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오히려 ‘지균 20%대 확보 위한 묘수풀이’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가 2022입시에서 지균 선발을 줄이는 것을 두고 때 아닌 논란이 일었다. 10월10일 서울대 국감에서는 지균 축소가 기회균등 장치를 줄이는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됐다. 하지만 ‘지균 축소’ 논란은 서울대 국감이 아닌 교육부 국감에서 논의됐어야 하는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애초 문제의 원인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정시30%확대 통보였다는 점에서 비난의 타깃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균 축소를 재검토하라는 요구인데, 이는 지균을 축소할 수밖에 없게끔 강제한 교육부에 해야 할 말 아닌가. 정시30%확대안 자체를 재검토하도록 교육부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예산지원을 앞세운 정부 방침을 어쩔 수 없이 따른 대학을 두고 비판을 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2022입시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미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선제대응으로 ‘묘수풀이’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정부의 압박으로 수시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서울대는 서울 강북과 지방 일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모색한 모습이다. 의예과와 정치외교학부 등 수험생 관심도가 높은 학과는 오히려 2개년에 걸쳐 지균 모집인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시에서는 교과이수가산점을 추가해 교과이수 유형의 충족 여부에 따라 수능 성적에 최대 2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인기학과의 지균 인원 확대와 교과이수가산점 도입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한 고교 현장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자 한 것이다.

2022대입에서 서울대 지균 축소를 두고 때아닌 논란이 일었다. 정시 확대를 강제한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회 교육위 소속 여영국(정의당)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2 서울대 지균 선발인원은 652명(19.4%)로 2021학년 756명에서 104명 줄어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여영국 의원은 “지균 축소는 정시 확대 때문”이라며 “서울대는 정시30%이상 선발이라는 새 대입제도에 따라 지난 6월 2022 추가예고에서 수능위주 정시 일반전형은 확대하고 수시 일반/지균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여 의원은 이 같은 조치가 기회균등 장치를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2015학년부터 5년간 지균 합격생 중 일반고는 평균 86.3%로 일반고 학생이 많이 뽑히는 전형이기 때문에 지균 선발이 축소되면 일반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균 축소가 일반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문제는 비판의 타깃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점이다. 서울대가 불가피하게 지균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이다. 정부는 2022대입개편에서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시를 30%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수시/정시로 이뤄진 대입에서 정시를 확대하려면 수시 모집인원을 정시로 이동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정시확대 방침이 정해졌을때부터 이미 서울대 지균 축소는 예견된 상황이었던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대 입시에서 정시가 교육특구 독식을 강화하고 특목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고가 불리하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터져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는 귀기울이지 않다가, 정시30% 확대안이 정해진지 1년도 넘은 상황에서 뜬금없이 서울대 국감에서 ‘지균 축소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수시 축소가 강제된 상황에서 지균보다 수시 일반전형의 모집인원을 더 축소시키는 선택을 했다. 일반고의 주요 입시통로로 여겨지는 지균의 축소폭을 줄이고자 애쓴 모습이다. 정원내 기준, 지균은 2020, 2021학년 23.8%에서 2022학년 20.5%로 3.3%p 감소됐지만 일반전형은 2020학년 54.7%, 2021학년 53%, 2022학년 49.2% 순으로 5.5%p 감소했다.

지균 내에서의 세부적 변화도 의미 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에 관심도가 높은 의예과 경제학부 정치외교학부는 2021학년에 지균 선발인원이 증가한다. 의예과는 2020학년 30명에서 2021학년 37명으로 7명이나 늘어난다. 경제학부는 35명에서 40명으로 5명 증가다. 정치외교학부는 17명에서 21명으로 4명 늘어난다. 2022학년에는 수시 대다수 모집단위가 인원을 줄인 가운데 의예과와 정치외교학부 등은 지균 선발인원을 한 번 더 늘린다. 의예과는 2021학년 37명에서 2022학년 40명으로 정치외교학부는 21명에서 23명으로의 변화다.

서울대의 이같은 묘수풀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정시30%확대를 내세워 교육약자를 궁지에 몬 교육부보다 훨씬 ‘이성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반고 입장에서 서울대 합격을 위해서는 정시보다 수시가 유리하다. 수능 만점에 근접하지 않다면 서울대 정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시 일반전형 역시 일반고 지원자들도 충분히 합격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특히 지균은 고교당 2명 추천으로 범위를 좁히고 있어 일반고 출신의 주요 ‘서울대 루트’로 통한다. 서울대가 정시확대 압박에도 지균비율을 20%대로 확보한 것은 일반고와 지방권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놓기 위한 서울대의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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