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고사 무리한 판정이어 현장혼란만 가중'..'영재학교 입시 분석도 불신 확산’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 올해 5월 서울 자사고 9개교의 내신 수학시험 문항을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아(자유한국) 의원이 서울교육청으로터 받은 ‘자사고 선행학습금지 위반 전수조사 개요’에 의하면 2018학년과 2019학년 1학기 서울 22개자사고가 실시했던 수학시험에서 교육과정을 위반했던 문항은 3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걱세가 당시 분석결과를 토대로 상당수 자사고들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19개교는 교육과정을 모두 준수했다. 교육과정 수준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던 3개교의 선행교육금지 위반비율도 5%이하였다. 서울의 자사고들의 중간/기말고사 수학문항들이 대부분 교과과정 범위 내에서 정상적으로 출제됐던 것이다.

현장에선 사걱세가 진행한 분석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의 대학별고사와 고교의 시험을 대상으로 사걱세가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공개한 내용들이 교육당국의 조사결과가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그동안 사걱세가 대학별고사의 선행학습규제법 위반여부를 교육부에 앞서 공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의 판정결과와 괴리도 컸던 만큼 자사고의 선행학습금지 위반여부를 사걱세가 공개했을 당시에도 불신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서울교육청의 조사결과 자사고들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비율도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시 사걱세의 분석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라며 “최근 사걱세가 공개한 영재학교 입학시험 수학문항의 선행학습금지 위반여부 분석마저 정확성이 의심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지필문항이 중학교 교과과정을 위반했는지만 분석한 내용으로는 영재학교 입시의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교육 과열을 지적하는 타당한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자료의 신뢰상실로 의심을 받게 되는 처지인 것이다. 사걱세가 그동안 부정확한 분석내용을 남발해온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 올해 5월 서울 자사고 9개교의 내신 수학시험 문항을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8학년과 2019학년 1학기 서울 22개자사고가 실시했던 수학시험에서 교육과정을 위반했던 문항은 3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이 올해 5월 서울 자사고 9개교의 내신 수학시험 문항을 분석한 결과 모두 선행학습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8학년과 2019학년 1학기 서울 22개자사고가 실시했던 수학시험에서 교육과정을 위반했던 문항은 3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 자사고 ‘선행학습 금지 위반 전수조사’.. ‘3개교 각1문항 위반’>
서울교육청이 22개자사고의 지난해 고1과 올해 고1,2 수학시험을 전수조사한 결과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문항은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2018학년 1학기 고1 수학 중간/기말고사 44건, 2019학년 1학기 고1,2 수학 기말 70건을 모두 조사 했다. 총 114개의 시험으로 2000여 개가 넘는 문항을 검토한 셈이지만 교과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된 것은 3개학교의 각1문항 나왔다. 적발된 학교들의 교육과정 위반 문항 출제비율도 모두 5%이하였다. 실제 각 학교마다 25문항 중 1문항, 22문항 중 1문항, 20문항 중 1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됐다. 다른 문항들은 선행학습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서울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걱세가 5월 자체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서울 9개자사고가 모두 선행교육규제법을 100% 위반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다. 사걱세는 당시 1학년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기준으로 학교마다 적게는 2문항에서 많게는 10문항까지 교육과정을 위반한 사례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사걱세 관계자는 “자사고 수학 시험 문제 중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고난이도 문제집에서 숫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출제하였거나 숫자만 바꾸어 출제한 경우도 다수”라며 “앞으로 위반사항이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학교 시험 문제의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의 전수조사 결과 실제 위반판정을 받은 문항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문제 삼은 대상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년 단위로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은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할 경우 불리해지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의 ‘2019학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계획’에 의하면 ‘선행학습 방지노력’ 지표로 4점이 배점됐다. 자사고가 제출한 보고서와 교육계획서 등을 토대로 교육청은 학교가 선행교육을 시행하지 않고, 선행학습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특히 선행학습 실시가 판명될 경우 ‘선행학습 방지노력’ 지표에서 0점 처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된 상태다. 사걱세가 분석한 결과처럼 서울 광역자사고들이 노골적으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문항을 출제할 경우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취소까지 가능하다. 결국 재지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자사고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교육과정을 위반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교육계에선 사걱세가 자사고를 겨냥해 ‘무리한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도 이미 서울교육청이 2018년 전수조사를 통해 평가대상이었던 23개자사고의 고1 시험문제에서 교육과정 위반 사례가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었기 때문이다. 고2의 경우 3개교만 적발됐을 뿐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사걱세는 그동안 꾸준히 자사고를 겨냥해 일방적인 분석결과를 내왔다. 자사고들이 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사실 선행교육 유발 여부를 반드시 자사고만 한정해 볼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현장에선 교육특구 일반고의 과도한 내신경쟁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사걱세는 서울의 자사고들만 분석해 100%위반했다는 결론을 냈다. 전년도에 이미 서울교육청의 전수조사 결과 큰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서울교육청이 부실하게 평가했다며 무리한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매번 교육과정 위반?.. ‘신뢰도 낮은 분석결과 누적’>
평가의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단체인 사걱세가 사실처럼 분석결과를 공개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그동안 사걱세는 대입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누적해왔다. 자체평가 결과를 토대로 대입 수학 논술/구술고사에서 선행학습규제법을 위반한 학교 명단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서울대와 연대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대학별 위반문항의 사례도 공개했지만, 전문가들은 사걱세의 분석과정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이미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라는 공식적인 평가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단독으로 자체판정결과를 내놓음으로써 현장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문가들은 사걱세가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편협한 잣대를 드러내왔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서울대와 연대의 교육과정 위반을 지적하며 구술면접과 논술의 기본적 특성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논술고사가 제시문만 주어지고 일정한 시간 내에 혼자 풀어내야 하는 반면 구술고사는 면접관과 수험생이 마주 앉아 수험생이 막히는 부분에서 교수가 도움을 제공하며 진행하는 명확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 구술면접은 면접관이 수험생마다 다른 방식으로 풀이를 유도하며 그 과정에서 창의력에 기반한 학업역량을 평가한다. 서울대 수시에 합격한 학생 가운데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하고도 합격한 사례가 많은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단순히 문제의 난이도만으로 서울대 구술면접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러 개념을 융합하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이 실제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배운 내용을 활용해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인재인지 등을 파악하는 데 주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걱세가 수학 논술/구술고사에서 선행학습 규제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던 대학들이 추후 교육부 판정에서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위반문항까지 공개한 서울대와 연대 역시 교육부의 2018년 위반판정을 받지 않았다. 2017년엔 사걱세는 자체평가한 결과 대입 자연계 논술/구술고사 실시 14개대학 중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7개대학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부 평가에서 이들 중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5개대학은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걱세 분석결과에서 교육과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판정받았던 대학이 교육부 평가에서는 위반대학명단에 포함되지 않기도 했다.

평가결과에서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판단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뿐 아니라 별도 자료를 제출받아 평가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사걱세는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만을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과정 위반으로 지목됐던 한 대학관계자는 “사걱세에 확인해보니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만을 보고 심사를 진행했다는 답을 들었다. 우리는 선행교육예방연구실엔 100페이지 분량의 별도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가 왜 교육과정에 기반해 출제된 것인지 등을 부연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근거자료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판정을 내리다보니 잘못된 판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공식기관이 교육부에 있는 상황에서 사걱세의 ‘이중발표’가 수요자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교육부의 실제 판정 결과가 사전에 사걱세가 공개한 것과 매번 엇갈리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수요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초창기 공교육정상화법이 발효되기까지 시민단체의 힘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사걱세가 자발적으로 대학별고사를 일일이 분석해 교육과정위반여부를 판정해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대학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맞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완비된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비공식적인 판정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 실제 공식기관인 교육부와 사걱세의 판정결과도 매번 다르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1차심의를 거쳐 대학들에 소명기회를 제공하고, 추가 설명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 위반여부를 판정한다. 이런 절차를 생략한 자체조사 결과를 사걱세가 공식발표 전에 일방적으로 내놓으면서 수요자들의 불안감만 높일 뿐”이라고 전했다.

<‘의구심 증폭’ 영재학교 입시 분석결과.. ‘사교육 비판 의미까지 약화’>
결과적으로 최근 사걱세가 전국 8개영재학교가 지난해 출제한 입학시험 수학문항을 분석한 내용 역시 결과가 부풀려졌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사걱세는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신경민(더불어민주) 의원과 공동으로 전국 8개영재학교가 지난해 출제한 입학시험 수학문항을 분석한 결과 55.2%가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12명의 현장 교사와 전문가가 검토한 결과 8개영재학교의 총 239개 수학문항 가운데 132문항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내용이었다는 설명이다. 대학수학은 물론 세부 전공과정인 정수론 조합론 기하학 이산수학 대수학 등을 포함하는 범위로 출제됐고,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 단골로 출제되는 유형이 많았다고 사걱세 관계자는 전했다. 결과적으로 영재학교들이 사교육의 성행을 방치한 당사자라는 지적인 셈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사걱세가 자사고나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판정했을 때와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단계로 다방면의 평가가 이뤄지는 영재학교 입시과정에서 지필문항만 분석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정된 자료에 기반해 대학별고사의 구술면접과 논술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판정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영재학교 입시는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영재성검사, 3단계 캠프의 전반적인 틀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별로 공개돼지 않는 편이다. 전형과정은 세밀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전형 안내는 간략하게 제시된다. 복기한 기출문제를 반복하는 유형학습 위주인 사교육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매년 유형 출제위원 문항수 활용교과목 등을 유동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걱세는 지난해 치러진 지필고사 문항만 분석해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판정한 것이다.

실제 영재학교들은 선행학습 사교육이 과열된 상황을 인식하고 매년 지필문항 출제에 고민하고 있다. 8개 영재학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도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다. 한국영재 관계자는 “출제팀은 중1,2,3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갖고 출제한다. 중학교를 벗어난 고교과정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과고 관계자도 “철저하게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하며, 출제 이후 중학교 교사들을 모셔서 중학교 과정을 혹시나 벗어나진 않았는지 검토도 한다. 각 문제는 중학교 무슨 교과의 어떤 단원 몇 페이지까지 명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광주과고 관계자 역시 “분명한 건 중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사교육 없이 입학한 학생들도 존재한다”며 “출제되는 문제들은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므로, 무엇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걱세가 영재학교 입시의 사교육 과열을 지적한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음에도 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나 외고가 아닌 영재학교 입시가 ‘사교육 몸통’이라는 비판은 계속 있어 왔다. 영재학교들이 매년 문제유형을 바꿔가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사실이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사교육의 도움으로 합격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나 과고에 합격한 학생들이 다시 의대진학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이공계 영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설립취지와도 어긋난 결과인 셈”이라며 “그럼에도 사걱세가 지필문항을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분석하며 과장될 여지가 있는 자료로 무리한 주장을 펼친 것 아닌가 싶다. 이전에 사걱세가 진행한 교육과정 위반여부 판정이 대입과 고입 가리지 않고 모두 교육당국의 공식적인 판단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미 교육계에선 영재학교의 시험문항에 대한 분석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무책임한 행태를 반복해오면서 영재학교 입시에 대한 합당한 비판까지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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