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물타기 가세, 논란의 중심에 설 듯’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월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후보자 지명 당시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극심했던 반대여론을 이기고 취임한 이후 유 부총리는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피해왔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자리한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등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고 여론에 힘입어 진행할 수 있는 사안 외에는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며 사태를 관망하는 입장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특목/자사 폐지 문제 역시, 전임자가 확고한 입장을 취해온 것과 달리 유 부총리가 들어선 이후 교육부는 재지정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의 입장을 취해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임자인 김상곤 전 부총리의 경우, 악역을 자처하며 매 사안 뚜렷한 입장을 견지했다. 현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쫓겨나듯 물러나게 된 경우다. 후임으로 온 유은혜 부총리의 행보는 정반대다. 오히려 논란이 되는 사안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교 무상교육 등 이념 갈등이 덜한 사안과 사진 나가는 홍보용 행사만 주력하는 총선 겨냥 ‘이미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본인 스스로 확답을 피했던 것처럼 ‘1년짜리 장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고, 총선이 부담이 될 만한 ‘논란’을 피해가는 이미지정치에 주력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으로 유 부총리의 운신의 폭은 줄어든 모습이다. 비교적 온건한 입장이었던 특목/자사고에 대해 일괄 폐지 입장을 보인 데다, 학종 실태조사 등 그간 유 부총리가 섣불리 나서지 않던 영역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개인의 비리 문제를 제도개선으로 ‘조국 감싸기’에 나선 대통령의 대입개편 발언 이후 벌어진 일이다. 교육부가 도입을 천명한 고교학점제가 학종과 함께 맞물려 가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데는 ‘조국사태’라는 돌발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 이슈는 해결했지만 고교체제 개편,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사진은 6월 온종일 돌봄선도사업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유 부총리. /사진=교육부 제공

<후폭풍 뻔한 ‘무리수’ 특목/자사 일괄 폐지 가능할까>
유 부총리는 9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목/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특목/자사고 폐지와 관련해 강경했던 교육청과 달리 교육부는 재지정평가 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다소 온건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여당을 비롯해 특목/자사 폐지에 대한 여론이 강해지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갑자기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뀐 데는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비리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돌연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뜨거운 감자’인 특목/자사고 폐지 문제를 건드리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관심을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로 돌리려는 정치적 판단이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특목/자사고 폐지는 교육부를 비롯한 여당이 바라보는 것처럼 손쉽게 진행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경우 현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헌법재판소 재판관 다수도 앞서 진행한 헌법소원에서 우려의 입장을 보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입 동시실시’에 대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위헌 의견을 밝혔으나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최소 6명이 필요해, 정족수 부족으로 합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위헌으로 판단한 5명의 재판관의 의견을 통해 특목/자사고 폐지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다. 일반고 강화가 아닌, 자사고 폐지를 통한 고교서열화 완화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관들은 교육부가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입 동시실시’를 정당화한 것을 비판했다. 결정 요지에서 “우수학생 선점과 고교서열화 완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이 손쉬운 자사고에 대한 규제를 택하면서 전체 고등학교를 하향평준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되는 등 특별히 고교입시를 과열시킨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사학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지적했다.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들은 기숙사 등 일반고에 필요하지 않은 시설 등을 설치한다. 물적 인적 투자 규모가 커 단순히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재판관 다수가 고교서열화 문제는 공교육 강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특목/자사고 폐지를 일괄적으로 추진할 경우 우후죽순 제기될 헌법소원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 정책은 수월성교육으로 고교 평준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김대중정부가 2002년 도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헌재의 재판관들 역시 그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지적한 대로 고교서열화 문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교육계에서도 이미 자사고들이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가 입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학교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시체제를 기준으로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도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마다 경쟁률 격차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자연스럽게 폐쇄되도록 하는 시장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목/자사 폐지 논란은 때마다 대두되고 있지만 수요자 피해를 줄일 방안은 전무한 상태다. 자사고 폐지 이후에 대한 공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수월성교육을 담당해왔던 특목고와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공교육 전반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우려스러운 사교육과 해외유학으로의 풍선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이 실시한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자사고가 대거 탈락해, 고입이 진행되는 도중에 고교유형이 변화하게 된 상황에서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자사고 폐지 권한을 두고 교육청과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의 최종결정을 교육청이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하반기 고교체제 개편을 논의하며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자사고들은 재지정평가결과에 불복하고 지정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결과 신청이 인용돼 당분간 자사고 유형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본안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최대 3년까지 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입시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내건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결론으로 정해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특목/자사고에 대한 편향적 인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폐지부터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학종 실태조사.. ‘개인비리 제도 탓’ 거들어>
학종 실태조사에 나선 것 역시 ‘조국 물타기’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 실시 자체가 개인비리를 두고 제도 탓을 하며 입시 전체를 뜯어 고치겠다는 대통령의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에 부응한 교육부 역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통령이 나서서 지시한 상황에 교육부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당정청 회의를 실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학종 손보기에 돌입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는 학종 선발 비중이 높으면서 특목/자사고 출신 선발이 많은 13개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학종은 교육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나서 확대를 유도해 온 전형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정책에 부응해 학종을 대폭 확대한 대학이 오히려 실태조사 대상으로 찍힌 셈이다. 학종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대학은 실태조사 대상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목/자사고 비율로 따졌다는 점 역시 상위대학에 우수한 특목/자사고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두고 적폐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발결과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고교유형에 따른 역차별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태조사 대상으로 꼽힌 ‘타깃’도 문제지만, 특히 지금이 수시원서접수가 끝나고 한창 입시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점에서 대학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까지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사실상 감사로 받아들여지는 실태조사가 학종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성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교과 중심의 정량평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진행중인 2020수시에서부터 대학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출서류와 면접 등을 종합해 정성평가하는 학종의 특성상, 다소 교과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더라도 성적이 발전해온 양상이나 특정 교과에서 우수한 점, 비교과를 통해 보여준 전공에 대한 관심도 등을 확인해 합격할 수 있지만 교과성적 중심이 될 경우 내신이 뛰어난 학생만 합격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가뜩이나 정시 확대 요구가 힘을 받으면서 학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던 상황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3년 동안 대입개편으로 매번 시끄러웠다. 지난해 실시한 2022대입개편 역시 논란 끝에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학종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돌연 학종 때리기에 나선 것 역시 모순인 상황이다. 고교학점제가 자유로운 수업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학종이 아닌 정시가 강화될 경우 시험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하게 돼 사실상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만큼 학종 실태조사가 ‘무리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2028대입을 목표로 한 중장기 대입개편 논의까지 본격화하겠다고 나서면서 다음 정권에서 적용할 대입개편까지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치적 이슈를 덮기 위해 애꿎은 입시제도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2022대선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은 2028대입개편을 손본다는 것은 현장 혼란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 정권에서 아무리 논의한다 한들 다음 정권에서 바꾸겠다고 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2028대입개편까지 꺼내든 것은 교육 사안을 여러 개로 쪼개 ‘조국 논란’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직업계고 육성 소홀.. ‘일반고 황폐화’ 주범>
가장 성과가 미진한 부분은 고졸취업 정책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특성화고 취업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나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마이스터고 51개교에 우선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적용한 후, 2022년 일반고 일부와 특성화고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직업계고 취업률을 높이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최근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 특성화고 취업률이 2017년 75.1%에서 2019년 57%로 하락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근로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참여 기업수가 줄어든 영향이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실습이 근로중심으로 다시 원상복귀했지만 아직 취업률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은 상태다.

취업률 지표가 날로 악화되다 보니, 특성화고 육성 자체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교육이 강조된 ‘학습중심’으로 전환됐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다시 ‘근로중심’으로 원상복구한 점 역시, 정책 뒤집기를 반복하는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1월 ‘고졸취업 활성화방안’을 내놓으며 국가직 공무원 9급채용에서 고졸 비율을 20%까지 늘리고 공공기관에 고졸채용 목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키며 갈등만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성화고 취업률 악화는 특성화고 기피로 이어지면서 대학 진학의 의지가 크지 않은 학생도 일반고로 진학해 ‘일반고 황폐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취업과 진학이 모두 어려운 특성화고보다는 일반고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일반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고 역시 대입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교육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일반고에서도 소외되는 실정이다.

특성화고로 진학해야 할 자원이 일반고로 진학하면서 학습수준의 편차가 큰 학생들이 모두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 현상은 악순환을 거듭한다.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진로설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업은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특목/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취업으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을 위한 직업계고를 확대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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