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선발비율 논란까지 재현가능성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내년 재지정평가 대상인 외고 30개교와 국제고 6개교의 평가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외고와 국제고의 재지정평가 표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정취소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검토중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준점수가 상향된다면 내년에도 재지정평가로 인한 고입혼란은 올해 이상으로 증폭될 전망이다. 전국의 30개외고가 모두 높아진 지정취소 커트라인의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자사고 2곳과 대건고 대광고 대성고(대전)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광역자사고 10곳 역시 70점을 넘겨야 재지정이 가능하다. 전국의 7개국제고 가운데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부산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청심국제고 등 6개교의 재지정여부도 함께 결정된다. 2013년 개교한 세종국제고는 2023년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다만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으로 교육부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일괄폐지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재지정평가의 기준점 상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교육부가 연내 일괄폐지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진행하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셈이다. 이미 재지정이 확정된 14개자사고도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교육당국의 일괄폐지 결정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형평성 논란에 정책결정의 신뢰도 상실은 물론 현장 반발과 갈등으로 고입현장은 회복하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일괄폐지 대신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이 유지될 경우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공립외고 중심으로 고교체제 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공교육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내년에는 전국 외고 30개교에 대한 재지정평가가 일제히 실시된다. 외고의 경우 그동안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나눠지고 있었다. 올해 자사고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교육당국이 공립 중심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사립외고 위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장에선 순환근무 체제인 공립외고의 경쟁력이 대체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며 진학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아온 사립외고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지정평가를 통한 인위적 개편이 수월성교육의 축을 무너뜨려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재지정평가 대상인 외고 30개교와 국제고 6개교의 평가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외고와 국제고의 재지정평가 표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정취소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검토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고/국제고 ‘재지정 기준 70점 논의’.. ‘외고 무더기탈락 가능성 상승’>
내년 시행될 외고와 국제고 재지정평가의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교육당국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내년 외고 국제고 재지정평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평가 표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 전문위원의 검토를 마친 초안이 나온 상태다. 의견수렴을 통해 기준점수와 일부 세부지표의 평가기준과 배점 등이 변경될 수 있다. 최종안은 11월까지 확정될 전망이다.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기준점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된 채 시행됐던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30개외고가 내년에 모두 재지정평가를 받는 만큼 현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준점 상향으로 다수의 외고가 ‘무더기 탈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미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의 기준점이 60점에서 70점으로 높아지면서 광역단위 자사고 10개교가 탈락했다. 전북교육청이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을 기준점으로 설정하면서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까지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었다. 교육부가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 지표에 의한 감점을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해 부동의하면서 자사고를 유지한 상산고와 달리 별다른 예외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외고들은 재지정평가에 탈락할 경우 지정취소를 면하기 어렵다. 일부 교육청이 가이드라인 성격인 표준안보다 기준점을 상향할 경우 재지정이 힘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특목자사 일괄폐지까지 검토.. '입시혼란 초래 가능성'>
최근 교육부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일괄폐지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교육당국이 고입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교육부가 유지해온 재지정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 방침과 대립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고교는 2025학년까지 자사고를 유지할 수 있게 됐음에도 곧바로 지정취소되는 정책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된다. 수월성교육을 담당해왔던 특목고와 자사고를 무턱대고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면 공교육이 약화도 불 보듯 뻔하다. 일반고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선 고교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사교육과 해외유학으로의 ‘풍선효과’까지 이어진다는 우려도 크다.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입시혼란으로 인한 피해까지 누적될 수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목/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일괄폐지를 추진할 경우 교육당국은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발표한 이후 제시한 교육부 로드맵과도 충돌하기 때문이다. 1단계로 ‘고입 동시실시’를 통해 부분적으로 달성한 후, 현재 2단계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이 진행중이다. 당초 교육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3단계로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일괄폐지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미 재지정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14개교까지 다시 일반고로 전활될 수 있는 것이다. 내년에 실시하는 재지정평가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높다.

전문가들은 고교체제 개편 과정에서 입시혼란이 반복된는 상황 자체도 수요자의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내년에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는 것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의 혼란이 컸던 점을 고려해 평가결과의 발표시기 등을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애초에 재지정평가된 학교도 5년후 다시 평가를 받는 상황이 문제일 수 있다. 초등 5,6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지원할 무렵에는 또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교 진학 문제의 3,4년 후를 내다볼 수 없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고와 협의 없는’ 기준점수 상향.. ‘다른 유형과 형평성 문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외고와 국제고의 불만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단위로 평가를 준비해온 학교들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기준이 높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평가기준 상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대상인 자사고들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의 교육/경영활동의 개선이나 교육수요자들을 위한 정보공개라는 학교평가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 상태로 절차가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고교유형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 적은 편인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만 높은 평가기준을 적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에선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예고 없이’ 외고와 국제고의 기준점이 상향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5년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학교들이 이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내년 평가 직전에 일방적으로 기준이 강화되는 셈이다. 고교 한 관계자는 “기준점 상향을 염두에 두었다면 5년 전에 미리 말했어야 했다. 이전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학교운영의 방침을 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 자사고들의 재지정평가 지표가 변경됐지만, 이를 토대로 외고나 국제고들이 사전에 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재지정평가 기준을 상향하려는 것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에 평가 당사자인 학교들과 협의가 없는 것 역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학교평가의 취지와 맞도록 평가기준을 상향할 계획이었다면 먼저 알려 사전에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올해 논란이 됐던 사회통합 선발비율 등의 지표들도 미리 학교들과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지만, 교육당국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결국 재지정평가에서 상당수 자사고들이 감점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민사고의 관계자는 “기준을 변경하기 전에 평가를 받는 학교와 미리 협의가 있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전혀 논의하지 않다가 평가를 앞두고 갑자기 기준을 강화한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지난해와 동일한 방식으로 표준안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교육당국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해서만 기준점수 상향을 언급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와의 형평성 때문에 외고와 국제고의 재지정평가 커트라인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 자체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들 고교는 사립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영재학교나 과고는 물론 혁신학교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고교유형이다. 사립학교들보다 엄격한 평가가 필요한 고교들인 셈이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확대를 추진하는 혁신학교의 재지정평가가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혁신학교들의 재지정 기준도 불분명하게 여겨진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고교마다 안정적인 학교운영이 유불리가 달라지는 것은 수요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통합 선발비율’ 감점 불가피.. 외고 30개교 중 22곳 '정원 부족'>
외고들의 사회통합 미달도 심각한 상황에서 자사고들과 마찬가지로 ‘사회통합 선발비율’의 평가기준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고는 신입생의 20%를 사회통합으로 선발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난해 30개외고 가운데 22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30개교의 사회통합 평균 경쟁률 역시 최근 3년 동안 1대1을 넘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해 실시된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마찬가지로 ‘사회통합 선발비율’이 반영될 경우 다수의 외고가 큰 폭의 감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외고와 국제고의 2019학년 사회통합 경쟁률은 소폭 올랐다. 외고의 경우 2018학년 0.74대1(모집1184명/지원871명)에서 지난해 0.75대1(1184명/891명)로 경쟁률이 상승했음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실제로 1대1을 넘긴 외고는 김해외고 미추홀외고 수원외고 강원외고 부일외고 성남외고 전북외고 동두천외고의 8개교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곳은 지원자가 부족해 정원의 20%를 사회통합으로 선발하지 못한 셈이다. 대부분의 외고가 재지정평가에 ‘사회통합 선발비율’ 지표가 반영될 경우 감점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국제고 7개교는 모두 1대1을 넘겼다. 상대적으로 사회통합 선발비율 지표에 따른 위기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외고와 국제고의 사회통합 경쟁률 상승은 학령인구가 소폭 증가한 것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전형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고교현장과 입시의 정상화를 위해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사회통합 의무선발 비율을 20%로 정해 놓으면서 매년 학생들의 지원 미달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 일반고에서 교육청으로부터 학비 지원/감면을 받는 학생은 정원의 12% 수준”이라며 “사회통합전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매년 미달이 심각해 문제가 되고 있어 의무선발 비율 20% 충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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