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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비교과/자소서 폐지’ 우려 커진 현장.. ‘쏠림심화에 학종 자체 위축’‘3년째 당국발 혼란, 공교육현장과 수요자 피로 누적’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09.28 00:10
  • 호수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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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부가 일부 대학을 지목해 학종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더해 평가요소 가운데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26일 “현재의 학종은 학부모의 경제력과 지위가 자녀의 입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불신이 큰 만큼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학종에서 학생부 비교과영역 폐지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관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선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종의 정성평가 과정에서 주요 전형자료인 학생부를 보완해왔던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하면 오히려 수시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반고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제가 생기면 없애버린다는 교육부의 일차원적 발상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 자명해 보인다. 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평가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과별 항목들로도 충분히 학종평가가 가능다고 보지만, 대학가에선 사실상 학종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성평가 자체가 전형자료가 풍부할수록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더 우려되는 것은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다.  학생부 기재항목을 줄일 경우 수시체제를 갖추고 진학 노하우도 축적한 특목자사고들이 우세하다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시체제가 취약한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은 학생부의 기재 내용에서부터 특목자사고 학생에게 밀릴 수 있다. 비교과와 자소서 폐지로 학종이 아예 내신위주로 사실상 교과전형처럼 운영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정량평가로 전형을 이해한 수요자들이 사교육으로 몰릴 게 뻔하다. 교육당국이 ‘공교육 황폐화’를 자초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일부 대학을 지목해 학종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더해 평가요소 가운데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학종의 정성평가 과정에서 주요 전형자료인 학생부를 보완해왔던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하면 수시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반고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사진=강서고 제공

<‘정성평가 위축’ 학종 무력화.. ‘고교현장 변화와 역행’>
교육부가 학종 자소서와 비교과 폐지까지 꺼내든 것이 전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학생부 교과/비교과, 자소서 등을 통해 정성평가하는 학종의 평가요소가 대폭 축소되는 변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학종의 도입취지와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어 그동안 현장에서 이끌어왔던 성과마저 역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 평가자료가 축소될수록 정량화된 기준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며 “평가기준을 선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역설적으로 학종을 정량화된다면 전형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결국 고교현장에 활력을 불러왔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학종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종의 개선방안으로 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소서를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부에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이라 불리는 창의적체험활동 세부 특기사항을 전혀 기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비교과 영역 완전 폐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만으로도 학생의 성장 경로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교과영역과 자소서 폐지에 무게가 실리는 발언이다. 교육부는 학종에서 비교과영역 미반영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유관기관 의견수렴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비교과와 자소서 폐지가 학종의 전형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학종은 3년간의 고교 생활 기록을 종합해 정성평가한다. 기본적으로 평가요소가 다양할수록 깊이 있는 평가가 가능한 구조다. 예를 들어 고교 동아리활동은 정규수업시간에 실시하는 창의적체험활동(창체) 동아리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정규수업 외로 활동하는 자율동아리로 구분된다. 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참여한 동아리의 수를 정량적으로 확인하지 않는다.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서 전공에 대한 관련성뿐 아니라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 등도 확인해 인성영역까지 종합평가 한다. 교과공부 이외의 교내활동내용에서 지원한 전공에 대한 관심이 드러날 경우 전공적합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단순히 비교과 영역에 기재한 내용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합격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비교과 때문에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무리수’인 이유다.

당장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면 고교의 교내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입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요소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종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고교들이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학생참여형 수업과 평가 다양화를 도입했던 긍정적인 성과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이 여전히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만큼 평가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할 경우 학종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요소는 극히 제한될 것”이라며 “학종은 학생의 교내활동과 대학진학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전형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시킨 학업능력이 폭넓게 평가되고 교내에서 성과를 낸 활동들도 대입에 반영되면서 현장의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비교과 폐지는 그 성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고교현장이 다시 문제풀이 수업이 이뤄지는 ‘잠자는 교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신위주로 ‘평가항목 축소’.. ‘결국 사교육 의존도 키울 수 있어’>
학종에서 비교과와 자소서를 폐지하는 조치가 사교육 확대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평가항목이 대폭 축소될 경우 결국 남게 되는 것은 교과성적뿐이기 때문이다. 학종이 내신성적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학생부교과전형’처럼 운영될 경우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크게 의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비교과 폐지는 결국 학종을 교과처럼 운영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사실상 평가가 가능한 수단이 교과성적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학종의 특색이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학종처럼 학생들의 다른 환경이나 개별적 특성이 평가에 반영되기도 어렵다. 내신을 따기 위해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이는 ‘공교육 황폐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입전형은 크게 수시/정시로 구분하며 수시는 다시 학종 교과 논술 특기자로 나뉜다. 학종은 학생부중심의 정성평가 방식이다. 내신을 수치화해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학과와 연관된 과목의 성적을 살피거나, 성적의 증감추이를 비교해 학생의 학업역량을 살핀다. 교과뿐 아니라 비교과활동도 평가에 반영해 교과/비교과를 아우른 꾸준한 학생부관리가 필요한 전형이다. 충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학업역량을 기른 인재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공교육정상화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학종과 같은 학생부위주전형이지만 교과는 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전형이다. 성적으로 ‘줄 세워’ 선발하는 특성때문에 한 학기 성적이라도 삐끗하면 쉽게 지원하기 힘들다. 정량평가인 만큼 전년도 입결 등을 토대로 어느정도 합격선도 예측할 수 있어 수능처럼 사교육에 의존해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정량평가를 통해 성적순으로 합격하는 전형으로 학종이 전락할 경우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되는 이유다. 지금도 내신과 수능 대비를 위한 사교육이 가장 활성화된 상황이다. 2018 교육통계연보(매년 4월1일 기준, 교육지원청을 통해 사설학원 현황을 조사)에 집계된 전국의 학원 8만412개 가운데 내신 혹은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학원들로 추정되는 입시검정및보습학원은 4만375개로 비중이 가장 높다. 반면 학종대비를 위한 입시컨설팅학원은 전국에 258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의 사교육 지형은 정량평가 중심의 시험을 대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주된 목적도 학종대비가 아니었다. 수강목적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학교수업의 보충을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학종에서 비교과와 자소서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정량평가나 다름없다고 예측한 수험생들이 사교육을 통해 대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이 유지되는 의미가 없는 만큼 학종이 아예 교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종이 무력화될 경우 사실상 교과로 수시를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대학들은 판단할 것이다. 그간 학종의 차지했던 비중과 역할이 교과와 수능으로 넘어간다”면서 “교육당국은 자소서나 비교과반영을 폐지해 교과중심으로 운영하면 학종의 공정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본 듯하지만, 교사들의 열정을 담보로 시작된 학종 논의에 수치화를 기반으로 한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오랫동안 폐해로 지적된 정량평가로 되돌리자는 얘기일 뿐이다. 대학들도 학종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대입에서 교과와 정시가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시 바뀌는’ 학생부 기재방안.. 정책변화로 ‘수요자 피로 누적’>
학생부 기재방안을 놓고 다시 입시의 변화를 주려는 교육당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책숙려제와 2022대입개편을 거치면서 진통 끝에 간신히 결론을 내놓았음에도 다시 학생부 기재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입시비리 논란으로 빚어진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해 여론에 편승해 ‘학종 개선’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학생부 기재요령이 매번 바뀌면서 현장 혼란과 수요자 피해만 커질 전망이다.

학종 비교과영역과 자소서는 2022대입개편을 통해 한 차례 평가항목이 축소됐다. 학생부 기재분량도 절반으로 줄었다. 창체 특기사항과 행특 종합의견을 합쳐 4000자에서 2200자로 줄어든다.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등 3000자를 입력할 수 있는 창체는 봉사활동을 없애고 자율(500자) 동아리(500자) 진로(700자) 등 3개영역 1700자로 제한한다. 행특 종합의견은 1000자에서 500자로 줄어든다.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는 현행대로 기재할 수 있지만 대입에 활용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한다.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이내로 6개까지 대입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로 제한한다. 동아리명과 간단한 동아리 설명만 한글 30자 이내(공백포함)로 기재하도록 했다. 소논문(R&E) 기재는 금지한다.

자소서도 폐지하는 않는 대신 문항당 500~800자 분량으로 축소하고 사실기록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현행 서술식을 유지하고 분량은 축소한다. 기존 4개문항 5000자에서 3개문항 3100자로 줄었다. 각1000자로 입력했던 1,2번 통합문항은 1500자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1500자로 분량이 가장 많았던 3번과 대학자율문항인 4번은 각800자 이내로 글자수를 제한한다. 교사추천서도 폐지한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이 같은 결론이 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대입개편을 논의한다고 발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입제도를 계속 건드리는 교육당국의 행동이 수요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사전예고제 강화를 내세우며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주는 척도 했다. 이후 곧바로 ‘정책뒤집기’를 남발하며 공교육현장은 물론 수요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전환을 위해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반대로 1년 유예했다. 정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교육부 차관이 상위대학들을 압박해 ‘정시확대’를 주문하면서 대입혼란의 여진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학생부 기재방안도 마찬가지의 경우로 치닫고 있다. 현 정부는 정치적 위기를 교육정책의 방향을 바꿔 현장논란을 키우는 방식으로 넘기고 있다. 3년 동안 매년 정책뒤집기에 수요자들의 피로감만 누적되고 변화에 느릴 수밖에 없는 공교육현장의 안정성 역시 뒤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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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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