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 의도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서울대가 지난 3일 발표한 ‘2016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에서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선발인원 축소를 놓고 “특목/자사고에 유리하고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사교육업체의 분석과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주요 입시업체들과 언론들은 서울대 지균이 2015학년 692명, 2016학년 681명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일반고 학생보다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을 우대하려는 것”이라며 “지역간 교육격차를 줄인다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일방적인 여론 몰이는 부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 지균 비중이 줄고 수시 일반전형이 늘어난 모집단위는 의예과와 천문학 모집단위 둘 뿐이고 변동 폭도 10명 안팎"이라며 "좋게 보면 지나친 확대해석이고 오히려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내놓는 전형변화나 정원 변동에 대해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는 주장의 배경이 좋게 보면 일반고 살리기의 명분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특목/자사고 입시시장을 키우려는 사교육업체들의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 2016 서울대 지균 선발인원이 2015 대비 11명 줄어든 것을 놓고 사교육업체들은 '특목/자사고에 유리하고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목/자사고 시장을 키우기 위한 사교육업체의 의도적인 평가가 아니냐는 견해를 제시한다./사진=베리타스알파 DB

<서울대 지균은 자사고 자공고도 선발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은 2005학년부터 도입된 전형으로 영재학교 과학고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를 제외한 학교에서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2명까지 학교장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 제도다. 통상 문과 1등과 이과 1등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교협의 분류에 따르면 지균은 대학별독자적기준으로 분류되는 학교장추천전형이며, 학생부를 중심으로 사정관제 면접을 진행하는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대부분 언론들과 입시기관들이 지균을 일반고만의 전형으로 본다는 데 있다. 지균은 영재학교 과고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들이 지원할 수 있다. 일반고 외에도 자사고, 자공고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대가 지난 2013학년과 2014학년 수시 합격자 보도자료를 보면  지균에서 자사고 자공고 학생이 합격했음을 알 수 있다. 2013학년에는 자사고 학생 37명, 자공고학생 47명이 합격했으며, 2014학년에는 자사고 45명, 자공고 46명이 합격했다.

일반고 외에 자사고 자공고 학생도 지균에 지원해 합격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음에도 주요 언론들과 입시기관들은 지균이 일반고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처럼 묘사하며 일반고에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서울대의 이같은 방침은 일반고 학생보다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을 우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자사고에서 지균을 선발해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2013~2014 서울대 수시 지균 고교유형별 합격자수 및 비율
학년 2014 2013
입학정원 779명 752명
합격자 699명
(100%)
714명
(100%)
일반고 608명
(87.0%)
630명
(88.2%)
자사고 45명
(6.4%)
37명
(5.2%)
자공고 46명
(6.6%)
47명
(6.6%)
* 자료 : 서울대 2013~2014 수시 합격자 보도자료

<2016 지균 감소 심각한 수준인가>
언론들과 입시기관들이 일반고에 불리하다 주장했지만 2016 지균 감소를 심각한 문제로 보기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지균의 축소규모는 단 1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5학년 692명에서 2016학년 681명으로 줄였다. 정원내 입학정원 비율로 보면 22.05%에서 21.72%로 0.33% 줄어들었다.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에 유리하다’고 평가 받는 일반전형은 같은 기간 1675명에서 1688명으로 13명이 늘었다. 2016서울대 정원내 모집인원 3135명 가운데 11명이 축소되고 13명이 늘었을 뿐이다.

 

2013~2016 서울대학교 정원내 전형 선발인원 변화
학년도  수시모집 정시모집
지역균형 일반전형 일반전형
2016 681명(21.72%) 1,688명(53.84%) 766명(24.43%) 3,135명(100%)
2015 692명(22.05%) 1,675명(53.38%) 771명(24.57%) 3,138명(100%)
2014 779명(24.58%) 1,838명(58.00%) 552명(17.42%) 3,169명(100%)
2013 752명
(24.07%)
1,743명
(55.79%)
629명
(20.13%)
3,124명
(100%)
* 치의학대학원 학석사통합과정 45명 포함

<지균축소, 입학본부의 의도인가 모집단위의 의도인가> 

지균이 줄고 일반전형이 늘어난 속사정을 살펴보면 결코 서울대의 행보라고 비난할 꺼리인지가 더욱 명쾌해진다. 한 전문가는 " 일간지 기사들을 보면 서울대 입학본부가 의도를 갖고 지균을 줄였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그 의도는 일반고를 덜 뽑고 특목고를 더 많이 뽑겠다는 것을 말하는 듯한데. 지균축소와 일반 전형 확대는 두 개의 모집단위의 필요성에 따라 조정된 것일 뿐이지 모집단위의 요청을 수렴한 입학본부의 의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6 서울대 전형은 거의 동일한 틀로 진행되고 모집단위에서 모집인원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비난여론 조장은 부당해 보인다. 무식의 소치인지 의도를 가진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통상 대학의 전형계획을 평가할 때는 전형설계의 방향성을 쥐고있는 입학처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전형간 인원조정은 의과대학과 물리천문학부 2개의 모집단위에서만 벌어졌다. 의과대학은 지난해 지균 30명, 수시일반 35명, 정시일반 30명을 선발했으나 지균과 정시 비중을 줄여 지균 25명, 수시일반 45명, 정시일반 25명으로 일반전형에 비중을 크게 뒀다.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모집단위는 지난해 5명을 지균에서 선발하다 올해 수시일반전형에서만 7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의과대학과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모집단위에서 지균과 일반전형의 조정이 있었고 자연과학대 화학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자유전공학부에서는 수시 일반전형 정원이 오히려 1명씩 줄었다. 

물리천문학과와 의대의 전형간 모집정원 조정은 해당학과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서울대 입학처가 ‘지균을 줄이라’는 의도나 방침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천문학전공의 정원감축은 최근 지균으로 합격하는 학생들이 등록하지 않고 빠져나간 데 대한 대책 차원이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천문학 전공은 2013학년도에 최종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 때문에 미달사태를 빚었다”며 지균에서 일반전형으로 전환한 이유를 밝혔다. 천문학과에서 지균으로 일반고 자공고 자사고 학생들에게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최종 등록을 하지 않아 학과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지균은 자소서 학생부 추천서 학교프로파일 등 서류를 종합검증해 지원자 전원을 면접에 참여시키며, 면접은 서류검증 위주의 사정관제 면접으로 진행된다. 천문학을 배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서류와 면접에서 피력해야 합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천문학과 지원동기에 대한 강한 검증을 통과해 천문학과 최종 합격증을 받아도 다른 대학 상위권 자연계열로 이탈하는 현상이 강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천문학과는 지균 대신 일반전형 선발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단계에서 서류평가로 지원동기를 검증할 수 있는데다 2단계에서 정원의 2배수의 1단계 합격자에 대해 구술면접을 통해 모집단위와 관련한 제시문을 활용, 학업능력도 일정부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 입시부터 물리천문학부는 물리와 관련한 제시문을 통해 지원자의 전공적성과 학업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의대의 경우 의전원 입시 방식에서 도입된 다중미니면접의 효용성을 확대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서울대 의대는 자체적으로 선발과정에서 인성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다중미니면접을 입시의 틀로 유지해왔다. 단순히 수학과학만 잘하는 영재가 아니라 제대로된 의사를 선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서울대 의대가 일반전형을 확대한 것은 보다 많은 학생을 다중미니면접으로 선발하겠다는 자체적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예과 지균은 다른 모집단위 지균과 마찬가지로 서류평가를 거치며,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서류 검증 위주의 사정관제 면접을 실시한다.  반면 일반전형은 60분 동안 6개의 방을 돌면서 서류 검중 중심의 사정관제 면접은 물론 상황대처능력, 문제해결능력, 인성 등을 종합 검증하는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한다. 수능 100%로 바뀐 정시 일반전형에서도 다중미니면접을 고집하고 있다. 1단계에서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합/불판단을 하는 40분짜리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한다. 결국 다중미니면접이 실시되는 수시 정시 일반전형이 늘어나고  사정관면접만 진행되는 지균이 축소된 셈이다.

 

2015~2016 서울대 정원 변동 모집단위
모 집 단 위 2016 2015
수시모집 정시모집 수시모집 정시모집
지역균형 일반전형 일반전형 지역균형 일반전형 일반전형
의과대학 의예과 25 45 25 30 35 30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광역) 10 26 11 11 27 11
물리천문학부(천문)   7   5    
화학부 10 25 8 10 26 8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15 21 22 15 22 22
자유전공학부   123     124  

<수시 일반전형이 특목/자사고에 유리할까>
수시 일반전형이 늘어나면 특목 자사고에 유리하다는 통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며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수시 일반전형의 고교별 합격자 수를 살펴보면 2014학년 합격자 1833명 가운데 특목고(특차모집인 영재학교 포함)가 906명(49.4%)이었으며, 일반고는 518명(28.3%), 자사고는 349명(19.0%)이었다. 특목고는 영재학교가 227명(13.4%), 과고 233명(12.7%), 외고 244명(13.3%), 국제고 39명(2.1%), 예고/체고 163명(8.9%) 등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을 합한 인원이 일반고보다 많다고 볼 수있다.

 

2013~2014 서울대 수시 일반 고교유형별 합격자수 및 비율
학년 2014 2013
입학정원 1838명 1744명
합격자 1833명
(100%)
1764명
(100%)
일반고 518명
(28.3%)
662명
(37.5%)
자사고 349명
(19.0%)
287명
(16.3%)
자공고 22명
(1.2%)
35명
(2.0%)
영재학교 227명
(12.4%)
175명
(9.9%)
과학고 233명
(12.7%)
210명
(11.9%)
외고 244명
(13.3%)
167명
(9.5%)
국제고 39명
(2.1%)
22명
(1.2%)
예고/체고 163명
(8.9%)
174명
(9.9%)
특성화고 4명
(0.2%)
3명
(0.2%)
해외고 29명
(1.6%)
23명
(1.3%)
검정고시 5명
(0.3%)
6명
(0.3%)
* 자료 : 서울대 2013~2014 수시 합격자 보도자료
* 2013 수시일반 20명 추가합격 : 동점자처리에 따른 결과

그렇다고 서울대가 의도적으로 특목/자사고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일반전형을 운영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반고에서도 상당 수준의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내온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2014학년 서울대 톱100랭킹을 살펴보면 교육특구가 아닌 일반고에서도 수시합격자가 상당수준 배출되고 있다.서울강동 한영고(8명), 광주고려고(7명), 수원수성고(6명), 거제고(5명) 광주숭일고(5명) 대전대덕고(5명) 대전중앙고(5명) 수원창현고(5명) 울산우신고(5명) 인천세일고(5명) 인천숭덕여고(5명) 진주동명고(5명) 충북세과고(5명) 등이 눈에 띄이는 실적 좋은 일반고들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인 지균과 일반전형 모두 동일한 방식과 동일한 잣대로 1단계가 진행되는 탓에 학교 유형에 따른 불리함은 없어보인다. 서울대 수시는 전임입학사정관 25명과 위촉입학사정관인 교수 109명이 총 5단계의 서류평가를 실시한다. 평가영역은 ▲학업능력 ▲자기주도적 학업태도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 ▲지적호기심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 등이다. 다만 전형 성격에 따라 지균은 서류검증 위주의 사정관제 면접을 진행하며, 수시 일반전형은 제시문과 문항을 활용한 구술면접을 실시하는 것이 차이다.

더구나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가능했던 서울대 구술면접도 교육부가 제시한 ‘교과과정 틀 내’라는 원칙에 입각해 매년 쉬워지고 있다. 일반고에만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2014전형에서 구술면접에 참여했던 학생들 대부분은 “해볼 만 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4월 열린 입시설명회에 일반고 출신 우수 학생 사례로 꼽혔던 중어중문학과 정은영 학생(포산고졸, 2011학년 입학당시 일반고, 현재 자공고)은 제시문에 대해 “내용 독해가 고1~2 수준으로 어렵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고 위기론, 의도가 있는 것인가>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대 전형변화를 통한 ‘일반고 위기론’에 대해 사교육 업체들의 술수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순수하게 보면 일반고 살리기의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볼수도 있지만 사교육업체의 의도가 깔린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지난해 2015 전형계획이 나올 당시에도 수시 지균 수능최저 강화와 정시 일반전형 확대에 대해 사교육업체들은 그 본질은 짚지 않은 채 ‘특목/자사고에 유리하고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무책임한 언론들이 여론몰이를 했다. 조금의 변동이 있어도 무조건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는 평가는 결국 고입 입시에서 ‘돈이 되는’ 특목/자사고 입시 시장으로 교육수요자를 끌어들이려는 속셈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특목고 출신들에게 유리한 특기자전형 선발비율이 40%에 육박하는 연세대나 과학인재전형과 글로벌인재전형 등 외견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실질은 특기자전형을 운영하는 성균관대의 꼼수전형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입시기관도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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