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700여개 외고/국제고40여개 평균 비교 무리.. 일반고 정시강세는 의대열풍/N수생 영향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고려대가 특정 고교유형에 유리하게 학종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최근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대학별 합격자 배출 고교수와 학생수’ 자료를 기반으로 “서울대 고대 학종에서 자사고/특목고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 서울대 입시에서 고교당 평균 입학생수는 학종/수능 각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학종3명 수능2.1명이었다. 고교유형별로 살펴보면 서울대의 경우 외고/국제고의 고교당 평균 합격자 수는 학종6.7명 수능3.4명, 자사고는 학종6.6명 수능5.8명, 일반고는 학종1.8명 수능2.2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입시에서 일반고의 경우 학종보다 수능에서 고교별 입학생수가 더 많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두고 일반고가 정시에서 유리하다는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고의 정시 강세는 수시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의 고교유형별 지원경향, 의대열풍, 일반고 N수생 등의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김의원 보도자료는 대입실적과 학생수의 평균값을 갖고 특목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몇배 유리하다는 식의 접근법을 쓰고 있다. 아마 특목자사폐지론의 근거로 쓰고 싶다는 결론에 끼워 맞추다 보니 벌어진 일로 보인다. 현재 대입과 고입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대입은 블랙홀이라고 할 만큼 SKY보다 의대열풍이 심각한 문제다. 전국 의대를 채운 다음 서울대 이공계열과 이공계특성화대학을 채운다는 게 정설이다. 매년 서울대 자연계열에서 벌어지는 수시이월과 등록포기가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입에서는 고교유형보다 개별학교의 수시체제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미 영재학교와 과고는 물론이고 외고 국제고 전국단위자사고 광역자사고 일반고까지 모두 학종을 겨냥한 학교전체의 수시시스템을 갖춰 수시실적이 내는 학교인가 아닌가로 시장은 구분한다. 그리고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의대를 겨냥한 정시에 무게를 실은 광역자사고 일반고, 정시중심의 전국단위 자사고가 어딘지도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시중심학교는 재수비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대 고대 전체 실적을 고교 유형별로 접근해 어떤 유형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은 최근 입시흐름을 전혀 무시한 자의적 잣대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식의 압박이 입시에 미칠 영향이다. 결과론을 갖고 서울대 고대에 특목자사고를 선발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학교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학생부를 중심으로 판단해 면접까지 치러서 합격자가 가려진다. 그 결과론이 수시체제가 잘 갖춘 특목자사고들이 많이 된 것뿐이다. 결국 이런 국감자료는 학종에서 학교를 보고 역차별을 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한 게 된다. 일반고 유형에서 상대적으로 정시실적이 많은 것은 의대진학을 위해 가장 많이 진학하고 재수가 가장 많은 학교 유형이 교육특구 일반고인 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정시 실적은 대부분 N수생의 실적이다. 2019서울대 입시에서 N수생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시 재수는 사교육의 힘으로 이뤄지는 만큼 고교유형의 경쟁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시 자원의 경우 서울대는 과탐Ⅱ응시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재수 초기부터 의대진학과 서울대 진학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특목자사고 출신들은 정시에서 의대를 노리는 경향이 강해 학업부담이 덜한 과탐Ⅰ+Ⅰ을 선택해 서울대에는 지원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결국 특목자사고의 서울대 정시자원은 애초부터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외고/국제고에서 학종 고교별 평균 입학생수가 6.7명인 반면 일반고는 1.8명에 그쳤다는 이유로 외고/국제고가 학종에서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지만 이는 외고/국제고가 인문계열로만 이뤄져 의대열풍 현상에서 비켜난 점을 간과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고/국제고의 경우 문과계열인 고교특성상 의대로는 진학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고교유형에 비해 서울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고교유형에서 의대 진학으로 서울대 자원이 빠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평균값을 두고 고교유형별 유불리를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것이다. 대입실적을 낸 고교수를 기준으로 평균값을 산출하면 외고/국제고에 비해 일반고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실적이 적은 고교수 역시 일반고에서 더 많아 평균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가장 최근 공개한 2018학년 등록자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입실적을 낸 일반고는 740개교인 반면 외고/국제고는 모두 합해도 35개교에 불과하다.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서울대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 시작하는 것이 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평균값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같은 실질은 무시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서울대 실적을 내는 고교수가 늘어나도, 나머지 고교의 평균값보다 적은 수일 경우 평균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서울대 합격생을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가 확대되는 것이 오히려 평균에는 악역향을 끼치는 셈이다. 서울대는 2019입시에서 최근3년동안 합격생이 없었던 95개 일반고에서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고교별 대입실적 평균값을 두고 학종에서 외고/국제고가 유리하다는 주장은, 학종을 통해 서울대 합격자를 1명이라도 배출하는 고교가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별 대입실적 평균값을 두고 학종에서 외고/국제고가 유리하다는 주장은, 학종을 통해 서울대 합격자를 1명이라도 배출하는 고교가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고/국제고 학종 실적.. 소수 고교가 높인 평균>
김해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 신입생 기준, 서울대의 경우 일반고는 학종의 고교당 입학생수가 1.8명이었던 반면, 수능에서는 2.2명이었다. 외고/국제고의 경우 학종에서 고교당 학생수는 6.7명, 수능에서는 3.4명이었다. 자사고는 학종6.6명 수능5.8명이었다.

고려대의 경우 일반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모두 학종에서의 쏠림현상이 더 컸다. 일반고는 학종에서 고교당 입학생수가 2.3명, 수능이 1.8명이었다. 자사고는 학종6.7명 수능4명, 외고/국제고는 학종11.3명 외고/국제고2.2명이었다.

외고/국제고에서 학종의 고교별 입학생 수가 유난히 많았던 것은 고루 실적이 좋았다기보다는, 실적이 유난히 뛰어난 소수 고교가 평균값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국 외고는 30개, 국제고는 7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시 실적이 좋은 곳은 서울대 합격자가 30명 이상까지도 배출되는 반면 1~2명의 수시합격자를 배출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격차가 크다.

서울대가 고교별 등록실적을 공개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18학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울대 등록실적을 낸 28개외고 수시 대입실적은 대원외고가 36명, 한영외고가 25명, 명덕외고가 21명으로 20명 이상의 수시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경북외고 울산외고 충남외고 각1명, 김해외고 김포외고 인천외고 동두천외고 전남외고 전북외고 각2명 등으로 고교별 격차가 컸다.

외고/국제고의 경우 이과반을 운영하지 못하는 특성상 의대열풍에서 비껴가 있다는 점도 서울대 등록실적과 연관깊다. 다른 고교 유형에서는 타 의대 진학을 위해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고/국제고의 경우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시 일반고 강세?.. 의대열풍/N수생 고려해야>
일반고의 경우 서울대에 학종1.8명 수능2.2명이 입학했지만 이를 두고 일반고가 정시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은 섣부르다. 수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영재학교/자사고/특목고 등 경쟁력이 높은 수험생들이 수시에서 먼저 진학대학을 결정하고, 정시에 뛰어들지 않아 일반고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시체제가 잘 갖춰진 특목자사고가 수시 합격 사례가 많다. 정시에 뛰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 정시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들이 모두 정시로 방향을 돌린다면 일반고가 지금 같은 실적을 낸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대 정시 실적의 해석에서 N수 의대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특목자사 출신들은 정시에서 재수 초기부터 의대를 노리는 경향이 강해 학업부담이 덜한 과탐Ⅰ+Ⅰ을 선택하기 때문에 서울대에는 지원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일반고 출신들은 처음부터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과탐Ⅱ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 결국 수시확대와 의대열풍의 반사이익을 일반고 재수생들이 누리는 셈이다.

서울대 정시에서의 일반고 확대는 재수생 실적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9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합격 비중은 55.4%로 절반을 넘었다.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수시 중심의 실적을 내고 있어 정시와는 거리가 멀고, 특목/자사고의 경우 재수 시 의대 등 특정 모집단위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반고는 서울대를 목표로 재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고 주된 재수 통로 역시 수시보다는 정시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교육을 통해 재수를 준비하는 현실 상 고교 경쟁력과 진학실적 간 연관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고교유형별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입시결과를 두고 ‘고교유형’이 작동하는 것이라 해석해 평준화 주장으로 연결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종이 특정 고교 유형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해석은 ‘특목고여서 뽑았다’는 오해를 양산할 우려도 있다. 고교 유형의 문제가 아닌, 수시체제 적응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고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아닌 자사고/외고 폐지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은 하향평준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고교 관계자는 “학종이 대입에서 자리잡은 이후 수시체제로 발빠르게 적응한 고교의 대입실적이 높게 나타난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특목자사는 전반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반고 대비 적응이 더 빠르다. 이를 두고 마치 특혜의 결과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학종 일반고 확대추세.. 고교 체질개선 유도>
학종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학종에서 일반고 성과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도 살펴야 한다. 국회 교육위 서영교(더민주)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최근 3개학년(2017~2019) 서울대 대학 신입학생 최종 선발 결과’를 살펴보면 학종 일반전형에서 일반고/비서울 출신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였다. 일반고 출신이 2017학년 32.9%, 2018학년 33.6%, 2019학년 33.4%로 3년간 0.5%p 증가했다. 반면 자사고 출신은 2017학년 16.5%, 2018학년 16.4%, 2019학년 15.5%로 1%p 감소했고, 외고/과고 출신도 2017학년 21.6%, 2018학년 20.3%, 2019학년 20.6%로 1%p 줄었다.

일반고의 벤치마킹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고교 경쟁력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에서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9수시에서는 서울대 수시최초 합격자 배출고교가 전년 831개교에서 18개교 늘어난 849개교였다. 서울대를 비롯한 다수 상위대학들이 학종중심으로 체제를 잡아가며 고교 역시 이에 발맞춰 학종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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