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서류평가 와중에 떨어진 불똥'..고교 학생 우려 증폭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 대상 13개대(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스텍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에 4년치 입시자료를 10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한창 수시 입시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촉박한 일정이다. 수시 1단계 합격자 발표를 위한 서류평가가 진행중인 시점에서, 2020입시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대학가는 물론 수험생까지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 실시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교육부는 이로부터 4일이 지난 30일 대학에 공문을 보내 입시 운영 전반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에게 주어진 시간은 10일 정도인 셈이다. 올해 입시절차도 진행하면서 10일 동안 4년치의 자료를 모두 준비하기란 버거운 실정이다. 

대학들은 실태조사를 통해 불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2020입시 평가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한은 정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업무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 실태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도 크지만, 시기적으로 더욱 최악인 상황”이라며 “교육부는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학종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수시입시가 시작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학종 실태조사가 수시 입시 시기와 맞물리면서 입시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류평가 한창.. 대학별고사 실시 대학도>
대학들은 기간 연장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간 연장 요구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할 경우 즉시 특별감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교육부가 밝혔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특별감사 대상으로 찍힐 우려도 있다.

주52시간 근로제 적용도 일정을 더욱 빠듯하게 만든다.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이 끝나게 돼, 입학처도 예외없이 주52시간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입시철은 업무가 집중되는 기간이어서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학가의 입장이다. 초과근무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학종 실태조사까지 실시하면서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됐다.

원서접수가 9월10일 끝난 이후 대학들은 한창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10월 중 1단계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곳은 일정이 더욱 촉박하다. 1단계 서류평가를 통해 일정배수를 통과시켜 면접/실기 등 대학별고사 대상을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별 1단계 합격자 발표 일정은 건대 KU연기우수자/KU체육특기자(11일), 광운대 광운참빛인재/소프트웨어우수인재 등(30일), 고대 학교추천Ⅰ(11일) 특기자(18일(인문자연) 25일(체육)), 동대 연극/스포츠문화(8일), 서울대 일반(미술대학(실기포함) 음악대학)(14일), 성대 학과모집(면접실시학과)(16일) 예체능특기/실기우수자(2일(무용) 8일(영상 연기) 16일(연출 스포츠과학)), 연대 면접형(11일) 특기자(18일(어문학인재 국제인재 체육인재) 25일(과학인재)), 홍대 체육특기자/공연예술우수자(25일) 등이다. 

대학별고사 자체를 10월 중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실태조사 대상 대학 중 10월 중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홍대 연대다. 홍대는 5일 자연계열, 6일 인문계열, 연대는 12일 자연계열, 13일 인문/사회계열에서 실시한다. 

면접/실기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경희대 실기우수자(포스트모던음악/연극/뮤지컬)(8일부터) 실기우수자(체육)(19~20일), 고대 학교추천Ⅰ(19일(인문) 20일(자연)) 특기자(26일(자연) 27일(인문)), 동대 실기(연극)(12~14일) 실기(스포츠문화)(15~18일) 실기(미술)(29일), 성대 학과모집(면접실시학과)(19~20일) 예체능특기/실기우수자(6일(무용) 12일(영상) 12~13일(연기) 19일(연출 스포츠과학)), 연대 면접형(19일) 특기자(26일(어문학인재 국제인재 체육인재))다. 

<실태조사 방향성 자체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시기를 불문하고,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종 선발비율이 높으면서 특목/자사고 비중이 높은 대학이 실태조사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해 교육부가 학종 확대를 장려해온 상황에서,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라온 대학이 오히려 조사대상이 된 셈이다. 게다가 특목/자사 출신이 많은 대학을 꼽았다는 점 역시 학교구성원 모두가 수시체제에 발빠르게 적응해 열심히 진학지도한 고교가 오히려 문제인 것처럼 매도됐다는 지적이다.

학종 확대가 장려돼 온 이유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초기 명칭인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에서 알 수 있듯, 학종이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현재는 ‘정상화’라는 단어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으로 인해 해당 단어를 빼는 것으로 명칭을 바꿨지만 사업의 기본 취지를 고려하면 학종을 장려해야 할 긍정적인 전형으로 인식해 온 셈이다.

특목/자사고 비중을 잣대로 삼은 것 역시, 수시체제에 발빠르게 적응한 고교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대학에 우수한 특목자사고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두고 ‘적폐’인 것처럼 몰아간다는 비판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시 체제가 탄탄하게 갖춰진 고교, 입시 지도가 잘 이뤄지고 있는 고교가 진학실적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특목자사 중에서도 수시체제를 갖췄느냐 못 갖췄느냐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두고,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땜질 식 처방’을 또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3년 내내 대입개편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2017년 교육부는 2021대입개편을 진행하며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교육부의 1,2안 모두 환영받지 못하면서 대입개편이 1년 연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2022대입개편 역시 논란 끝에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근본적 해법이 아닌, 악화된 여론을 적당히 무마하기 위한 처방을 내놓는 데만 그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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