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개인의 자유 vs 다수의 안전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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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개인의 자유 vs 다수의 안전이 우선
  • 초암
  • 승인 2007.07.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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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이슈 NIE] 찬성 : 다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해야, 반대 : 병역회피 수단 악용, 국가질서 흔들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에 관한 문제이든 공동체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이든 불거진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겠지요. 징병제를 실시한 이례로 종교상의 믿음 또는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이라는 비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행위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합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사회 일각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징역살이로부터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실제2005년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헌법과 국제 규약상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내에 있다"며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병역 거부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아직까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비율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이미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양심의 자유와 국방 의무는 분명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현실에서 이 두 가치가 충돌하며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죠. 과연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는 한국 사회에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요?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 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요?

 

먼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찬성하는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95년 유엔 인권위 결의안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정당한 인권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양심적 거부가 반드시 어느 종교의 가르침에 따르자는 것이 아닌, 인권과 양심에 따른 자유의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결과지요.
한국 정부는 실정법과 병역제도를 통해 강압적으로 총을 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입대를 강요함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 당하지 않을 자유를 박탈해 왔다는 게 찬성 측의 주장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재는 곧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소수의 희생양을 통해 다수의 국민을 통제하는 권위주의적 사회임을 보여준다는 얘기죠. 

개인의 양심과 실정법상의 의무가 충돌할 경우, 국가는 이 충돌을 ‘조화’하는 구실을 해야 마땅한데 한국 정부는 병역 거부자를 단지 처벌해 왔을 뿐 조화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도 찬성 측의 또 다른 근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하면, 국가는 ‘대체 복무제’를 통해 갈등을 조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병역 거부자들의 경우 양심에 어긋나는 군사 훈련만큼은 거부하지만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분명하다면 군복무보다 오랜 기간의 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럼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 측의 주장을 살펴볼까요. 반대자의 상당수는 병역은 의무이므로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찬성 측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양심 실현의 자유도 마땅히 제한될 수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또한 ‘양심’이라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판단이 가능해서, 구성원 각자가 지나치게 자신의 잣대만을 고집한다면 공동체는 더 이상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대 측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의적 개념인 정의나 양심이 아니라 법이라는 합의된 룰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의 양심이 소중할수록 공동체는 유지돼야 하고 공동체의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죠.

양심적 병역 거부의 인정과 대체 복무제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지적도 있습니다.  병역 회피가 일상화되어 결국 징병제의 근간이 흔들릴 경우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가 안전 보장에 막대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은 공동체의 의무와 개인의 자유 중 어떤 가치를 보다 우선할 것인가라는 대립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의 밑바탕에 한 사회의 민주주의 방향과 사회 운영의 가치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함의가 깔려 있는 셈이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병역과 안보 문제는 일반인들이 근접하기 힘든 하나의 성역이었습니다. 병역의 문제를 정치인들의 판단에 맡겨 왔고, 개인의 존엄성보다는 국가 안보를 무조건적으로 우선시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안보라고 하면 당연히 동의해야 하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거죠. 최근 제기된 양심적 병역 거부의 논란은 정치적 의사 결정의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누려온 정치적인 독점과 국가중심적인 사고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 영역에서의 엘리트주의와 일상에서의 국가주의는 서서히 일반 시민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들까지 정치인들과 정당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방기 됐던 틈새를 비집고 공공연하게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곤 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일반 시민들이 정치 문제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의 논쟁은 국민들에게 당연한 것을 질문케 하고, 차이를 인정하게 하며, 옳고 그름은 다수결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인식도 심어 주고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이행되었던 병역의무를 원론적으로 질문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입장과 행위의 차이는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지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수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소수도 진리일 수 있음을 제기함으로써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성찰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죠.

이런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법 준수를 강제하기 전에, 입법자는 자신이 만든 법이 얼마나 제대로 된 것인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입법자의 태도이자 성숙한 국가의 태도입니다.

또한 소수 시민들이 비폭력적 방법으로 제기하는 기존의 법률과 법 집행의 이의에 대해, 성숙한 국가는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그 이의를 수용할 합리적 방안이 없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결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는 소수 시민의 이견을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법질서 내에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우려처럼 무조건적으로 개개인의 주장을 공동체에 강요하는 것도 극단적인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킬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한 사회의 시민이라면 자신의 이해관계와 공동체의 발전이 어떠한 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길러야할 것입니다. 소수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피력할 수 있는 사회, 또한 소수자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언제든지 다수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열린 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 생각 펼치기

 

[문제1] 양심적 병역 거부는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인 양심과 국방의 의무 중 어떤 가치가 더 우선되어야 할까요? 각각의 경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문제2] 양심의 자유도 국방의 의무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감에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제도적 틀 내에서 수용하고 관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봅시다.

 

/임명호 (초암논술콘텐츠연구소 연구원/강사 www.ech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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