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담 줄이려다 수월성 포기"

[베리타스알파 = 유주영 기자] 새로 발표된 교육부의 대입개편안에 대한 비판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입 대입이 연결도 되지 않고 수월성 교육은 포기한 듯하다. 게다가 거의 죽어가는 사교육을 살려놓기 위해 작심한듯 하다 ”고 평했다.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 가운데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23일 발표했다. 새로운 대입개편안이 지닌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 새로 발표된 교육부의 대입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교육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며 학습부담 축소를 강조한 이미지. /사진=교육부 홈페이지

<재수생양산으로 사교육역시 확대>

대입 개편안의 골자는 대학별 고사를 축소하는 대신 내신과 수능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수시는 내신, 정시는 수능’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주요 사립대들은 수시모집에서 70% 정도를 선발하고 있지만, 2015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 선발 비율이 수시를 역전해 학교에 따라 50~60%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의 확대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내신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보습학원으로 몰려들 테고,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 수능전문학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결국 교육특구의 수요는 다시 살아나면서 수능 시대의 문제점들이 고스라니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재수생의 확대  움직임 역시 사교육의 부활을 도울 전망이다. 최근들어 서울대가 사정관제로 수시를 83%까지 선발하면서 최상위권 재수생은 줄어들고 있었다. 이미 완성된 학생부에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는 학생들이 수시체제 위주의 서울대를 겨냥해 재수하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재수생의 전체 규모도 줄어들고 있었다. 2014 수능 접수를 한 결과 전체 지원자 중 재수생은 12만7635명 이었다. 2012학년엔 15만1887명이었고, 2013학년에 14만2561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대학별 고사가 축소되며, 정시확대 움직임이 현실화 된다면 수능 위주의 정시로 재수를 노리는 재수, 반수생들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올 초 “수시 위주의 대입 탓에 매물이 쏟아지던 유명 기숙학원들이나 재수 종합학원들 역시 특수를 회복할 가능성도 제기 된다. 

뿐만 아니라 논술이 존치되는 학교만을 노리고 논술학원에서 논술만 파고드는 학생도 생길 가능성이 높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마저 완화되니 몇몇 학교는 논술만으로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입과 대입의 연계성 없다>

교육부가 올해 발표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고입과 대입의 연계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학생들은 꿈과 끼를 바탕으로 진로교육에 무게를 싣고 사정관제를 베이스로 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고교를 진학하는 반면 대학은 수능위주로 공부하라는 얘기다. 꿈과 끼를 토대로 한 고입이라면 대입 역시 사정관제를 중심으로 한 개편안이 마련됐어야 한다.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서 고입 대입의 연결성이라는 큰 틀은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중학교 교육을 통해  “꿈과 끼를 살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자율학기제를 비롯해 진로와 진학을 강화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중학생들이 치르는 고입에서도 선발체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사정관제)을 유지했다. 중학생들은 내신을 챙기되 진로 탐색을 열심히 하고, 독서에 집중하면 원하는 고교에 지원서를 넣어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대입개편안에 따라 '꿈과 끼를 열심히 살린” 중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면 내신과 수능에 올인하는 체제를 교육부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입체제는 당초 확대되던 입학사정관제와는 연장선상에 있지만, 대입체제는  “수시=내신, 정시=학생부”의 공식으로 진로탐색을 계속하거나 책을 읽는 여유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정관제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물론 서울대의 입시 정책에 따라 상위권 대학과 상위권 학생들의 행보가 갈리겠지만, 연세대나 고려대 등의 상위권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상위권 대학은 어떻게 학생 뽑아야 하나>

대학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의 입학처장은 “앞으로 학생을 어떻게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학생부보다는 수능이겠지만, 수능 역시 변별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능 영역별 만점자가 1% 정도 나오는 '쉬운 수능'상황에서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수를 하지 않는 학생이 만점을 이뤄내는 현 정책에서 수능성적과 학업성적과 같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2학년 수능 만점자 6명 중 전교 1등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전교 5~10위권 내의 학생들이었다.

정부는 2012학년부터 2013학년까지는 난이도 상으로 영역별 만점자 1%를 목표로 평이한 출제를 목표로 했다. 올해 2014학년 수준별 수능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지만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입학관리팀 관계자는 “논술도 못하게 하고, 수시에서 수능 반영도 완화하라고 하면 대학은 어디에서 변별력을 찾아 학생을 선발할 지 모르겠다”며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지원금을 안 주겠다고 하니 선발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발표해서 대학들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선내용과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전형에서 공교육 연계, 전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정도 등을 평가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실효성이 있을까>

교육전문가들은 이번 대입개편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한 전문가는 “예산을 지원받지 않고 과거 정책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학교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결국 예산 부족한 학교들만 꼭두각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을 줄이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시가 늘며 다른 문제점들이 무수히 생겨날 것”이라고 평했다.

대입제도 확정안이 모두 대학 재정지원과 연계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지난해 8월 내놓은 대입 논술과 공교육 연계 강화방안도 대학 재정지원과 연계해 논술을 축소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지만 2013학년도 입시에서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며 “좀 더 강력한 억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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