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우리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면 책의 뒷이야기에 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간 '책의 책'은 책이라는 물건의 흥미로운 2,000년 역사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책에 관한 책은 이미 여럿이지만, 사회문화사의 측면에서 책이라는 지식 전달 매체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책 그 자체에 집중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책이 사물로서 갖는 물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생각의 첨단을 담는 도구의 첨단,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혹적인 공예품’을 향한 러브레터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종이책이다. 전자책 이전부터 있었고, 종이와 잉크, 판지와 풀로 공들여 만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장치의 모든 것을 다룬다. 책의 뼈와 살을 이루는 요소들의 기원과 진화 과정이 흥미진진한 생애사를 만들어낸다. ‘1부 종이’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시작해 양피지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 필기 재료의 변천사를 훑어본다. ‘2부 본문’은 문자의 출현부터 인쇄기의 발명까지, 지식 생산의 물적 토대가 완비되어가는 드라마를 살펴본다. ‘3부 삽화’는 책 디자인과 제작에 스며든 예술과 기술을 스케치한다. ‘4부 형태’에서는 책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경이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진다.

<책 속으로>
시칠리아에서 발견된 1109년도 종이 원고는 유럽인들이 이미 종이에 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하지만, 기독교를 믿던 유럽에는 당시에 제지 공장이 없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기독교인들은 오래전부터 양피지를 필기 매체로 선택했다. 그들은 당시 유럽 본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이교도들이 선호하는 필기 재료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았다. 1141년, 페테르라는 수도원장은 종이를 양피지에 비교하며 깎아내리고 파피루스를 폄훼하면서 이렇게 썼다. “하느님이 하늘에서 탈무드 책을 읽으신다고 칩니다. 그 책이 과연 어떤 책이겠습니까? 우리가 늘 사용하는 숫양과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책일까요, 아니면 낡아서 해진 속옷 뭉치나 동쪽 습지에서 자란 골풀, 그 밖에 이런저런 저급한 재료로 만든 책일까요?”
_4. 실크로드 위의 완벽한 종이, 94~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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