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나간’ 교육 양극화 비판.. ‘무리수’ 외고 국제고 쏠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자사고 입학생의 ‘강남3구’에서 가장 많았다는 것이 정말 문제일까.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자사고 입학생이 강남3구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집중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9학년 자사고/외고/국제고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11일 지적한 내용이다. 박 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자사고 입학생은 서초구가 79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 770명, 송파구 647명 순이었다. 외고와 국제고의 경우 경기지역에서 입학생이 다수 배출된 양상이다. 학교별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국제중 출신 학생들이 외고와 국제고로 다수 진학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진학학교 경로의 상관관계가 이미 중학교 때부터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며 “이것은 사교육의 시기와 강도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박 의원이 자사고 입학생 자료를 토대로 섣부르게 ‘쏠림현상’을 단정 지었다고 비판한다. 광역모집을 실시하는 고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입학생의 지역분포만으로 편중됐다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국자사고만 분리했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전국의 우수학생들이 제약 없이 지원 가능한 고교유형이기 때문이다. 반면 광역자사고의 경우 지원할 수 있는 명확한 지역적 한계가 있다. 학교별 실적도 크게 벌어지면서 선호도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전국자사고와 광역자사고를 함께 분석했다. 2019학년 기준으로 서울의 광역자사고는 21개교였다. 최상위권은 전국자사고 지원을 노렸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학생들이 자사고를 선택할 수 있는 폭 자체도 넓었던 셈이다. 광역자사고 입학정원 자체부터 서울에만 8000명이 넘는다. 당연히 서울에서 자사고 입학생들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외고와 국제고도 마찬가지다. 경기지역엔 외고는 8개교, 국제고도 3개교가 있다. 입학생 수가 많은 게 당연하다”며 “자사고를 통해 고소득층이 자신의 자녀에게 지위를 대물림한다는 논리도 비현실적이다. 실제 수요자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현장에선 고교유형 자체보다는 ‘수시체제’를 갖췄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박 의원의 보도자료는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인식부터 현실과 거리가 있다. 특목자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재생산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입학생의 ‘강남3구’에서 가장 많았다는 것이 정말 문제일까. 지난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지역별 쏠림현상을 지적하는 주장이 나왔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광역모집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지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장된 ‘강남3구 쏠림 지적’.. ‘서울 자사고 입학생 많을 수밖에’>
박 의원은 자사고 입시에서 지역 쏠림이 빚어지면서 ‘교육 양극화’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 자사고 입학생의 출신 중학교를 기준으로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서울의 ‘강남3구’로 집중된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 근거다. 서초구가 791명으로 자사고 입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이어 강남구 770명, 송파구 647명 순으로 톱3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교육특구 가운데 한 곳인 양천구(538명)와 대전 서구(314명) 역시 자사고로 진학한 학생들이 많았다. 박 의원은 학교별 자료도 일부 공개했다. 서울 서초 ㄱ중학교(129명), 서울 서초 ㄴ중학교(121명), 서울 강남 ㄷ중학교(120명), 전남 광양 ㄹ중학교(115명), 충남 아산 ㅁ중학교(109명) 등 특정고교들이 자사고 입학생을 100명이상 배출했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박 의원의 분석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를 구분하지 않고 입학생수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사고는 모집단위와 실질적 운영방식에 따라 ‘전국모집’과 ‘광역모집’으로 구분된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전국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통한 선발효과를 갖는다. 반면 광역단위 자사고는 특목고인 외고 과고와 마찬가지로 시/도 광역단위로 모집이 이뤄진다. 

2019학년 신입생 모집 당시 전국자사고는 10개교, 광역자사고는 32개교였다. 강남3구에 집중한 박 의원의 분석에 맞출 경우 전국 42개자사고 가운데 비서울 광역자사고 11곳을 제외한 31개교의 모집정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2019학년 모집요강에 의하면 10개전국자사고의 정원내 선발인원은 2720명이었다. 서울 광역자사고 21곳은 8047명을 모집했다. 전체 모집규모가 총 1만767명에 달했던 셈이다. 이 가운데 서초구 중학교 출신은 791명으로 전체 비중의 7.3%에 불과하다. 강남구와 송파구 역시 각각 7.2%, 6%의 비율이다. 세 지역을 합쳐도 당시 서울 학생들이 지원 가능했던 모집규모의 20.5%의 비중인 셈이다. 실제 선발인원은 사회통합 미달 등으로 다소 적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쏠림 현상’을 단정하기엔 부족한 수치로 보인다.

애초 광역자사고가 21개교였던 서울이 자사고 입학생 최대배출 지역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할 수 있는 광역자사고가 많을수록 입학생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광역자사고들이 분석에 포함되면서 박 의원이 자사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 순위를 매긴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서울에 대부분 광역자사고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지만, 전국자사고 입학생을 합하지 않더라도 모집규모부터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 전국자사고 입학도 많은 서울의 서초구와 강남구가 1,2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비슷한 논리로 대전 서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국자사고는 물론, 광역자사고인 대전대신고와 대성고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입학생수는 입학정원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지역별 편중에 따른 양극화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고교유형으로 진학 결정?.. ‘수시체제 여부에 따라 선택’>
박 의원이 고교유형을 기준으로 교육격차를 지적한 점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실제 현장에서 고교유형 자체보다 수시체제를 갖췄는지가 더 중요한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수요자들 역시 수시 전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하는 서울대 진학실적 등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학교 경쟁력을 판별하고 있다. 반면 정시에 자신 있는 교육특구 수험생들은 지역의 일반고와 자사고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정시중심으로 진학실적을 유지하는 특구 내 자사고와 일반고는 고교유형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박 의원의 주장이 시장논리에 따라 수요자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선택을 하는 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분석으로 비치는 이유다.

실제 고입판도는 ‘수시체제’가 중심이 된 상황이다. 개인의 학업능력이나 사교육의 도움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정시와 달리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학종은 학생을 관찰하며 학생부를 기재한 교사진의 역량과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교내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학종 중심의 서울대 수시실적이 대표적인 고교경쟁력 지표로 통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무조건 특목자사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고 가운데서 수시실적이 돋보이는 고교들도 주목하고 있다. 꾸준한 수시실적으로 일반고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고나 ‘학종 명문’으로 도약한 한영고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자사고들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 역시 수시체제가 검증됐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고교유형 자체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니다.

반대로 정시중심 의대입시를 노리는 교육특구 내 최상위권 학생들도 자사고 진학을 고집하지 않는다. 수능을 대비한다는 목적에선 대입실적이 우수한 지역의 일반고 진학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고교취재를 통해 확인된 서울대 합격실적 조사 기준 지난해 자사고 입학생 최대배출 상위 5개지역에서 톱100 내에 자리한 고교는 21개교다. 광역자사고는 5곳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고는 15개교나 됐다. 특히 상위 9개교 모두 강남서초학군 고교인 가운데 일반고인 단대부고(강남구)가 수시9명 정시19명 등 28명의 실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지역 광역자사고인 휘문고는 24명(수시5명/정시19명), 중동고도 20명(8명/12명)을 배출하는 것에 그쳤다. 정시 위주,특히 의대진학을 겨냥하는 수험생 입장에선 단대부고의 정시실적이 고교유형보다 더 결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결국 박 의원이 수시체제잣대라는 수요자들의 학교선택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교유형 자체만을 문제삼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한 교육전문가는 “입학생이 편중됐다고 박 의원이 지목한 강남서초 학생들은 정작 자사고 지원에 집중하지 않는다. 일부 학생들은 전국자사고 지원을 준비하지만, 대입 전략에 따라 일반고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의대진학을 노리면서 정시중심으로 대입전략을 세우는 학생들은 고교들의 ‘수시체제’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대입실적이 우수한 지역의 일반고 진학도 적극 고려한다. 반면 학종을 대비하려는 학생들은 한영고나 서울고 등 수시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고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박 의원의 논리처럼 특정한 계층이 진학루트를 독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교육 양극화’를 지적하려면 고교유형이 아닌 사교육 영향을 강할 수밖에 없는 정시 자체를 겨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국제고도 지역별 쏠림?.. ‘광역모집 특성 이해해야’>
외고와 국제고의 지역별 편중을 비판한 점 역시 ‘무리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별히 교육특구 중심의 쏠림이 나타나지 않았고, 실제 외고와 국제고가 다수 자리한 경기지역에서 입학생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중 학생들이 외고와 국제고로 다수 진학한다는 박 의원의 비판도 지나친 문제제기라는 시각이 많다. 국제중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 외고나 국제고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외고나 국제고의 경우 지역별 편중이 크게 나타나지도 않았다. 박 의원의 분석에서도 경기지역 입학생이 비교적 많았지만, 일관된 경향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경기 고양은 249명으로 외고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었다. 다음으로 충북 청주(173명), 경기 성남(170명), 경남 창원(168명), 경기 용인(145명) 순이었다. 국제고 역시 고양이 12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경기 화성(58명), 경기 용인(56명), 경기 가평군(52명), 세종시(47명) 순으로 톱5였다. 외고 입학생의 경우 충북 청주나 경남 창원도 상위권에 포함된 만큼 일방적인 쏠림으로 보기 힘들다. 국제고에서도 청심국제중의 영향으로 가평군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입학생의 편중을 지적하기엔 부족한 자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의 고양에서 외고와 국제고 입학생이 비교적 높은 특성 역시 그리 특별한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기엔 외고 8곳과 국제고 3곳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진학실적이 우수한 학교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2019학년 서울대 합격실적을 기준으로 경기외고 16명(11명/5명), 고양외고 15명(10명/5명). 안양외고 12명(11명/1명), 과천외고 11명(8명/3명), 성남외고 10명(8명/2명) 등이다. 국제고의 경우 고양국제고 10명(6명/4명), 청심국제고 4명(4명/0명)의 실적을 보였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외고와 국제고 입학생수를 지역별 편중으로 이해한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외고는 광역단위 모집이다. 경기지역엔 외고가 8개교가 몰려있다. ‘준 전국단위 모집’으로 분류되지만 경기지역 학생들이 다수 지원하는 국제고도 3개교나 있다. 상당수 중3학생들이 외고나 국제고 진학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셈”이라며 “경기지역엔 진학실적도 우수한 외고와 국제고도 다수 있다. 진학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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