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체제 뒤흔드는 대통령의 독단.. ‘공약도 공론화도 신뢰보호원칙도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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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체제 뒤흔드는 대통령의 독단.. ‘공약도 공론화도 신뢰보호원칙도 무시’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9.10.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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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비율은 내달 발표 예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당국이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확대하고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5일 주재한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 사후브리핑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 정시 수능위주 전형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며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논란을 제도의 문제로 돌린 ‘정시 확대’와 ‘자사/특목고 폐지’라는 충격요법으로 국면돌파를 노리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교육정책이 뒤집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2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언급하며 수시/정시 비율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율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교육부의 입장과는 충돌하는 내용이다. 자사/특목고 단계적 전환의 입장을 고수하던 교육부가 돌연 일괄폐지의 입장으로 돌변한 것 역시 ‘조국 사태’ 이후 당정청회의가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5일 유은혜 부총리를 비롯, 관계부처장관들이 참석한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이를 공식화하면서 논란의 정점을 찍은 모습이다.

이날 내놓은 사안은 하나같이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들과도 정면 배치된다. 수능 변별력을 약화시켜 영향력을 축소하는 수능 절대평가 방안과 고교학점제 도입 모두 정시확대와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공약의 전면폐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공약은 나름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철학이 부재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 1년의 공론화를 통해 확정한 사안을 다시 건드린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이럴 거면 ‘여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공론화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실컷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논란의 정시30%안을 만들어내 놓고서는 그 결과마저 무시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남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안의 경우 신뢰보호의 원칙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사비를 들여 학교를 운영해 온 사립고교들의 재산권 문제가 대두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 경영자들이 국가/사회 신뢰를 기반으로 교육을 위해 거액의 재산을 투자해왔다. 정치논리에 따라 갑자기 폐지한다면 앞으로 누가 교육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학종개편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현재 교육부는 학종 운영실태를 파악한다는 목적으로 13개대 대상의 실태조사를 진행중이다. 조사결과와 현장의견을 반영해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을 11월 중 발표할 방침이다. 폐지논란이 불거진 학생부 비교과영역 역시 손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정시 확대와 2025년 자사/특목고 일괄 폐지안이 공식화됐다. 교육 정책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사진=교육부 제공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 정시 확대와 2025년 자사/특목고 일괄 폐지안이 공식화됐다. 교육 정책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시확대 방향성 재확인.. 공약 전면 배치인 데다 공론화 결정도 무시>
25일 열린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에서는 정시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시확대의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후 브리핑을 통해 “학종 및 논술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구체적인 상향비율과 적용시기에 대해서는 대학 교육청 등과 협의해 11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상향조정이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입시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뜻을 존중한 것이며, 비율의 폭은 2018년 대입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했던 내용과 현장의견을 청취하며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시확대 방안은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았던 공약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돌발성 정책’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공약에 따라 2017년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수능 절대평가안을 담은 2021수능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절대평가 전환은 현행 상대평가와 달리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다.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정시확대와는 정반대의 목적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무엇보다 도입을 추진중인 고교학점제와의 대치도 문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제도로, 자유로운 수업 선택권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능 영향력이 커질수록 과목선택에 있어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운 셈이다.

여론을 등에 업은 대학자율성 침해라는 비판도 팽배하다. 선발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 대학에 대해 특정 선발방식을 강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시비율 강제를 ‘수도권 대학’으로 한정한 점도 논란이다. 작금의 논란을 일부 대학 탓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입시의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 있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그 신뢰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며 “대학들도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학입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그동안 정부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종확대를 유도해왔다는 사실은 쏙 빼놓고, 마치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학종을 늘려온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학종확대를 유도한 재정지원사업의 초기 명칭 자체부터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이었다. 그만큼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전형이 학종이라고 인정했다는 의미다. 대학들은 학종의 순기능에 대한 공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학종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학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비율의 폭은 대입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했던 내용과 현장의견을 청취해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공론화로 결정된 사안을 논의선상에 다시 올린다는 것 자체가 공론화 결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정시30% 안 자체가 1년 동안 논의해 내놓은 대입개편안이기 때문이다. 뒤집기를 반복하며 정책 신뢰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사후 브리핑을 통해 ‘미래교육’을 언급했지만 오히려 획일적인 평가를 지양하는 시대 흐름에서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앞선 23일에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 참석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장 역시 “표준화가 공정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표준화된 평가보다는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학입학시험 SAT에서는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학업을 지속한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가산점을 도입하기도 했다. 획일적인 평가방식을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했다는 의미다.

<자사/특목 일괄폐지 실제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 신뢰보호원칙 부딪혀>
자사/특목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사안의 무게감과 달리 현장에서는 실제로 일괄폐지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논의의 배경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논란으로 촉발됐다는 점은 정책 변화에 대한 신뢰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의 효과를 노린 정치적인 충격요법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부랴부랴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를 연 시점부터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재지정평가 과정에서 교육감이 평가기준을 상향해 탈락을 유도하고, 일괄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일괄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돌연 ‘조국 사태’가 불거진 이후 당정청 밀실회의를 통해 민주당 발로 일괄폐지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카드로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일괄폐지 시점으로 내건 시기가 다음 정권인 2025년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정권이 바뀌게 될 경우 현 정권에서 논의한 사항을 다시 뒤집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추진된다면 다음 정권이 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교학점제와 도입시기를 맞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폐지 카드’를 내놓고, 실제 추진은 다음 정권에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 폐지로 이어질 경우 신뢰보호의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재산권 문제 등으로 인한 사립 자사/특목고들의 반발로 대거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42개교에서 38곳으로 줄어들 예정인 자사고들은 모두 사립고교다. 사립외고 16개교와 유일한 사립 국제고인 청심국제고까지 더해지면 교육당국은 총 55개교와 행정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올해 이미 혼란의 예고편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시도교육청 재지정평가를 받은 24곳 중 탈락한 10개교가 즉각 행정소송과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고입혼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의 학교들과 한꺼번에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혼란을 스스로 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자사고들은 그간 학교 운영을 위해 법인/개인 재산을 투입해왔다. 자사고는 교직원 인건비, 학교/교육과정 운영비 등 정부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학생 납입금과 법인 전입금으로 운영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소재 자사고는 법인에서 매년 학생 수업료와 입학금 총액의 5%, 도/특별자치도 소재 자사고는 3%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법인전입금 25%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거액의 법인 재산을 투자해왔다. 광양제철고의 경우 2002년부터 15년간 법인이 662억원을 출연했으며, 상산고는 자사고 전환 준비와 운영 과정에서 439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나머지 학교들 역시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된 상태다.

<수월성 교육 수요, 교육특구로 쏠릴 것>
자사/특목고가 실제로 일괄폐지될 경우 교육특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이날 함께 내놓은 정시확대 방안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 영향을 많이 받는 정시가 강화되면 사교육을 적극 활용할 경제력이 충분한 학생들에게는 교육특구가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특구의 수요를 일부 흡수해온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수요자들은 다시 교육특구로 몰릴 수밖에 없다.

자사고는 그간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조 자사고’의 분포 지역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현 자사고 시초 모델인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의 5개교(해운대고는 이후 광역자사고로 변경)는 김대중 정부 시절 만들어진 자립형 사립고다. 광양제철고는 전남 광양, 민사고는 강원 횡성, 상산고는 전북 전주, 포상제철고는 경북 포항, 현대청운고는 울산 동구에 각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에 쏠려 있던 교육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 집중의 중요 요인인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자사/특목고가 폐지될 경우 교육특구 중심의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방에 자리한 전국자사고가 사라질 경우 수요자는 교육특구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사고 도입의 취지가, 획일화된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특목고 폐지를 통해 다시 획일화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1년 김대중 정부는 “고교평준화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교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확대하고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배려하며 열악한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정책을 바탕으로 자사고 운영을 시작했다.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면서도 일반고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지 구체적 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장관의 사후 브리핑에서 ‘일반고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은 고교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직업계고에 가야 할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해 생기는 폐해가 얼마나 많은지 이미 현장은 보고 느꼈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학생들을 일반고로 흩어 놓는 것이 각 학교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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