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 요강공개..‘내년 재지정평가 가능성 염두’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전국단위 자사고를 필두로 외고 국제고 광역자사고 등 특목자사고의 입학전형요강이 전부 공개되면서 본격 고입레이스가 시작됐다. 전국의 특목자사고가 12월9일 원서접수를 개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재지정평가의 파장으로 수험생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입시가 진행되던 도중이었음에도 광역자사고는 물론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전국자사고인 상산고까지 지정취소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실제로 재지정평가 결과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광역자사고 10개교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지만,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올해는 자사고로 입시를 진행한다. 지난해 ‘고입 동시실시’가 시행된 이후 올해도 혼란이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은 학교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시환경이 불확실하지만 시장논리에서 고교선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시체제를 중심으로 학교별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선택의 원칙은 간명하다. 학교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진학성향에 따라 특목고나 자사고 등 학교유형을 고민할 수는 있지만 특정한 유형이 유리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학교들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 수시는 전 전형이 학종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학교별 수시체제 구축 정도를 파악하는 데 최선의 잣대다. 개인의 학업능력이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시실적과 달리 서울대 수시실적은 학생을 관찰하며 학생부를 기재한 교사진의 역량과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고교경쟁력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특목자사고는 해외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쌓은 노하우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학생부 관리 등 이미 수시체제 구축을 끝냈다. 대원외고를 필두로 실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외고들이 선발권 축소에도 실적에서 밀리지 않는 이유다. 수험생들은 특목자사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지역내 일반고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역내 일반고 중에서는 과학중점학교와 자공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내 프로그램에 기반한 수시체제의 성과에 힘입어 과학중점학교와 지방 자공고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 가운데 전국모집이라는 선발효과로 전국자사고와 정면으로 맞서는 자율학교 역시 매력적인 카드다. 

전국단위 자사고를 필두로 외고 국제고 광역자사고 등 특목자사고의 입학전형요강이 전부 공개되면서 본격 고입레이스가 시작됐다.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재지정평가의 파장으로 수험생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확인된 외대부고 전경. /사진=외대부고 제공

<‘최우선 선택지’ 특목자사.. 광역자사 외고 ‘옥석가리기’>
학교경쟁력의 잣대인 서울대 수시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상위권 학생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은 특목자사 진학이다. 학종 대비체제의 경쟁력으로 다른 학교유형들을 압도하는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것은 물론, 수년간 쌓은 데이터로 학생들의 대입전략까지 효과적으로 지원한 성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학종중심으로 바뀐 대입지형 탓에 특목자사고 내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시체제에서 수시체제로 발 빠르게 전환한 특목자사고는 꾸준한 실적, 전보다 확대된 실적을 낸 반면 여전히 정시중심 체제에 머무른 학교들도 있기 때문이다. 

2022대입개편에 따른 정시확대가 오히려 특목고와 자사고의 선호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과성적이 정량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학종의 특성을 이해한 학생들이 특목고에서 수시와 정시를 함께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종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에서 학생부 교과성적이 불리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들 학교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특목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높은 내신등급을 받기 어려운 만큼 교과전형에서는 불리하다. 하지만 학생부와 비교과 관리를 잘한다면 수시 학종과 정시 수능을 모두 잡을 수 있다. 대입개편으로 정시비중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진학실적이 우수한 특목자사고는 대부분 학종과 수능에서 모두 강세를 나타내는 만큼 대입개편의 영향과 무관하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고교취재를 통해 파악한 서울대 합격실적에 의하면 예체능계열로 진학하는 서울예고를 제외한 전체 고교 가운데 전국단위 자사고인 외대부고가 1위를 차지했다. 총 73명의 서울대 합격자 중 수시37명 정시36명으로 고른 실적이다. 3위에 오른 대원외고도 수시33명 정시20명을 기록하며 53명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51명의 합격실적으로 대원외고 다음으로 4위였던 하나고는 예외였다. 수시49명 정시2명으로 수시실적이 압도적이었다. 하나고는 수시확대 이후 빠르게 학종체제를 갖춘 학교이기 때문이다. 뒤이은 상산고(수시13명/정시25명) 민사고(22명/9명) 역시 수시정시 양분된 실적을 보였다.

특히 상위권에 포진한 전국단위 자사고들이 눈길을 끈다. 전국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재학교와 일반고로 분류되는 농어촌 자율학교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전국단위 선발권을 갖는 고교유형이다.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췄다는 데 이견이 없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고 있다.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하고 학생부 관리와 진학지도 전문성을 갖춘 점이 대입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10개교 내에서도 분명한 수시실적의 격차가 존재한다. 상산고나 현대청운고처럼 오히려 정시에서 더 강세를 보이는 고교들도 있다. 수험생들은 본인에게 유리한 진학성향을 가진 학교를 추려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모집 고교인 영재학교와 과고의 선호도 역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육과정 자체가 수능대비와 무관한 만큼 대부분 수시에서 진학여부가 결정되는 편이지만, 기존의 대입실적이 우수한 곳이 많아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실적 역시 서울과고(51명/6명) 경기과고(50명/1명) 대전과고(47명/0명) 세종영재(33명/0명) 등 영재학교의 성과가 돋보였다. 올해 영재학교 8개교의 경쟁률도 정원내 기준 15.32대1(모집789명/지원1만2085명)로 2018학년부터 2년연속 상승했다. 세종영재는 정원내 84명 모집에 무려 2570명이 지원해 3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 20개과고 역시 3.52대1(1638명/5770명)으로 학력인구 절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경쟁률을 유지했다. 취업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4차 산업혁명 등 이공계 인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영재학교 과고에 대한 관심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 과고 전국자사고에 비해 광역자사고와 외고는 학교간 서울대 실적 격차가 두드러진다. 학교별 선호도 역시 다른 고교유형에 비해 차이가 큰 편이다. 수험생들은 학교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광역자사고는 지역 일반고 가운데 교육열이 큰 곳에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일반고 가운데 정부주도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같은 광역자사고 내에서도 실적과 교육환경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고 역시 서울권과 경기권 사립외고의 우세한 편이다. 지방 외고 중에선 지역 내 명문고보다 실적이 저조한 외고도 있다. 상대적으로 사립외고들이 공립외고들에 비해 우수한 대입실적을 내왔던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재지정평가 변수’.. 중상위권 ‘신중한 선택 필요’>
상위권 특목자사고에 입학하는 데 무리가 없는 중3이라면 당연히 특목자사고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중상위권 실력이라면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사이에서 저울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재지정평가 등 교육정책으로 인한 특목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위권에 비해 환경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중상위권 점수대의 학생들은 자사고 지정취소에 따른 혼란이 빚어질 경우 수험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올해 교육청들이 일방적으로 재지정평가를 밀어붙이면서 고입파행을 초래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최종적으로 재지정평가를 탈락한 광역자사고 10곳에 대한 지정취소를 동의했다. 그렇지만 자사고들이 곧바로 제기한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인용하면서 일반고 전환이 무산됐다. 본안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판결이 확정되는 데 3년 정도 소요된다. 그동안 10개교는 광역자사고로서 입시를 치를 전망이다. 결국 학생충원의 어려움과 재정문제 등으로 자진해서 자사고를 반납한 군산중앙고 경문고 경일여고 남성고의 4개교만 지정취소됐다. 전국 42곳이었던 자사고는 2020고입부터 38개교 체제로 축소된다.

내년에도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만큼 고입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의 30개외고가 모두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자사고 2곳과 대건고 대광고 대성고(대전)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광역자사고 10곳의 평가도 시행된다. 서울지역에서 지난 2015년 평가에서 취소유예를 받은 장훈고와 세화여고가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전국의 7개국제고 가운데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부산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청심국제고 등 6개교의 재지정여부도 결정된다.

특히 외고들의 재지정여부에 따라 입시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청들이 특목고 가운데서도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공립 중심으로 개편을 시도한다면 공교육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내년에는 전국 외고 30개교에 대한 재지정평가가 일제히 실시된다. 외고의 경우 그동안 수요자들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호도가 나눠지고 있었다. 올해 자사고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교육당국이 공립 중심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사립외고 위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장에선 순환근무 체제인 공립외고의 경쟁력이 대체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며 진학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아온 사립외고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지정평가를 통한 인위적 개편이 교육의 질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원서접수를 통해 드러난 고교들의 경쟁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교육당국이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고입의 향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일반고 전환이 무산됐는데도 재지정평가를 강행한다면 입시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선 지난해 경쟁률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고교들의 경쟁률은 이미 수요자들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입실적이나 학교에 대한 평판 등을 바탕으로 외고나 광역자사고의 경쟁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쟁률이 높은 고교일수록 변수가 적다고 판달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사회통합전형이 미달을 빚어 전체경쟁률이 왜곡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결과의 해석에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교육전문가는 “특목자사고에 입학했다가 하루아침에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학교법인의 건전성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올해 재지정평가 대상이 아님에도 서울의 경문고, 대구의 경일여고, 전북의 군산중앙고와 남성고의 4개교가 신입생 미달이 재정손실로 이어지면서 일반고 전환을 택했다. 일반고로 전환된 자사고들은 대부분 학생 학부모 반발이 상당했다. 입학설명회 당시만 해도 졸업 때까지 특목자사고로 운영할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정책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고교와 교육청 모두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특목자사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환 과정에서 얻는 혼란과 피해는 수험생들의 몫이다.

<‘고민 깊어지는’ 인문계 수험생.. ‘자연계 의대선호 유의’>
달라지는 고교선택 패러다임으로 선택의 기로에서 더 오래 고민하게 될 학생은 인문계열 학생들이다. 자연계열 학생들에겐 영재학교와 과고라는 명확한 선택지가 있는 반면, 인문계열 학생들은 여러 고교유형 사이에서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가운데 한 곳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변수도 많다. 최상위권 자사고에 갈만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라면 수시중심 현 대입지형에 최적화된 특목자사를 겨냥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내신이 불리한 환경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자신의 진학성향에 대한 파악은 물론 지원할 학교의 재지정 가능성까지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대목이다. 

학교 밖 개인의 활동에 중점을 두는 과거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학종은 교내활동만을 평가해 특히 고교가 갖춘 경쟁력의 중요도가 높다. 학생부 작성권한이 교사에게 있고, 고교마다 다른 교육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초 학종이 학원으로 빠져나간 학생들의 교육을 공교육 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고교-대학 연계’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전국자사고 가운데서도 하나고 민사고처럼 수시체제가 대입실적으로 이어지는 고교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실적격차가 뚜렷한 광역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수시실적을 잣대로 옥석가리기가 더욱 요구된다. 외고 국제고의 경우 공립보다는 사립, 기숙사체제를 갖춘 학교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계열 대학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라면 인문계열에 비해 고입 대비가 수월하다. 현재의 고입체제에서 최대 4회까지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가장 폭넓은 학교선택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고입 동시실시’가 유지되면서 후기모집의 자사고와 일반고까지도 지원 가능하다.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르는 영재학교는 정부가 추진하는 특목자사고 폐지에서 자유롭고, 과고 역시 졸업생 대부분이 관련 계열로 진학해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된다는 이유에서 고입 동시실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최근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관심이 서울대보다 의대를 향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서울대 공대 합격을 포기하는 인원이 전체 합격자의 10%를 웃도는 이유도 ‘광풍’이라 할만한 의대선호현상 때문이다. 과도한 의대쏠림은 서울대 실적 기준의 고교경쟁력 판단을 다소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정시비중이 상당한 의대입시구조로 상위권 고교들이 정시대비를 놓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서울대 수시실적에서는 다소 빛을 발하지 못한 상산고 휘문고가 의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청운고 공주한일고 해운대고 외대부고 역시 의대를 선호하는 학생이 늘면서 서울대 실적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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