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분석] KAIST

KAIST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초, 최고의 이공계특성화대학이다. ‘최초’와 ‘혁신’으로 쌓아온 KAIST의 궤적은 일반인의 뇌리에도 이미 선명하다. 종합대학이 아니지만 세계대학평가에서 보여준 잇따른 순위상승은 ‘이공계 영재’라면 KAIST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탁월한 실적을 가능케한 KAIST의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국내를 뛰어넘은 세계적 역량의 이면에 자리한 KAIST만의 득특하고 매력적인 메커니즘이 내공의 실체다. 1학년은 전원 장학금 지원으로 등록금 면제가 기본인 가운데 2학년부턴 GPA 2.7 이상이라면 한 학기 34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에서 ‘진짜학문’를 하라는 KAIST의 무언의 압력이 이제는 더 이상 스트레스로 다가서지 않는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신입생 추수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과고/영재학교 출신은 물론 일반고 출신까지 보듬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KAIST를 가장 KAIST답게 만드는 덕목은 오히려 교수진의 역량이다. 실용학문의 저력을 발휘, 국가사업 예산을 대거 유입시킴으로써 운영예산의 80% 가량이 교수들이 벌어들인 수입이다.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거나 국고지원 100%가 아니라 교수역량으로 따온 예산이라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다. 20% 가량의 국가지원을 받아 대부분 학생이 등록금 부담 없이 학교에 다니는 게 가능해진다. 영재학교 과고를 통한 이공계 인재들의 유입부터 시작해 세계적 역량을 갖춘 교수진과 전원 기숙사생활이 가능한 35만평의 캠퍼스, 추수관리 프로그램으로 개개인의 역량을 관리하고 열정을 결집하는 학교 시스템이 한데 모여 내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정상을 겨냥한 인재의 산실은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 정형화된 교육의 틀을 파괴한 KAIST의 도전은 KAIST의 설립만큼이나 파격적이다. 국내최고에서 세계최고의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 향하는 ‘최초’와 ‘혁신’의 기록들로 점철돼 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국내외 과학사 최초와 혁신의 역사.. ‘실사구시’ 추구

[베리타스알파 = 김경숙 기자] KAIST는 국가대표 이공계특성화대학이다. 국내최초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서 이후 출발한 포스텍 GIST대학 UNIST DGIST의 롤 모델이 됐다. 설립뿐 아니라 국내에 남긴 ‘최초’의 족적은 많다. KAIST 전자공학과 변증남 교수가 1979년 국내최초 플레이백형 로봇 카이젬 1호를 개발했고, 1981년에는 국내 벤처기업의 원조인 큐닉스가 KAIST 전자공학과 1호 박사인 이범천 교수에 의해 창업했다. 1982년엔 생물공학과 유두영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대학 석좌교수로 초빙됐고, 1983년엔 식품화학연구실 최홍식 박사팀의 미강안정화 처리기가 태국에 수출, 국내최초의 기술수출이라는 과학사를 남겼다. 1986년엔 재료공학과 김영길 교수팀의 반도체 신소재가 독일에 수출, 국내 독자개발 첨단기술의 첫 선진국 수출이라는 기록이다. 최근 들어선 2004년 국내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HUBO를 개발한 데 이어 2010년 세계최초로 무선충전이 가능한 온라인 전기차를 개발, 타임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고, 2013년엔 국내최초로 나로호 과학위성을 발사, 국내 1호 우주인(이소연 박사)을 배출하는 등 ‘최초’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초’의 기반은 ‘혁신’적인 교육과정에서 비롯한다. 전원 기숙사생활이 원칙인 KAIST는 국내최초로 1986년 무학년/무학과 제도를, 1992년 무시험전형을 시행했다. 석/박사 과정은 무시험 입학제도로 운영, 국내최초로 박사학위논문의 세계 저명 학술지 게재를 의무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굳힌다. 특히 학/석/박사 학위 연계 과정과 과정간 상호 학점 인정을 통한 속진 교육제도가 두드러진다. 개발연구/논문작성의 분위기가 학부과정뿐 아니라 석/박사 과정과 연계되면서 자연스레 조성되는 셈. 매년 학부생 70% 가량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KAIST는 학/석/박사가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매년 방대한 양의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1년 대학부문 70편 수상작 중 29편, 2012년 73편 수상작 중 41편을 수상하는 등 삼성휴먼테크논문 수상자는 KAIST가 가장 많다. 특급논문이라 불리는 NSC(Nature, Science, Cell)에 개재되었거나 분야별 IF20% 이내 논문은 2011년 165편에 이어 2012년 185편, 2013년 225편으로 크게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KAIST의 공학분야 논문은 미국 톱5 대학과 논문인용 지수가 동일한 수준으로 역량으로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다.

때문에 세계대학평가기관인 THE와 QS에서 KAIST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2013년 QS에선 KAIST는 종합대학이 아님에도 세계 60위에 올랐다. 2014년엔 공학분야의 모든 학과가 강세다. 재료공학 세계16위, 기계/항공공학 세계21위, 화학공학 세계21위, 전기/전자공학 세계24위, 토목공학 세계32위, 컴퓨터공학/정보시스템 세계36위에 랭크됐다. 모두 국내1위이기도 하다. 자연과학분야 역시 생물과학이 국내1위, 세계43위에 랭크된 가운데 화학 세계17위, 수학과 물리학, 환경과학이 세계51~100위로 평가됐다. 2013년 THE 발표에선 세계56위, 공학분야 세계25위에 랭크됐으며, 2012년엔 톰슨 로이터 발표 세계 100대 혁신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업디자인학과와 서울캠퍼스에 자리한 경영대학원에 대한 평가도 눈에 띈다. 산업디자인학과가 미국 비즈니스위크지로부터 세계 30대 디자인스쿨로 인정 받은 가운데,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은 ‘파이낸셜 마켓’ 분야 세계17위(국제 경영대학 평가기관 에듀니버셜 발표, 2013)의 명성을 갖는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14학년 신입생부터는 기술경영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명성과 노하우가 학부교육에서도 이어갈 전망이다.

산업체와의 교류도 왕성해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닌, ‘실사구시’를 추구한다. 2000년 국내최초로 벤처기업 현장실습 학점 취득제도를 실시하는 등 교육과정 자체에서 최초의 시도로 혁신을 일군 이후 산업체 현장실습 등에도 학사학위 논문 대체 제도를 시행한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강성모 KAIST 총장은 ‘실사구시형 공학교육을 위한 공학교육 혁신안’을 발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기도 했다. 공학교육의 혁신과 더불어 ‘공학도의 기업가정신 활성화 프로그램’도 도입, 구성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Start-up KAIST’, 기업가정신 강화를 위한 ‘SNU-KAIST 공학도를 위한 경영학 프로그램’,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End-ru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고 문호까지 넓힌 남다른 교육과정

KAIST의 입학제도는 최근 들어 일반고 출신에도 문호를 넓힌 특징이다. 과고/영재학교 출신의 루트로만 여겨졌던 KAIST가 2009학년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고, 2010학년 학교장추천전형을 실시, 2014학년부터 정시모집을 실시하며 일반고 출신의 입학을 확대하고 있는 것. 일반고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 학교장추천전형은 2010~2012학년에 150명, 2013학년에 130명, 2014학년에 100명 내외를 모집했다. 2010~2011학년엔 각 학교 방문면접을 실시했고, 2013학년부턴 학교당 추천인원을 2명으로 확대했다.
구성원의 다양화를 기하는 입학 과정에서 KAIST가 운영하고 있는 신입생 추수관리 프로그램은 전국 입학처 구성원들이 주목하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무학과로 운영, 전교생 기숙사생활을 하는 KAIST 신입생들이 KAIST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학생을 선발한 입학처가 입학전형팀 외에 새내기행정팀을 가동시켜 학생들의 적응력을 높이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마련하며, 내부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것.

신입생들은 우선 출신학교가 섞여 반이 구성되며, 지도교수-지도선배-반 동료-입학사정관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네트워킹이 구축된다. 입학 전 12월부터 2월까지 기초과정을 미리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인정 강좌를 개설해 입학 후 정규과목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브릿지 프로그램, 영어능력평가시험 결과 일정점수 이하인 학생들에 대해 3주 간 신입생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입학 후 프로그램은 봄학기 ‘즐거운 대학생활’과 가을학기 ‘신나는 대학생활’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도그룹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명사특강, 문화공연, 반별활동 등 정기 프로그램과 반별 MT와 역사탐방, 콘서트, 스포츠경기 관람 등 비정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 1인당 두세 개의 동아리에 가입할 정도로 동아리활동도 활발하다. 포스텍과는 매년 ‘카포전’을 통해 정기 교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도교수와 지도조교, 지도선배, 생활어드바이저 등 지도그룹에 의한 멘토링, 미적분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프로그래밍 등 기초필수과목에 대해 1대 2(또는 1대 1) 지도하는 튜터링도 활발히 가동중이다. 7500명 가량을 수용하는 기숙사에서 전원 생활하는 가운데 스포츠 콤플렉스, 수영장 등 체력단련 시설을 갖추고, 학생상담센터 메디컬센터 등 학생들의 정신/육체적 건강을 관리해주는 기관들도 함께 운영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신입생의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KAIST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학과 제도. 신입생 전체가 무학과로 입학, 1년 간 대학생활을 한 후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 97%의 학생들이 KAIST의 장점이라 말하는 지점이다. 정원제한이 없는 학과 특성상 학과선택이 자유로우며 이후에도 전과나 복수전공, 부전공 등의 제한이 없어 학문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장점이다. 학년말 학과설명회에선 1학년을 대상으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고. 15개 공학과 자연과학 분야 및 기술경영학이 전공으로 개설되어 복수전공과 전과가 자유로우며, 경제학, 금융공학, 문화기술학, 지식재산, 과학기술정책학 등 부전공도 가능하다. 1~3명의 학부생들이 조를 짜 지도교수 지도조교와 함께 원하는 과제를 연구하는 URP 프로그램은 연구비 지원과 학점연계까지 이뤄진다. URP를 통해 학부생의 연구논문이 세계적인 저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특허 17건, 논문 28건, 학회참가 44건, 대회수상 6건의 성과도 있었다.

수업은 강의실 밖에서도 이뤄진다. 교수가 준비한 자료를 웹 사이트에 들어가 공부한 후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질문, 논쟁 중심으로 배움의 깊이를 더해가는 혁신적인 교수학습 프로그램 ‘에듀케이션 3.0’을 운영하고 있다. 교수는 600명 가량으로 교수 1인당 학생수는 6명에 불과하다.

모든 학사과정 학생이 국가장학금 대상자다. GPA 2.7 미만인 극소수 학생이 기성회비만을 납부한다. 성적이 일정수준 이상이라면 등록금 면제인 셈이다. 대통령장학금, 이공계국가장학금, 교외장학금 등의 수혜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학기중엔 매월 1인 13만5000원의 학자금을 지급 받는다. 병역대체의무제인 전문연구요원 제도도 운영, 박사 3학기 이상을 밟는 학생들은 군 면제다. KAIST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각 1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군 자녀 캠프를 여는 배경이다.

2015, 제출서류 간소화하고 문제풀이식 구술면접 폐지

특별법에 의해 설립, 수시6회 제한을 받지 않는 KAIST의 입시는 30명을 정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것 외에는 100%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이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로 서류전형을 거친 후 면접을 치른다. 올해 특징은 간소화다. 우수성입증자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제출서류를 간소화하고 서류우선선발도 폐지한다. 지난해 진행했던 문제풀이식 구술면접 역시 폐지된다. 모집인원은 지난해 정원내 850명 내외에서 50명 줄어든 800명 내외를 선발한다. 단기적으로는 의치과대학 정원 증가로 인한 우수학생의 쏠림 현상, 장기적으로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그 배경이다. 지난해 5년 만에 도입한 정시모집에선 올해도 수능우수자전형을 통해 수능점수로 30명을 선발한다. 무학과로 입학, 2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 것 역시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형별 선발인원은 ▲수시 일반전형 620명, 학교장추천전형 80명, 고른기회전형 30명과 ▲정시 수능우수자전형 30명 외에 ▲기타 외국고전형 40명이다. ▲정원외 외국인전형으로 50명을 더 선발한다.

아무래도 바뀐 면접방식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문제풀이식 구술고사 형태로 치르던 탐구역량면접은 폐지한 대신 인성 및 사회적 역량, 과학적/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을 종합평가하는 면접을 실시한다. 지원자 1인이 1개 면접실에서 3인의 평가위원과 약 20분 간 진행하며, 평가위원은 서류내용을 검증하고 인성과 사회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질문 외에 과학적/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한다.

김지훈 KAIST 입학팀장은 “개념과 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장 적용 능력”을 강조했다. “미적분에 관련해 묻는다면 어떤 산업분야에 효용이 있는지 묻는 식이다. 과학원리 역시 현실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무게를 둔다. 자전거에 적용되는 과학적 원리를 아는 대로 얘기해보는 식이다. 물론 패턴화하지 않는다. 교과지식을 잘이해하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인성과 관련해선 지난해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학생에게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성공한 뒤에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대학입학이나 취업에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년 전 십억 원을 주면 교도소에 가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는데, 견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으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질문했다.

KAIST는 지난해부터 정시모집을 수능점수로 30명을 선발한다. 도입배경에 대해 김 팀장은 “수능을 준비해온 일반고 학생들도 재수생에게 KAIST의 문을 더 개방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합격수준에 대해선 “지난해 30명 모집에 1118명이 지원, 37.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입학생의 표준점수 평균이 532점(당시 서울의대 540점, 서울대 이공계열 528점, 전국 의대계열 529점)으로 매우 우수했다”며 “정시모집 입학생들은 수/과학 영재교육 트랙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갖지 못한 또 다른 여러 재능과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이들로 인해 KAIST의 구성원이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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