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탐방] 민사고

교육계에서 민사고는 특별하다. 고유의 교육프로그램 때문이다. 암기교육 일변도였던 국내 고교교육의 흐름이 민사고를 접점으로 각기 다른 능력과 소질에 따른 토론위주 심화학습 방향으로 선순환하고 있다. 민사고를 시작으로 외대부고와 하나고 외 전국의 많은 학교들이 크고 적게 영향을 받았다. ‘귤을 탱자로 만들지 않은’ 몇 학교의 실적이 두각을 보이는 가운데, 민사고측은 대입실적보다는 교육과정의 특수성을 논하는 게 반갑다.

예비신입생들은 입학 전 2월 한 달 간 민사고 교정에 노란색 명찰을 달고 예비교육을 받는다. 수강신청을 통해 교사연구실로 찾아 다니는 민사고 특유의 교육환경과 3인1실의 기숙사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아침저녁으로 진행되는 ‘혼정신성’도 경험한다. 혼정신성은 ‘예기’의 ‘곡례편’에 나오는 말로 ‘밤에 잠자기 전 부모의 침소에 가서 밤새 안녕하시기를 여쭙는다’는 뜻의 ‘혼정(昏定)’과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의 침소에 가서 밤새의 안후를 살핀다’는 뜻의 ‘신성(晨省)’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민사고 학생들은 저녁 때 잠자리 들기 전 부모님의 잠자리를 살펴드리듯 함께 모여 사감에 절을 함으로써 ‘혼정’을 실천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부모님께 밤새 인사를 고하듯 아침운동을 담당하는 교사에 문안을 여쭘으로써 ‘신성’을 실천한다. 한 달에 한 번 귀가할 때마다 부모님께 혼정신성을 행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 지난 2월에 있었던 민사고 졸업식. /사진=민사고 제공

입학식은 개교기념일인 삼일절에 이뤄진다. 교복은 한복이다. 민사고 깃발을 들고 나타난 기수단 선배들과 화려한 복장의 대취타 선배의 입장을 시작으로 한다. 대취타의 낮은 고동소리와 북소리가 입학생들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입학식의 ‘빛의 행진’도 특별하다. 민사고 입학생들은 전통적으로 모두 촛대에 초를 들고 교사로부터 불을 받아 옆 사람에게 전달해 결국 모든 학생들이 불이 켜진 초를 든다.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게 하는 초처럼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라’는 교장의 훈화에 이어 한 명씩 단상 앞에 있는 전시대에 초를 올려놓기 위해 걷는 모습은 ‘빛의 행진’이라는 말이 제격이다. ‘빛의 행진’이 마무리되면 민사고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이 이어지며 민사고 생활이 시작된다.

입학생들에게 가장 고된 일은 수강신청이다. 과목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지, 선생님의 교육방법이 자신과 맞는지, 인원수는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게 많다. 하지만 예비수강 신청을 통해 확정 전 상황을 알 수 있고, 수강신청 정정도 가능해 곤란한 상황은 없다. 담임 격의 어드바이저들의 도움도 있다. ‘아침기’라 불리는 아침운동으로 학생들은 ‘애증’의 의미를 배운다. 1학년들은 검도와 태권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적은 인원이 배정된 태권도는 1학년 말에 단 심사를 거쳐 이후 조깅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검도는 2학년 때나 단 심사를 볼 수 있고 심사과정도 까다로워 3학년 때가지 검도장에 갈 수도 있다. 아침운동으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체력을 기르고, 아침잠을 몰아내 비교적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내게 하지만, 학생들에겐 때론 취침시간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고. 150가지가 넘는 동아리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한 동아리 박람회는 이색축제라 할 수 있다. 학생회의 자치적/자발적인 활동역량도 이색적이다. 문화기획부 방송부 재정관리부 법무부 자치감사부 공공정보부 등 14개 부서의 학생자치활동 역시 전교생이 참여한다. 3지망까지 원하는 부서를 선택, 면접까지 보면서 정해지게 된다. 수요스포츠데이에서 발현된 체력은 강원도민체전에 민사고 학생들이 횡성군 대표로 100명 가량이나 출전할 지경으로 활발하다. 담당교사와 학생의 뜻만 맞으면 창체활동으로 커피제조체험이든 삼청동나들이든 못할 게 없다.

▲ 지난 2월에 있었던 민사고 졸업식 현장. /사진=민사고 제공

졸업식 역시 민사고스럽다. 전날 졸업파티에선 교사 혹은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의 공연이 진행된다. 이튿날 졸업식은 엄숙하다. 예복을 갖춰입은 의례단과 대취타가 식의 시작을 알리고, 3년에 딱 한 번 화려한 사모관대를 차려 입은 졸업생은 차례로 졸업장을 받는다. 학사모가 날리는 대학 졸업식처럼 민사고 졸업식엔 여학생의 아얌과 남학생의 사모가 던져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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