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환 서강대 입학처장(경영학부 교수)

-“학종의 발전적 정착, 중고교 입시 폐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학입시제도는 어쩌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독일식 방법을 거론하며 아예 대입을 없애고 원하는 대학에 누구든 지원하게 하되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으면 추첨으로 결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회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좋은 방안일 수 있고, 실제 우리 나라는 중학교, 인문계 고교 입학에서 추첨으로 배정한 역사적 경험도 있다. 중고교 평준화와 마찬가지로 대학서열 해소와 대학 평준화를 통해 고질적인 학벌사회 타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획기적인 방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나 오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해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면 가까운 장래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면서도 이상에 가까운 가장 합리적인 대입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두 가지 본질적 관점에서 그 방안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원재환 서강대 입학처장(경영학부 교수)
원재환 서강대 입학처장(경영학부 교수)

 

<첫째, 교육의 목표와 학문의 즐거움에 부합한 대입>
교육은 왜 필요할까? 교육의 필요성과 목표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삶의 영위를 위해 필요한 전문지식습득,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양과 비판의식함양이 가장 본질적인 목표일 것이다. 철학자 칸트가 독일 대학교육의 목표로 언급한 ‘전문인’과 ‘지성인’의 양성이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초중등교육에도 마땅히 해당될 것이다. 학생들마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 원하는 직업이 다양하고, 개인의 능력과 관심사가 천차만별인데 수능처럼 획일적인 방법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비합리적임이 분명해 보인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창의성이나 협동심을 기대하기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학문하는 자세로 소명과 열정을 강조하고, 공자는 논어 첫머리에서 배움의 즐거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을 설파한다. 초중등교육과정이 대입을 위한 단순 준비과정으로 전락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을 배움의 즐거움 없이 힘든 학교생활을 보내야 한다. 단순히 대학진학만이 목표가 아니라 본질적인 교육의 목표와 학문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문제풀이식 입시제도는 가급적 최소화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 학교마다의 정체성을 고려한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정성적 종합평가가 확대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효율적이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종합평가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초중등 학교들간 격차 해소, 교사들의 학생평가능력 정확도와 신뢰도 향상을 위해 교사권한의 존중 및 확대, 공교육 정상화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사회경제적 평등과 기회의 공정을 제고하는 대입>
학벌이 한국사회에서 이미 묵시적으로 계급화, 신분화된 지 오래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신분으로 인한 차별과 특수계급의 존재를 배격’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양반, 상놈의 신분제도와 같이 학벌은 비공식적으로 신분화, 계급화를 통해 사회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학벌에 따라 취업, 진학, 임금, 결혼, 승진 등 사회경제적 요소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냉혹한 현실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사회경제적 강자의 자녀가 입시강자가 되고, 입시강자가 다시 사회경제적 강자’가 되는 대물림까지 고착화되면서, 사회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서라도 대입제도의 개혁은 이제 너무나도 절실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따라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아닌 순수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만으로 대학입학이 결정되도록 입시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부모의 경제적 조건이 크게 좌우하고 초등학교부터 학생들의 공부를 즐겁지 않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인 중고교 입시는 점차 폐지되어야 하고, 전국 초중고의 교육의 질이 균등해지도록 철저한 정책적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 조속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차별적, 특권적 중등학교 입시제도는 축소하고 점진적으로 일반고를 확대함으로써 학교간 교육의 격차를 없앰은 물론, 학생들 평가를 절대평가화하고 선택과목제를 신속히 도입함으로써 경쟁이 아닌 협동,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을 제고하고 학생 개개인을 창의성과 협동심, 선택에 따른 학업성취도를 중심으로 정성평가하는 학생부종합평가를 중심으로 대입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교육의 목표와 입시의 공정성, 사회경제적 평등과 미래 산업에 대한 능동적 준비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상적이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가능한 대입제도로서 학생들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과 잠재능력, 각 대학의 설립이념과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적 정착, 중고교입시제도의 점진적 폐지 및 중고등학교간 교육의 질 균등화 등을 필자는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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