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성 교육을 없애는 것이 교육적인가'반발 거세

[베리타스알파=김경숙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자사고에 또 다시 시련이 불어 닥쳤다. 17개 시도 중 무려 13곳에서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이들이 공동공약으로 내세운 자사고 폐지론이 ‘설마’에서 ‘혹시’라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전국 49개 자사고 중 38개교가 평가대상이고 이중 21개교가 진보 교육감 지역이다. 자사고 폐지에 대해선 교육부장관과의 협의라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거칠고 일방적인 이들의 정책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사고들의 운영엔 운신의 폭이 훨씬 좁아질 전망이다. 그간 교육과정 롤 모델을 구현해온 이들 학교에 교육환경적 측면의 경직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자사고 폐지주장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수월성 교육을 없애는 것이 교육적인가. 과연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살아날 것인가.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모두 악으로 몰라붙이는 것이 교육적인가."

자사고는 2001년 정부계획에 의해 2002학년부터 시작된 학교유형이다. 애초 명칭은 자립형사립고. 당시 획일화된 고교운영으로 인재의 해외유출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주도로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구하고 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자립형사립고’라는 새로운 학교유형이 등장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95년 5월 교육개혁위원회가 처음 제안한 이후 논의를 거듭한 끝에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8월 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반안이 나왔고, 2001년 8월 전국 사립고로부터 운영신청을 받았다. 학생 선발권(자율적으로 선발하되 국수영 지필고사 금지), 교육과정 편성권(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의무편성), 수업료 책정권(일반고의 3배 이내)에 대해 (부분적인) 자율권을 부여하는 자립형사립고는 애초 30개교 가량을 운영하려 했지만, 학생납입금의 25% 이상을 법인이 납입해야 하고 전교생의 15% 이상에게 전액장학금 지급해야 하며 재정결함 지원이 없는 등의 규제로 인한 부담 때문에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는 결국 6개교 지정에 그쳤다. 2002학년 민사고 포철고 광철고에 이어 2003학년에 상산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가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 운영에 들어갔고, 2009년 하나고가 자립형사립고 인가를 받아 7개교로 예정됐다.

2010년 자립형사립고들은 모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재단전입금을 기존 25%에서 20%로 낮추는 것이 특혜라면 특혜. 2009학년까지의 자립형사립고 시범운영 기간이 종료, 더 이상 연장되지 않고, 이명박정부가 ‘학교다양화’ 기치를 내걸고 만든 새로운 고교유형인 자율형사립고에 대거 편입된 것이다. 부분적이긴 했지만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얻은 덕에 이들 자립형사립고들은 특유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며 대입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왔고, 이에 착안해 자립형사립고와 마찬가지로 교사인건비 등의 재정지원이 없는 대신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자율적 운영하고 학생납입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율형사립고 유형이 등장한 게 이유다. 문제는 난립이었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던 북일고가 2010학년에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김천고가 2010학년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이어 2011학년에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외대부고(당시 학교명 용인외고)가 2011학년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세운 인천하늘고가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로서 2011년 개교한 외에 광역단위 자사고는 서울을 중심으로 난립 기조였다.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다 스스로 신청해 지정취소된 서울의 동양고 용문고, 광주의 보문고, 부산의 동래여고 외에도 2010학년부터 현재까지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어 운영중인 학교는 재단전입금 20%에 부담을 느꼈던 해운대고가 전입금 5%의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한 걸 포함 총 39개교다. 서울 24개교(경문고 경희고 대광고 대성고 동성고 미림여고 배재고 보인고 선덕고 세화고 세화여고 숭문고 신일고 양정고 우신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장훈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현대고 휘문고), 대전 3개교(대성고 대신고 서대전여고), 대구 4개교(경신고 경일여고 계성고 대건고), 부산 1개교(해운대고), 울산 1개교(성신고), 광주 2개교(송원고 숭덕고), 경기 1개교(안산동산고), 전북 2개교(군산중앙고 남성고), 충남 1개교(충남삼성고)다.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율형사립고는 이젠 사립형 혁신학교로 학교유형을 바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진보성향 후보가 낙선한 대구/울산/경북/대전을 제외한 서울/경기/인천/강원/충남/세종/충북/전북/광주/전남/경남에 공동공약은 걸지 않았지만 진보성향인 제주와 부산까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파열음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은 “올해 자사고 평가를 통해 미달학교는 일반고로, 나머지 학교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전환할 것”이라, 즉 자사고 지정을 모두 취소하겠다 밝혔기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는 진보 교육감들의 공동공약이다.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이들 학교유형은 어쩌면 사립형 혁신학교로 또 다시 간판을 갈아 끼울 수도 있는 셈이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해 신입생 미달 사태 등 부작용도 일부 겪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건실한 학교운영 또는 개인이 전 재산을 털어 뜻을 가지로 세운 사학으로서 인정 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 현장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귀족학교’라는 오명 아닌 오명 속에서도 단적으로 학생 1인당 받는 학비보다 들이는 교육비가 더 많은 특징이 강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학교알리미 2013년 공시 기준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비에서 학교가 부담하는 교육비를 차감한 차액, 즉 학교가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학교는 민사고가 학생 1인당 88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청운고 762만원, 인천하늘고 747만원, 외대부고 727만원, 하나고 609만원, 광철고 489만원, 북일고 484만원, 포철고 467만원, 김천고 138만원, 상산고 107만원이나 됐다. 사학으로서 학교법인이 학생 1인당 부담하고 있는 운영비다. 재학생 수로 계산하면 민사고 455명에 총 40억 가량, 상산고 1154명에 총 12억 가량이다. 특히 두 학교는 대기업 없이 개인재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다. 10개 전국단위 자사고 중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 있는 학교는 민사고(강원) 인천하늘고(인천) 외대부고(경기) 하나고(서울) 광철고(전남) 북일고(충남) 상산고(전북)다. 현대청운고(울산)와 포철고(경북) 김천고(경북)만 보수성향 교육감으로 한시름 놓은 가운데 김천고는 출신교장이 교육감으로 당선된 특이점이 있다.

한편 혁신학교의 추가 지정 및 확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고입과 대입이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혁신학교의 창의인성 교육 바탕의 공교육을 살리는 실험이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580개 혁신학교 가운데 55.69%인 323개교가 초등학교다. 중학교는 196개교(33.79%), 고등학교는 61개교(10.52%)에 불과하다. 특히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의 경우 비율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자사고들의 전면 혁신학교 전환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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