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입시비리 감싼 대입개편 지시부터 잘못'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18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수시/정시 비율 조정안은 대입개편 방안에 고려하지 않기로 못박았다. 2022대입개편을 통해 한 차례 수시/정시 비율을 건드렸던 데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2028년 또다시 대입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사이 새로운 대입제도를 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결국 개인비리에 대한 응징으로 마무리해야했던 '조국발 입시비리'를 대통령이 나서 대입개편카드까지 꺼내들어 편들다 현장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8일 당정청 회의에서 수시/정시 비율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조국발 입시비리사태로 재점화된 수시 정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당정청.. 개편어려운 교육현실 공감>

더불어민주당 교육부 청와대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과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에서 당정청은 학종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학종과 관련해 타깃이 됐던 비교과 수상경력이나 자소서 등이 폐지되거나 대폭 손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상경력의 경우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되나, 일각에서는 ‘개수’가 중요하다고 오해되는 탓에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자소서 역시 대필의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폐지 논란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자소서는 이미 2022대입개편을 통해 폐지 대신 문항당 500~800자 분량으로 축소하고 사실기록 중심으로 개선하기로 한 만큼, 또 다시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만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교과 수상경력, 봉사활동 역시 개수제한은 생겼지만, 그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려워 아예 폐지하진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이내로 총 6개까지 대입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 봉사활동실적은 특기사항에서는 삭제하지만 실적은 현행대로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전 결정한 사항을 또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게 된 셈이다. 

어설픈 학종 건드리기에 나설 경우, 정시 확대 목소리가 더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정청은 수시/정시 비율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정시 확대 요구는 끊임없이 불거지는 상태다. ‘정시확대’를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데다, 일부 시민단체의 정시확대 주장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대입 공정성의 문제가 정시 확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한 줄 세우기식의 정시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 문제풀이로 교실 수업까지 왜곡한다. 그나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이런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었고 부분적으로 교육적 가치가 학교 안에서 실현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능이 지닌 교육 본질에 반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비교하면 학종의 문제는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학종의 절차와 방식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교가 내신을 비롯한 평가의 신뢰성을 위해 노력하고, 대학이 전형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2015교육과정이 학종과 연계되도록 대입제도가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할 대입개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대입개편을 '물타기'용으로 꺼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카드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여영국(정의) 원내대변인은 "수시와 정시 비중에 대한 미세조정으로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입시는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의 교육혁신의 의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단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지시는 ‘조국 사태’라는 소나기를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사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입개편지시부터 잘못'..'개인비리감싸려 제도개선 물타기 시도'> 

애초 개인의 비리문제를 두고, 입시 전체를 뜯어고치겠다는 대통령의 시각부터 잘못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국장관 기자회견 전날인 휴일이라는 시점이나 파급력으로 볼 때 개인비리로 시작된 정치적 위기를 대입제도개선이라는 폭탄으로 물타기하려 했다는 의구심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에서 문제유출이나 출제오류가 일어났다고 수능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지시로 현장이 혼란에 휩싸인 이후, 중장기적 차원의 논의를 의미한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부랴부랴 해명했지만, 애초 대통령 발언이 가지는 무게감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처사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첨예한 충돌을 빚었던 2022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드러난 것 처럼, '단지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통령의 지시는 배경이나 시점으로 봤을때 이른바 '조국 살리기'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모른다고 보지도 않는다. 대입개편이나 자사고평가가 얼마나 첨예했는지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 교육청까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일을 통해 정치와 무관한 중립적인 교육위원회가 왜 꼭 필요한지 교육현장에 몸소 각인시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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