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탐사보도의 일과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이 출간되었다.   

매일 접하는 뉴스 속에서 진실만을 추출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난무하고, 실체 없는 허상이 떠도는 시대, 우리는 진실의 숨은 그림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암흑의 핵심으로 파고들어가 빛을 발견하는 일을 하는 공익 탐정이 있다.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은 그의 일을 그렇게 정의한다.

왜 책 제목이 ‘로스트 타임’인가. 스포츠에서 지체된 시간을 뜻하는 ‘로스트 타임’은 사법과 정치, 경제에도 출몰한다.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은 사라진다. 그때마다 그 누군가는 가슴을 치고, 목소리는 사라진다. 로스트 타임은 잊힌 시간이며 지체된 정의다. 하나의 사건이 모든 삶이었던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탐사 저널리스트는 사라진 누군가의 시간, 목소리, 삶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직업이기도 하다.

취재 현장에서 늘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했다. 조금만 더 악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더라면.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발을 헛딛고 굴러 떨어질지도 몰랐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공익 탐정으로 탐사보도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분투기며 성장기다.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던 36개의 생생한 기록과 분투가 감동적이고 눈물겹게 펼쳐진다. 또한 탐사의 정의, 구성, 인터뷰 방법 등을 정리한 탐사보도 취재 원칙과 요령이 12개의 ‘탐사 노트’에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책 속으로>
내세울 만한 취재 성과는 적고 로스트 타임을 대면한 기록이 훨씬 많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한다. 그렇더라도 무력감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비록 늦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로스트 타임을 줄 수 있었다. 보스턴의 성추행 피해 아동에게 스포트라이트의 탐사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상실의 시간이자 회복의 시간이다. _14쪽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탐사 취재를 하면서 진짜 잠든 사람과 잠자는 척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묻는 차원이 아니다. 잠든 척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나 비리는 더 교묘하게 은폐되기 때문이다. 힘 있고 교활한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잠자는 척을 잘할 가능성이 크다. _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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