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지역으로부터 눈총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충남삼성고가 폐쇄적인 행보로 눈총을 받고 있다. 삼성고는 충남 아산시 인근에 자리잡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4개 계열사가 지난해 7월부터 공동으로 준비해온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다. 삼성고를 운영할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의 이사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았으며, 총 1000억원의 규모를 투자해 삼성고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삼성고가 지역이나 교육업계에서 받는  눈총의 근거는 '임직원자녀전형의 쿼터의 높은 비율'과 '폐쇄적 행보'. 충남삼성고의 전형설계는 임직원자녀전형 70%, 사회통합전형(의무선발) 20%, 일반전형 10%로, 충남지역 일반학생에 열린 문은 10%밖에 되질 않는다. 이미 포스코가 세운 광양제철고가 70%를, 포항제철고가 60%를 임직원자녀로 선발해 눈총을 받고 있는 와중에 삼성역시 임직원전형 70% 수준으로 자사고를 만든 것. 게다가 국가대표 대기업인 삼성이 세우는 학교답지 않게 설립 및 개교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의혹을 샀고  2014학년 첫 입시를 마친 이후에도 전형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여론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한겨레> <주간동아> 등 메이저 언론까지 가세해 충남삼성고, 정확히 말하면 삼성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아산 입주 4개 계열사들이 세운 삼성고가 학생 선발과 관련한 폐쇄적인 행보로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로고

<높은 임직원 선발 비율>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정원의 70%(245명)를 삼성 임직원 자녀로 채운다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정원내 20%를 선발해야 하는 사회통합대상자전형에 70명이 할당됐고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35명만이 충남지역 일반 학생들을 대상해 선발하는 일반전형으로 꾸려졌다.

지역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다. 아산지역 학부모들은 지역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매우 적고 학교의 서열화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평등교육실현 아산학부모회'측은 "아산시에는 자사고가 없었고 특목고도 외고(충남외고) 하나밖에 없었다. 그 덕에 비평준화 지역이어도 학교간 서열화가 아주 심하지는 않았다"며 "삼성고가 들어오면 다른 학교들은 모두 2류, 3류가 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돈이 없고 부모가 삼성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 앞에 생긴 학교에도 못가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겠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삼성고등학교 일반고 전환 서명운동 및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삼성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고의 설립목적은 아산지역 임직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아산 인근에서 근무하는 3만8000명의 임직원 자녀 중 580명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지만 탕정면 위치한 고등학교는 175명 정원의 충남외고, 탕정면 인근의 학교로는 아산시 배방읍 설화고, 천안 월봉고 정도이다. 충남외고를 제외하면 자가용으로 최소 20~30분 걸리는 먼길을 통학해야 한다.

삼성측은 "기러기 생활을 하거나 아산 근무를 기피하는 직원이 많다"며 "교육청에 수차례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어려움을 호소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자사고 설립을 제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지방직 파견 문제로 높은 임직원전형 쿼터를 갖춘 전국단위 자사고를 설립한 건 이미 선례들이 많다. 포스코의 광양제철고와 포항제철고가 대표적. 광양제철고는 정원 385명의 70%에 해당하는 269명을 임직원자녀로 선발한다. 2011학년까지는 정원의 90%까지 임직원자녀전형으로 선발했던 학교다. 2012학년부터 임직원자녀전형을 70%로 줄이고 나머지 30%를 전국단위로 확대설계, 임직원자녀 위주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포항제철고는 정원 455명의 60%에 해당하는 273명을 선발한다. 이들 학교 배후지엔 포스코 관련 기업들이 즐비하고, 임직원자녀들은 포스코교육재단 산하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코스를 밟는다. 포스코는 아예 임직원 주택단지까지 갖춰 학생들은 한 마디로 '포스코 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반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반면 현대중공업이 세운 울산소재 전국단위 자사고인 현대청운고의 사정은 다르다. 정원 180명의 15%에 불과한 27명만을 임직원자녀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실제로 27명을 모두 채운다는 조건이 없어, 27명 미만으로도 선발된다고 업계에선 이해하고 있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하나금융그룹이 세운 서울소재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의 경우에도 정원 200명의 20%에 불과한 40명만을 임직원자녀전형으로 선발, 명성에 비해 임직원자녀를 '덜 챙긴다'는 평판이다.

약간 다른 경우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세운 인천하늘고는 임직원자녀전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항공자 직원자녀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임직원전형을 정원 180명 중 45%에 해당하는 100명을 선발하려 하지만, 개교 이후 매년 미달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정원 100명에 48명, 올해는 60명만이 지원했다. 이 때문에 학교재단측은 자금을 대는 공항공사로부턴 설립목적이 흐려졌다는 질책을, 학교로부턴 상대적으로 적은 전국모집 등 타 모집 쿼터가 적어 우수인재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하소연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70%나 되는 임직원자녀전형 쿼터에 대해 삼성측은 위법사항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원의 70%는 교육청과 협의해 정했다"며 "정원의 70%라고 해도 245명에 불과해 대상 연령 임직원 자녀 중 300명 이상은 여전히 다른 지역 학교에 갈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현행 초중등교육법 상으로 임직원자녀 비율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학교장이 교육감의 승인을 얻어 일정 비율을 정하도록 돼있다. 규정상으로는 사회통합전형 의무 비율 20%를 제외하면 사실은 정원의 80%까지도 임직원자녀만 선발할 수 있다. 

충남삼성고 입시가 '그들만의 리그'로 오해를 사는 데는 '삼성답지 않은 전국단위가 아닌 광역단위'라는 일부 아쉬움 외에도 입학설명회의 폐쇄성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 달 24일 충남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상희(민주) 의원은 "충남삼성고 입학설명회는 삼성 임직원 명함을 갖고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데다 선발 기준이 임직원 자녀가 70%를 차지하는 등 현대판 교육신분사회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해 충남삼성고에 대한 반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삼성측은 "이는 상황의 일부만을 전한 것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8월27일 학교인가 이전에 지역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회사복지와 관련 직원가족 설명회를 총 3회 실시했는데 이때 직원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명함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 대한 언론조명이 상대적으로 적어 오해를 사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학교인가 한 달 이후인 9월27일부터 2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선문대학교에서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실시, 총 800명 가량이 참석했다"는 설명이다. 학교인가 이전에 대외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시 막판에 홍보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배경이 읽히지 않고 오직 삼성을 향한 비난을 학교를 매개 삼아 이어지고 있어 억울하고 부당하는 입장이라 읽힌다.

<전형별 경쟁률 비공개>

눈총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전형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삼성고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달 24일 2014학년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370명 정원(정원외 전형 포함)에 653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학교 입학처에 전형별 경쟁률을 파악하고자 전형별 지원자 수를 문의한 결과 "내부 방침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포스코), 현대청운고(현대중공업), 인천하늘고(인천공항공사) 등의 기업 운영 자사고는 전형별 경쟁률을 공개하고 있어 충남삼성고의 전형별 경쟁률 비공개 상황은 역시 비난의 대상으로 오른 실정이다. 전형별 경쟁률을 공개한 자사고들의 자료에 따르면 임직원자녀전형의 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다. 2014학년 기준 현대청운고가 27명 모집에 43명이 지원해 1.59대 1, 포철고가 273명 모집에 306명이 지원해 1.12대 1, 광철고가 269명 모집에 279명이 지원해 1.04대 1의 경쟁률이었고, 인천하늘고는 100명 모집에 60명이 지원, 0.60대 1의 미달상황을 원서접수마감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관련해 충남삼성고의 전형별 경쟁률 공개 여부에 대해 관계자는 "사회통합전형이 미달을 겪어 추가모집 전형을 치른 이후 공개할지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충남삼성고의 합격자발표는 오는 14일에 이뤄지고, 추가모집은 15일부터 18일까지, 추가모집전형은 20일에 진행된다. 현재 전형별 세부경쟁률을 밝히지 않는 학교로는 전국단위 자사고로 명망 높은 민사고 하나고가 대표적이고, 여기에 충남삼성고까지 끼어드는 모양새로, 역시 충남삼성고 이미지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행보다.

<기업설립 자사고에 대한 논란 계속될 듯>
대기업의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충남삼성고 외에도 광철고와 포철고가 포스코의 임직원자녀를 각 70%(269명) 60%(273명) 선발하고 있고,  인천하늘고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자녀를 45%(100명), 현대청운고가 현대중공업의 임직원자녀를 15%(27명)를 선발하고 있는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송도국제도시에,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에,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에 자사고를 설립할 계획이며, 임직원 자녀를 일정 비율 할당할 것으로 예상돼 '임직원 자녀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측은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쁜 지역에 기업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를 비판하는 입장은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기업체가 들어설 경우 임직원자녀의 교육문제를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이 특권학교를 만드는 식으로 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자사고의 학교별 임직원자녀전형 규모(2014학년 기준)
기업 학교 정원 임직원자녀
정원
정원대비
비율
모집단위
포스코 광양제철고 385명 269명 70% 전국
포항제철고 455명 273명 60% 전국
삼성계열사4곳 충남삼성고 350명 245명 70% 광역(충남)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하늘고 225명 100명 45% 전국
하나금융그룹 하나고 200명 40명 20% 전국
현대중공업 현대청운고 180명 27명 15%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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