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사업 평가 없이 나눠 먹자는 얘기냐’.. ‘교육비 투자 이어지는 선순환’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BK21플러스를 비롯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SKY대학 쏠림이 극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학가에선 무리한 비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더불어민주) 의원은 교육부에서 받은 ‘2018년 대학지원사업 대학별 지원액’ ‘2014~2018년 정부 대학재정 지원액’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Y대학’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지원된 정부 대학재정 비율이 전체의 10.2%에 달한다고 10월17일 밝혔다. 특히 BK21플러스 사업에선 전체 지원금액의 3분의1을 SKY대학이 독식한다고 비판했다. 2018년을 기준 총 2687억이 투입된 사업의 지원을 받은 67개대학 중 세 대학은 33.1%(890억2100만원)의 비율을 차지했다. 상위10개대학를 기준으로 할 경우엔 65.9%(1771억2300만원)까지 비중이 늘었다. 사걱세와 박 의원은 대학간 재정지원 편중이 교육비 투자의 격차까지 확대하는 만큼 대학서열화에 따른 청년 대학생의 학업기회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설득력 없는 일방적인 문제제기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대학의 재정지원이 단순히 ‘이름값’이 높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업의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 정부재정 지원을 받게 된 것이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의 기본적인 기능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비판이라고 본다. 사걱세와 박 의원은 연구역량을 갖춘 대학이 사업에 선정된 후 학생교육에 투자해 1인당교육비가 높아진 상황 전체를 문제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대학이 사업별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 재정지원사업의 받게 된 것을 단순히 서열에 따른 결과라고 단정했다.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교육비 투자를 대학이 늘린 것조차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며 “대학서열화를 겨냥해 무리하게 논리를 세운 결과로 보인다.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과 투자를 한 것조차 서열화에 따른 ‘특권 대물림’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K21플러스를 비롯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SKY대학 쏠림이 극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학가에선 무리한 비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의 재정지원이 단순히 '이름값'이 높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업의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 정부재정 지원을 받게 된 것이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BK21플러스를 비롯한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SKY대학 쏠림이 극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학가에선 무리한 비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의 재정지원이 단순히 '이름값'이 높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업의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 정부재정 지원을 받게 된 것이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SKY가 재정지원 독식?.. ‘대학경쟁력 강화 노력’>
사걱세와 박 의원은 대학재정지원금이 상위대학으로 집중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총액을 기준으로 서울대 6.6%(8610억4300만원), 연세대 1.9%(2504억800만), 고려대 1.7%(2220억350만)로 상위3개대학이 10.2%의 비율이라는 이유에서다. 사걱세 관계자는 상위 10개대학의 수혜액 비율이 17.2%로 대학별로 편차가 크다며 학생들에겐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BK21플러스 사업비에서 상위대학과 하위대학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BK21플러스 사업비를 받는 상위 10개대학의 지원액이 전체의 65.9%, 상위 20개대학이 83.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걱세와 박 의원이 정부의 재정지원 결과 자체를 일방적인 서열화로 규정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대학들이 사업별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위대학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다수 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업에 선정된 사실이 상위대학의 우수한 교육성과를 입증하는 지표라는 반론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사업선정지표로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업 선정결과를 토대로 대학의 교육여건을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대학 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사걱세와 박 의원이 대학 재정지원을 독식한다고 지목한 ‘SKY’, 즉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경우 BK21플러스 이외의 다른 정부지원사업 성과도 돋보였다. 지난해 10월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7년 기준 ‘재정지원사업 수혜현황’에 의하면 서울대 상위대학 가운데서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다. 총 3676건의 사업에 선정돼 5425억3515만원이 지급됐다. 연대는 총 2241개사업에서 3091억3956만4000원, 고대는 1921개사업에서 2513억1748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CK(대학특성화) ACE(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등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에서 세 대학이 모두 두각을 나타낸 결과다.

결국 재정지원사업 수혜현황은 대학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가의 판단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원사업의 선정기준이 특정 대학에만 유리하게 설정된 문제라면 충분히 지적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소위 ‘SKY’로 불리는 상위대학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 다양한 사업에서 대부분 선정된 성과를 올렸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셈”이라며 “일부 대학이 재정지원을 더 받는 것 자체도 문제가 아니다. 차등적 배분이 곧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비판한다면 결국 정부가 대학별 지원금액을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대학평가를 실시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K21플러스 사업’ 상위대학만 유리?>
SKY대학이 전체 67개대학에 배정된 전체 BK21플러스사업 예산의 3분의1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 기회의 공평성 측면에서 문제라는 박 의원과 사걱세의 진단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2018년 BK21플러스사업 수혜액 톱3는 서울대 439억2600만(16.3%), 연세대 233억7900만(8.7%), 고려대 217억1600만(8%)였다. 세 대학이 전체 수혜금액의 33.1%를 나타냈다. 사걱세 관계자는 “BK21플러스사업 지원액이 상위대학 중심으로 편중됐다. 서울소재 18개대학의 지원액도 53.2%로 나타나 서울지역 대학이 상당히 유리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지원액의 순위가 흔히 일컬어지는 대학서열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BK21플러스의 수혜를 받는 대학이나 학생들에게는 연구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학생은 빈약한 연구 환경 속에서 기본적인 학업 여건도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특히 입학 성적에 따른 대학의 서열이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면 더욱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대학서열에 따라 BK21플러스사업의 지원규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 BK21플러스 사업은 연구와 교육의 질을 평가해 사업단이 선정된다. 학문후속세대가 안정적으로 학업 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 학문분야 사업단을 선정해 대학원생 연구장학금, 신진연구인력 인건비, 국제화 경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업단 선정 시 ▲교육역량 ▲연구역량 ▲제도개선/지원의 3개유형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교육역량의 경우 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 대학원생 취업/진로 현황, 대학원생 연구실적, 교육의 국제화 등이 주요평가항목이다. 연구역량에선 연구의 국제화 현황/계획, 참여교수의 연구실적, 산학협력 실적을 중심으로 본다. 제도개선/지원은 대학차원의 노력을 평가한다. 선정된 총 542개 사업단이 소속된 대학은 대부분 교육과 연구역량이 입증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상위대학에 사업비 지원이 집중되면서 다른 대학 학생들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도 과도한 비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의 지원이 연구자들과 사업단의 연구성과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BK21플러스 사업에 참여한 대학원생/신진연구인력 중 탁월한 성과를 보인 32명에게 수여된 ‘두뇌한국 21 플러스 우수 연구인력 시상’에서도 부경대 안동대 영남대 을지대 제주대 조선대 창원대 등 서울 이외 대학 수상자가 다수 배출됐다. 선정된 연구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 저명 학자와 공동 연구를 활발히 수행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학계의 분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교육걱정과 박 의원이 단순히 대학서열에 따른 차별을 주장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육비 투자’ 많아도 문제?.. ‘자연스러운 경쟁의 결과’>
박 의원과 사걱세가 SKY대학의 교육비가 많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도 ‘무리수’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7년 기준 대학알리미 자료를 재구성한 1인당교육비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 4326만6000명, 연세대 3025만2000원, 고려대 2266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세 대학의 평균 1인당교육비는 3117만1000원으로 전체 대학 평균인 1608만5000원의 약 두 배였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1인당교육비 상위대학과 하위대학은 2.7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인당교육비의 차이가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교육 여건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대학이 학생교육에 투자하는 것마저 차별이라는 주장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박이 나온다. 통상 학생1인당교육비는 총교육비를 재학생수로 나눈 금액으로, 학교가 학생 한 명에 투자하는 교육비를 뜻한다. 국공립대의 경우 ‘대학회계’ ‘발전기금회계’ ‘산학협력단회계’ ‘도서구입비’ ‘기계기구매입비’ 등 5개 세목을, 사립대는 ‘교비회계’ ‘산학협력단회계’ ‘도서구입비’ ‘기계기구매입비’의 4개 세목을 합산한 뒤 재학생수로 나눠 산출한다. 각 세목에는 대체로 인건비 운영비 장학비 연구학생경비 등이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1인당교육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각 대학의 투자정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격차인 셈이다.

교육비 투자의 격차가 문제가 있다는 논리는 대학의 교육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생 교육과 연구에 쏟는 교육비 투자 등을 주요한 지표로 삼아 수험생들도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선택한다. 대학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교육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력이 되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많이 받은 대학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1인당교육비의 격차가 학생들의 교육여건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사걱세와 박 의원의 주장은 시장논리와 맞지 않다.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대학은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SKY를 비롯한 상위대학들은 국내가 아닌 세계의 우수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 연구역량과 교육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교육비 투자가 많다는 것만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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