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로 사교육부담 판단해야’.. ‘학종 대비 학원으로 어려워’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학종으로 고액 사교육이 유발됐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국감이 본격적으로 열리자마자 학종대비를 위한 사교육 부담을 지적하는 자료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더불어민주) 의원은 2일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학종을 겨냥한 입시컨설팅 학원비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올 초 고액 입시컨설팅이 소재로 등장한 드라마 방영과 뒤이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로 주목받은 ‘입시컨설팅’ 교습비가 지역에 따라 월 수백 만원에 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종으로 사교육이 유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하루 200만원” “한달 630만원” “6개월 1050만원” 등 교습비의 구체적 액수를 나열한 것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학종으로 고액 사교육이 유발됐다는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국감이 본격적으로 열리자마자 학종대비를 위한 사교육 부담을 지적하는 자료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루 200만원” “한달 630만원” “6개월 1050만원” 등 교습비의 구체적 액수를 나열한 것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건국대 제공

<학종 사교육비 월 630만원?.. ‘사교육 부담 특별히 높지 않아’>
박 의원이 일부 사례를 강조하면서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는 오해를 키우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보도자료를 통해 박 의원은 “강남서초 지역의 경우 시간당 30만원을 기준으로 총 교습비가 한 달에 630만원, 하루에 200만원으로 등록된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작 올해 초 발표된 사교육비 조사에선 입시컨설팅을 의미하는 ‘진로/진학 학습상담’을 목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비중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선 박 의원이 특정 사례로 과도한 문제제기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학종이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실증적 자료는 없다.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종은 오히려 사교육비의 증가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 사교육 수강목적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학교수업의 보충을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일반교과 사교육의 수강 목적은 ‘학교수업보충/심화’가 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행학습 21.3%, 진학준비 17.5%, 불안심리 4.7%, 기타 2.4% 순이었다. 학교수업의 보충과 심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은 대부분 학종이 아닌 내신과 함께 수능 대비에 집중한다. 반면 고액 입시컨설팅 논란으로 2018년 처음 사교육비 조사에 포함된 진로/진학 학습상담의 참여율은 3.6%에 그쳤다.

사교육에 드는 비용 측면에서도 입시컨설팅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었다. 사교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평균 상담 횟수도 2.6회에 불과했고, 진로/진학 학습상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기준 상담 1회당 연간 평균 비용은 11만8000원이었다. 학종 대비와 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등학생의 경우도 상담 횟수 연간 2.9회, 회당 평균 비용 15만20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인 29만1000원과 비교해도 과도한 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언론 보도에선 ‘한달 630만원’ ‘하루 200만원’ 등 박 의원이 예시로 든 강남서초 지역의 한 업체의 사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수요자들이 학종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박 의원의 주장은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내용으로 비쳐진다는 점이 문제다. 여러 매체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면서 현장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라며 “물론 박 의원이 제시한 것처럼 교육특구에선 고액으로 컨설팅비용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학원도 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이 제시한 사례는 평균 비용과 비교해볼 경우 극단적인 사례임이 틀림없다. 평균적인 수준에선 입시컨설팅 학원이 특별히 수요자들의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지는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습비 기준’ 없어 학원비 상승?.. ‘학원수 적어 영향 제한적’>
전체 177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진학상담/지도 교습과정 교습비 분당 조정기준’을 마련한 곳이 28개에 불과해 학원비 상승이 우려된다는 박 의원이 분석도 지나치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등록된 입시컨설팅 학원이 258개에 불과하고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서울교육청에 등록된 ‘진학지도’ 교습과목은 2019년 4월 기준 총 1419개였지만, 교습비 기준이 없어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며 “서울에선 시간당 교습비가 최저 1105원에서 최고 30만원까지 격차가 상당했다. 교습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타 지역도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기준에 맞춰 교습비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남부교육지원청과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등록된 진학상담지도 교습과정의 최고교습비 역시 시간당 30만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3월 ‘사교육비 부담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으로 진로/진학 학습상담 학원의 분당 조정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28곳이 조정기준으로 분당단가를 정했다. 경기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 6곳, 충남 4곳, 경남 3곳 제주 2곳 강원 서울 울산 전북 각1곳이었다. 실제로 상당수 지역이 교습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셈이다. 분당단가는 서울의 강남서초지역이 5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교습비 기준이 없어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박 의원의 예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입시컨설팅 학원은 258개뿐이기 때문이다. 그중 서울과 경기에 190곳이 집중됐다. 울산 전북 전남 경북 제주는 학원이 1개에 불과했다. 조정기준이 없었던 세종과 충북의 경우 입시컨설팅 학원이 단 한곳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역에선 교습비 기준이 있어도 학원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 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대부분 입시컨설팅 학원이 5곳 미만이다. 교습비 분당 조정기준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적용할 학원 자체가 사실상 없다. 물론 서울지역에선 박 의원의 지적이 타당하다고도 볼 수 있다. 1개교육지원청 가운데 강남서초를 제외한 10곳이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울 역시 강남서초와 다른 지역의 격차가 매우 크다. 당장 교습비 기준이 없다고 이들 지역의 학원비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논리 무시하는 ‘일방적 비판’.. ‘사교육비 규모의 차이 외면’>
전문가들은 박 의원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사교육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입에 대응한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사교육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컨설팅학원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특히 상위권대학에서 학종 선발이 많은 편이다. 올해 상위16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의 정원내 기준으로 비중 역시 42.4%로 단일전형 최대 수치다. 모집인원도 2만1326명에 달한다. 현장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가격인 학원비도 어느 정도는 상승하게 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입시컨설팅이 전체 사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박 의원이 학종을 사교육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부당한 이유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19조485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진로/진학 사교육비는 616억에 불과했다. 일반교과 사교육비의 총액이 14조2600억인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학원수로 봐도 마찬가지다. 2018 교육통계연보(매년 4월1일 기준, 교육지원청을 통해 사설학원 현황을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학원수는 8만412개다. 학교교과교습학원 7만2723개 가운데 입시검정및보습이 4만375개다. 그 중 학종 컨설팅업체가 전국에 258개에 지나지 않고, 190개가 서울경기에 있는 만큼 전국적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입시컨설팅 교습비가 과도해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박 의원의 주장은 전체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추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전체 시장의 규모를 놓고 보면 학종을 대비하는 사교육의 비중은 매우 적다. 박 의원은 정반대로 상황을 보고 학종 때문에 사교육비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전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셈”이라며 “학종의 핵심은 사교육 시장에선 따라올 수 없다. 사교육은 학업성취도를 특정 부분에 올리기 위해서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종은 다르다.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장 감성 지성 등 모든 부분을 포괄하고 이를 기록한 걸 가지고 평가한다.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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