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구술 특기자 축소…사정관 확대

[베리타스알파 = 유주영 기자] 2015학년 대입부터 논술 구술 적성고사등 대학별 고사가 축소되고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된다. 특기자전형이 축소되는 대신 사정관제는 정원외를 중심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대입은 내년부터 수능중심의 정시가 대폭 확대되면서 이전의 수능시대로 회귀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 가운데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23일 발표했다.  문·이과 폐지방안으로 논란이 뜨거운  2017학년도 대입제도는 10월 확정된다.

정부는  대학들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선내용과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전형에서 공교육 연계, 전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정도 등을 평가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35개 대학에 34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1200억을 요구했다.

▲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이 발표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수시가 줄고 정시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한 여고의 시험 장면.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시의 수능 최저기준 완화. 백분위 금지>

내년부터 수시 모집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축소된다. 교육부는 과도한 등급을 요구했던 우선선발을 폐지하고 수능 등급만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되 등급 역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과도하게 설정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등급만 허용하고 백분위 사용을 제한된다. 대학들이 수시에서 수능 성적위주로 선발할 여지를 기존 시안보다 줄인 셈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수학 B형, 과학탐구의 백분위 합이 188 이상' 식으로 지원 자격을 높여 학생의 학교생활과 특기/소질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선발하는 것은 “수시모집의 취지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시안에서 백분위 사용의 지양을 '권장'하겠다고 했다가 이번 확정안에서는 '권장'이라는 단어를 빼 배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2014학년도 대입 기준 고려대(세종), 국민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22개 대학이 수능 백분위를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시 변별력의 핵심 대학별 고사 축소>

수시에서 변별력을 가졌던 논술은 고교에서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시행 축소를 유도한다. 논술보다는 대다수 학생들이 준비하는 전형요소인 학생부, 수능 중심으로 바꾸도록 권장하는 셈이다.  학교 내에서 논술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EBS 논술 강좌를 확대키로 했다.  다만 논술을 시행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해 학생 스스로 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논술 난이도에 대한 고교 교사의 논술 자문위원 위촉을 권장한다.

서울대에서 시행되던 교과 중심의 문제풀이식 구술형 면접, 중하위권대학이 시행하던 적성고사역시  자율적인 폐지를 유도키로 했다. 수시에서 변별력을 가졌던 대학별 고사는 모두 축소되는 셈이다.  대학별 고사의 축소에 따라 대학들은 70%가까이 운영했던 수시전형을 상당부분 수능을 통해 선발하는 정시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논술이 바로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어느 정도 유예 기간이 있을 것이란 풀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논술 고사 시행 여부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학들이 장기적으로는 폐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논술을 대신할 마땅한 전형이 없어 당분간 논술전형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시의 확대, 수능의 강화>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개편안에 대해 정시가 수시보다 커지고  수능의 영향력이 가장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이 학생부 성적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방식의 시험을 옥죄니 결국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모집 정원을 줄이고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 인원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투스청솔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전반적으로 2015∼2016학년도에는 수능의 영향력이 이전과 비슷하거나 상승하고 전형별로는 수시는 논술과 학생부 내신, 정시는 수능이 절대적인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며 "수험생들은 우선 수능을 중심으로 대비하면서 내신 성적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역시 "2014학년도에는 서울 주요 사립대가 수시모집에서 70%를 선발했지만, 2015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 선발비율이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일부 대학은 60% 이상을 정시로 뽑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14 주요 대학 수시/정시 선발인원비교

대학

수시

정시

합계

수시(%)

정시(%)

건국

1,956

1,344

3,300

59.3

40.7

경희

2,876

2,303

5,179

55.5

44.5

고려

2,961

1,176

4,137

71.6

28.4

동국

1,728

1,205

2,933

58.9

41.1

서강

1,202

568

1,770

67.9

32.1

서울과학기술

1,626

810

2,436

66.7

33.3

서울대

2,816

570

3,386

83.2

16.8

서울시립

1,030

868

1,898

54.3

45.7

성균관

2,961

813

3,774

78.5

21.5

숙명여

1,381

1,009

2,390

57.8

42.2

아주

1,162

953

2,115

54.9

45.1

연세

2,637

1,089

3,726

70.8

29.2

이화여

1,911

1,282

3,193

59.8

40.2

인하

2,639

1,185

3,824

69

31

중앙

2,831

800

3,631

78

22

한국외

1,089

687

1,776

61.3

38.7

한양

2,283

964

3,247

70.3

29.7

홍익

1,615

1,125

2,740

58.9

41.1

[합,18개교]

36,704

18,751

55,455

66.2

33.8


<특기자전형-축소>

토익·토플 등 어학성적이나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이른바 '외부 스펙'을 활용할 수 있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은 특기자 전형은 모집단위별 특성 등을 고려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공청회 등에서는 기존 시안에서 특기자전형이 실기전형에 포함돼 여러 단체로부터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거나 외부 스펙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고1∼고2 학생이 특기자전형을 준비해왔고, 대학에서도 특기자 전형으로 뽑을 수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존치하되 '모집단위별 특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연계해 모집 규모의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학과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면 국사학과에서 영어 특기자를 뽑는 것 같은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지원 사업의 정성평가에서 특기자 전형이 꼭 필요한 경우 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고 1∼2학생의 혼란을 덜어주겠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17학년도부터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와 같이 부작용이 큰 외부 스펙을 분명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이사는 "예체능, 어학, 수학, 과학, 발명, IT 등 특기자 전형의 모집 규모가 축소되면 이미 준비 중인 학생과 특목고 학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게다가 모집 정원의 축소로 인해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

'입학사정관 전형'은 명칭을 쓰지 않고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나 현장에서 전형 폐지로 인식해 혼란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학생부 위주 전형유형을 '교과', '종합'으로 구분 후 '학생부 종합' 전형에 입학사정관 등 참여를 명시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원외에서 진행되는  ‘고른 기회’ 전형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참여로 사정관제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차원에서 농어촌 출신 학생, 저소득층 학생, 고졸 취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 기회’ 전형이 확대키로 했다.

<정시 분할 모집 금지..200명이상만 허용>

정시 모집에서 동일 학과의 분할 모집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었지만, 2015~2016학년도에 한해 입학 정원이 200명 이상인 경우에만 2개 군 이내에서 분할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분할 모집을 통해 과도하게 경쟁률을 높이는 관행에 제동을 건것이다. 다만 200명이상 모집단위가 큰 학과의 경우 예외적으로 분할모집을 허용한다. 2014학년 기준으로 정원이 200명 이상인 모집단위는 전국 32개 대학의 87개다. 한양대, 영남대, 충남대, 전남대, 전북대, 중앙대, 전주대, 원광대 등의 경영학부, 건국대 상경대학, 경남대 기계공학부, 경희대 경영학부, 부산대 기계공학부,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사회과학계열, 자연과학계열,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영남대 기계공학부 등이다.

박백범 실장은 "200명 이상 대규모 모집단위는 나눠서 뽑아야 학생을 고르게 선발할 수 있다는 대학의 의견과 수험생 입장에서도 자신이 가려는 대학이 일부 군에 몰려 있으면 선택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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