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교육현장 ‘양치기의 학습효과’.. ‘아니면 말고 식 강수놀음에 피로감 극대화’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정청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조국사태이후 지지율하락의 위기국면을 타개하기위한 충격요법으로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교판도는 물론 교육현장에 파급효과가 엄청난 일괄폐지방안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은 오히려 싸늘한 반응이 태반인 배경이다. 우선 일괄폐지방안이 알려진 방식과 시점부터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조국장관의 전격사퇴가 이뤄진 10월14일 교육부가 아니라 민주당발로 일괄폐지는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전인 9월18일 교육개혁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로 열렸던 당정청 협의회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방안도 안건으로 다뤄졌다는 게 골자였고 교육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는 확인을 했을 뿐이다.

교육현장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배경은 일괄폐지의 시행시점이다. 당정청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시점으로 내건 건 2025년. 엄밀하게 말하면 다음 정권이 결정할 사안인 셈이다. 이미 대입정책은 4년예고제를 강조하면서도 고입만큼은 당장 올해 입시가 진행되는 학교를 대상으로 동시실시나 지정취소를 밀어붙였던 문재인 정부의 전례에 비추어보면 정권이 바뀐다면 당연히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가장 큰 몫은 피로감의 극대화 혹은 양치기의 학습효과라고 한 전문가는 진단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3년내내 정치적 국면타개나 선거용으로 교육정책 뒤집기 폭탄을 너무 많이 터뜨렸다. 가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대적 대입개편 지시가 대표적이다. 조국 장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일요일 해외순방을 나가면서 문 대통령은 대입개편을 지시했다. 2022대입개편 공론화를 비롯해 3년간 정책뒤집기로 피로감을 쌓아온 상태였지만 대통령의 지시로 또 판이 뒤집힌다고 주요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타이밍이나 시점으로 보면 조국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제도가 잘못이었다는 정치적 지원사격에 불과했다는 게 한바탕 난리를 친 다음에 나온 대체적 평가였다. 결국 대입개편은 학종을 개선하는 선에 마무리되고 고교학점제에 맞춘 수능 절대평가여부가 가장 큰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국면전환용 폭탄을 터뜨린 셈이다. 당정청의 일괄폐지를 현장은 싸늘하게 볼 수밖에 없다. 3년동안 정책뒤집기에 피로감이 쌓인 현장은 교육적 필요성이나 정책적 수요가 아니라 정치적 배경으로 해석하는 학습효과를 이미 충분히 겪어왔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치적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통해 겪은 학습효과다. 현장갈등과 지루한 법적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아마 일괄폐지 자체가 총선을 전후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이 치러진 내년 4월 이후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질 경우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다. 결국 국면전환용 애드벌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발이 크면 철회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행하는 식이다. 현장은 이미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교육정책을 흔들고 있는 상황을 여러 차례 겪어왔다. 꾸준히 ‘학습효과’를 쌓아온 셈이다. 특목자사고가 완전히 폐지된다면 교육특구와 사교육의 폐해가 극심했던 ‘고교 완전 평준화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교육계의 파장이 제한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특목고와 자사고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교육특구와 사교육의 폐해가 극심했던 ‘고교 완전 평준화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연 될까’ 싸늘한 현장반응.. ‘양치기 학습효과 영향’>
현장에선 특목자사고 일괄폐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국 장관의 논란으로 여권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물타기’ 의도로 파장은 크지만 실행가능성이 낮은 폭탄성 정책을 연달아 터뜨려왔기 때문이다. 일괄폐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교육부가 아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밝혔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당국을 신뢰할 수 없도록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2025년 3월부터 일괄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정책시행이 불투명하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차기 정권이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괄폐지로 대부분의 사립 특목자사고가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나설 경우 교육현장은 올해 재지정취소국면보다 훨씬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변화 자체를 신뢰하지 않은 분위기가 파다하다. 9월1일 예고 없이 순방길 직전 휴일 오후에 대통령이 던졌던 대입개편 지시가 결국 ‘해프닝’처럼 마무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경험이 ‘학습효과’처럼 작용해 대입개편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계획에도 현장이 요동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재지정평가를 통한 단계적 폐지 방침을 고수해왔던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사실이 조 장관의 사퇴 시기에 알려진 점 역시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조국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여권에서 특목자사고 일괄폐지를 검토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려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대선 이후 정해도 늦지 않을 2028대입개편 논의를 먼저 언급하고, 특목자사 일괄폐지로 고교체제개편까지 앞당기는 충격요법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일괄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 자체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자발적 전환을 추진한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다음 정권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가 일괄폐지를 실시할 경우 5년가량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이 추진된다면 다음 정권이 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계획을 확정해도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교학점제 도입시기와 맞춘다는 이유를 들면서 정책을 지연시켰다. 당정청이 실제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가 추진된다면 사립고교들이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교육당국이 모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재산권 문제로 다툴 여지가 있는 만큼 공립을 제외한 사립고교가 모두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42개교에서 38곳으로 줄어들 예정인 자사고들은 모두 사립고교다. 여기에 사립외고 16개교와 유일한 사립 국제고인 청심국제고까지 포함된다. 교육당국은 총 55개고교와 행정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셈이다. 올해 전국 42개자사고 중 24곳이 시/도교육청의 재지정평가를 받아 탈락한 10개교가 즉각 행정소송과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고입혼란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올해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의 학교들과 한꺼번에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혼란을 스스로 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정치적 프레임’ 만드는 여권.. ‘조국사태 위기돌파, 내년 총선 대비’>
특히 여당과 청와대가 총선을 겨냥해 교육적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이 커졌던 시점에 교육당국이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특목자사고 폐지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기존의 정책기조를 뒤집은 배경엔 여당과 청와대의 압박이 있다는 추측도 힘을 받는다. 조 장관의 비리로 불거진 논란을 제도 탓으로 돌려 여권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의 ‘황제 입시비리’ 이후 지지율 급락의 위기를 타개할 방편으로 특목자사고 일괄폐지 가능성을 여권에서 흘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최근 여당과 정부는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이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선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대통령의 대입개편 지시에서부터 특목자사고 일괄폐지까지 최근 교육계의 굵직한 논란은 조국 장관을 감싸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읽힌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교육정책으로 혼란을 부추긴 셈”이라며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 굳이 또다른 폭탄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발로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조국 장관의 사퇴 시점과도 겹쳤다. 정치적 타격이 클 수 있는 사안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여당과 청와대가 교육정책을 다시 한번 이용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청와대가 교육영역의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선거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결국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한 데 묶어 ‘부유한 계층이 다니는 특권학교’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특권학교를 없애 일반고로 평준화하자는 주장이 얼핏 공교육에 도움이 되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이는 사교육의 영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모두 공교육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수요자들은 고액의 사교육 대신 공교육의 영역에서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해왔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대립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잠재적인 유권자인 교육수요자들을 특목자사고와 일반고를 기준으로 나눠 대립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지지층 결집과 확산을 위해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에서 똑같이 수요자들을 쪼개며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안 없이’ 폐지부터 추진.. ‘일반고 신뢰회복부터 필요’>
특목자사고 일괄폐지 계획 자체의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개정이 가능하지만, 실제 폐지여부에 대한 법적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을 내놓지 않고 특목자사고 폐지부터 검토한 순서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교학점제의 확대와 함께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폐지를 동반할 경우 대학 서열화를 해소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논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갑작스럽게 정시확대로 돌아선 대입정책으로 인해 고교학점제의 도입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여당의 예측과 달리 특목자사고 일괄폐지는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다. 국회의 동의 없이도 정권 판단에 따라 개정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고등학교를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분류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6조의3’을 개정하고, 관련 조항인 90조(외고/국제고 설립근거 조항)와 91조의3(자사고 설립근거 조항) 등을 삭제한다면 이들 학교의 존립근거는 사라진다. 그렇지만 시행령 삭제가 실제 자사고폐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시행령 91조의3에서 ‘교육감은 법 61조에 따라 자사고를 지정 및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내용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61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시행령을 삭제해도 상위법에 따라 이미 지정된 자사고의 일괄폐지가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폐지보다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는 것도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를 충분히 쌓아야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된 이후 사교육 과열과 고입혼란을 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당초 8월말에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예고했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도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일반고도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신뢰를 얻은 뒤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했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기에 앞서 일반고도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시확대가 확정된 상황에서 특목자사고 폐지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설명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수능영향력이 커질수록 고교학점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수능 영향력이 클수록 수능과 관련 있는 과목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기대하는 것과 달리 대학서열화 해소가 어려운 이유다. 조 대변인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선택과목이 일부 늘어나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교육 현장에서 나온다”며 “고교학점제가 어떤 수준으로 운영될지도 불명확한데 특목고나 자사고처럼 이미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먼저 없애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사교육 과열’ 고교평준화로 회귀.. 해외유학 급증 가능성>
정부의 급격한 ‘방향 선회’가 현실화될 경우엔 사교육 과열이 현장의 가장 큰 우려다. 수월성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하며 사교육을 억제해왔던 교육당국의 정책기조가 뒤집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진다면 사교육과 교육특구의 과열이 극심했던 70~80년대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소득 계층의 국내 이탈 움직임까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특목자사고 일괄폐지의 파장이 국가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렷한 일반고 강화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수요자들은 공교육이 약화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고소득계층의 우수학생들부터 해외유학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월성교육에 대한 수요를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충족해왔던 만큼 일괄폐지의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수요가 충분히 확대된 상황에서 공교육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사교육에 대한 폭발적인 경도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조사관과 유지연 조사관은 올해 6월27일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고교평준화제도 하에서 모든 자사고가 일괄적으로 폐지된다면 ‘강남8학군’ 등 교육특구나 지역의 ‘명문고’로 불리는 일부 고교들로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특목자사고 폐지가 교육특구 쏠림을 유발한다는 설명인 것이다.

특목자사 일괄폐지로 과거 고교평준화 시기의 폐해였던 ‘교육 양극화’가 재현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설립당시 지역적 분산이 최우선 과제였다. 당시에 교육특구로 집중됐던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지금 돌아보면 공과는 있지만 특목고와 자사고가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사교육 축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특목고와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사실상 과거 평준화시기로 돌아가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교육당국이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특구가 유리해지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한 셈이 된다. 정시확대 정책과 동반해 사교육 수요를 급격하게 늘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특목고와 자사고가 도입되기 이전처럼 다시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커지고 교육 격차도 커지면서 소외된 학생들의 박탈감도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여건에 대한 불안 등으로 늘고 있는 해외 투자이민 행렬과 동반해 조기유학을 택하는 고소득층 자녀 역시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8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월평균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학부모들의 경우, 약 10명 중 7명이 자녀의 유학을 원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우수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의 해외유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해외 조기유학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사람 기업 자본이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나가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히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자산가들의 이기심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상위계층의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을 갖춘 국가를 고를 수 있다. 해외이민을 택한 이유 역시 국내에 거주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로 더 유리하다는 합리적 선택이 깔려 있다”며 “결국 고소득계층의 판단 속에는 자녀의 교육문제도 포함됐을 것이다. 싱가포르 등의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이 사교육 등을 동반해 국내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편 보다 저렴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괄폐지될 경우 국내의 고교에 진학할 유인은 더 낮아질 것이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해외이민과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정책의 무리수가 우수인재들을 해외로 내모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목자사 일괄폐지’ 논의.. ‘이르면 12월 시행령 개정’>
10월1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하면 당정청은 9월18일 국회 협의회에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안건으로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개로 진행됐던 당시 협의회에선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 등 교육위 소속 의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교육부는 당시 2025년 3월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일반고 중심 ‘맞춤형 교육체제’를 강화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흡수해왔던 수월성교육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의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다각도로 검토해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의 안건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일괄적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재지정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특목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던 기존의 방식 대신 자발적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 대상의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동일한 학교명칭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일반고 52개교를 광역단위 모집으로 변경해 ‘쏠림현상’을 예방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일반고 중심 학생별 ‘맞춤형 교육체제’ 강화방안도 제시됐다. 응용/심화 교과를 담당하게 될 외부 전문가를 교수요원으로 투입하고, 과학/어학 등 특정 분야 심화교육을 위한 ‘교과 특성화 및 거점학교’ 운영도 확대한다. 인근학교 대학 지역사회 등과의 연계학습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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