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확대해석’.. ‘무분별한 학종때리기 자제해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입시컨설팅 학원이 지난 4년 사이 네 배 가까이 늘었다며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지적한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기사의 내용은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이 9월16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년~2019년 연도별 입시컨설팅 학원수 현황’ 자료에 의한 것이다. 2015년 67개였던 입시컨성팅 학원의 수가 2016년 131개, 2017년 183개, 2018년 248개, 2019년 258개로 꾸준히 늘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컨설팅 학원의 증가는 대입 수시전형 준비를 위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사교육시장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자료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단순히 네 배 증가했다는 내용만 보면 마치 학종 대비를 위한 입시컨성팅 사교육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8만개가 넘는 전체 학원수에 비해 258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수능대비를 목적으로 하는 입시및보습학원은 4만개가 넘는다. 최근 학종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사실상 사교육 영향력을 키우는 얘기인 이유”라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자료가 학종을 ‘금수저전형’으로 몰아붙이는 공세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고액 컨설팅의 사례를 들면서 학종 자체를 사교육을 통해서만 대비할 수 있는 전형인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의 입시비리 논란이 수시에 대한 불신을 키우면서 학종을 겨냥한 일방적인 비난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조씨가 2010학년 선택했던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학종이 아닌 전형적인 어학특기자다. 특기자는 교외 스펙을 반영할 수 있었던 만큼 그동안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축소된 상태다. 반면 학생부를 중심으로 교내활동을 정성평가하는 학종은 단점들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고교정상화는 물론 교육양극화까지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개선해오면서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해 수시 ‘대표전형’으로 자리잡았다. 전문학원이 258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오히려 사교육 배제 효과를 드러내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잘못 진단한’ 사교육 원인.. ‘일부분을 확대해석한 결과’>
전 의원의 자료가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보도로 이어지고 있어 현장의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전 의원도 같은 내용의 자료를 토대로 학종이 입시컨설팅을 비롯한 사교육을 유발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당시 전 의원은 “입시컨설팅 학원이 2014년 51개에서 2018년 248개로, 5년 만에 4.9배 늘었다”며 사교육 확대의 원인으로 학생부위주전형을 지목했다. 일부 고액 컨설팅업체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선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당시 전 의원은 학종 때문에 늘어난 컨설팅 학원이 5년만에 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지만 결국 숫자를 보면 248개다. 전국 학원은 8만개를 넘고 내신 수능학원만 해도 4만개를 넘긴다. 248개라는 숫자는 오히려 학종이 대부분 학교 교사들의 노력을 거친다는 반증일 수 있다. 소수에 불과한 입시컨설팅을 놓고 사교육 급증으로 해석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수요자들 역시 학종보다는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는 사교육을 찾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주된 목적은 학종대비가 아니었다. 수강목적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학교수업의 보충을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일반교과의 사교육 수강 목적은 ‘학교수업보충/심화’가 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행학습 21.3%, 진학준비 17.5%, 불안심리 4.7%, 기타 2.4% 순이었다.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반면 2018년 처음 사교육비 조사에 포함된 진로/진학 학습상담 전체 참여율은 3.6%에 그쳤다. 가장 높았던 고등학생들의 참여율도 4.7%였다. 사교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평균 상담 횟수도 2.6회에 불과했다. 상담 1회당 연간 평균 비용은 11만8000원이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상담 횟수도 연간 2.9회로 전체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회당 평균 비용도 15만2000원으로 전체 월평균 사교육비 29만1000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교육비 증가’의 실질적인 원인은 학종보다는 내신대비 수요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8 교육통계연보(매년 4월1일 기준, 교육지원청을 통해 사설학원 현황을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학원수는 8만412개다. 학교교과교습학원 7만2723개 가운데 입시검정및보습이 4만375개로 비중이 가장 높다. 대부분 내신대비를 목적으로 학원들로 파악된다. 공교육기관인 학교가 있는 한 보충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찾는 수요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수생을 장악하고 있는 정시 수능시장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학종에서 불리한 재수생들이 주로 대형 재수종합학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능과 연계된 EBS수능교재 역시 정시시장의 한 축이다. 학종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많은 고교들이 아직도 교과서 대신 EBS수능교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사교육의 일부인 학종대비 입시컨설팅학원 현황만 놓고 특정한 방향의 결론은 낸 것 자체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전 의원의 자료가 오히려 학종의 사교육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한다. 올해 자료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입시컨설팅학원은 10곳밖에 늘지 않았다. 학원수 역시 258개에 불과해 사교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은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이 크게 늘어난 현재의 상황에서도 사교육컨설팅 비중은 매우 낮다. 일부 언론에서 4년 사이 네 배 증가했다는 식으로 보도됐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입시컨설팅학원은 지난해보다 10개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 사교육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증가했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전국 8만개의 학원 가운데 내신과 수능중심의 학원이 4만개정도 된다. 4만개의 학원들이 학종의 증가로 매출축소를 겪고 있긴 하지만 급격하게 학종컨설팅으로 돌아서지 않았다. 학종의 핵심서류인 학생부는 어차피 교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 의원의 자료에 나타난 것처럼 컨설팅을 전업으로 하는 학원도 258개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오히려 학종이 학원에서 대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종이 오히려 사교육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논리에 따른’ 컨설팅학원 등장.. ‘수요확대로 공급 늘어나’>
전문가들은 전 의원의 자료가 당연한 상황을 과장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대입에 대응한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사교육이 존재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시장논리에 따라 컨설팅학원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없던 학원이 등장한 게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사교육시장을 아예 뿌리뽑지 못한다는 점과 사교육시장도 엄연히 공교육 대체제로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종을 대비한 시장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특히 상위권대학이 대부분 학종위주 수시체제를 갖춰 사교육 수요가 없을 수는 없다. 올해 상위16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의 정원내 기준 학종비중 역시 42.4%로 단일전형 최대 수치다. 모집인원도 2만1326명에 달한다. 상위대학이 이만한 선발을 하는 만큼 현장의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종은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형이지만, 지역 고교에 따라 편차도 발생한다. 전 의원의 자료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역별 편차 역시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컨설팅업체가 전체 학원의 대세를 차지하는 게 아닌 이상 학종을 사교육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부당하다. 사교육시장은 대입제도에 따라 판도가 바뀐다. 논술의 축소 추세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주도로 논술 축소/폐지가 권고되면서 이미 논술선발을 하지 않는 서울대 이후 고대가 과감하게 논술을 폐지했고, 16개대학 기준 논술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논술 선발인원은 6649명으로 비중은 13.2%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 성황을 이뤘던 논술 사교육시장은 현재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반면 학종은 정부가 2014년부터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 사업비를 두고 전형변화를 이끌었다. 서울대와 고대 등 상위대학들이 앞장서 학종중심 수시체제를 안착했다. 학종을 대비한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입시의 변화에 따라 컨설팅학원의 수가 늘어온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학종 컨설팅업체가 전국에 258개에 지나지 않고 그 중 190개가 서울경기에 있는 만큼 전국적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2019년 기준 컨설팅업체는 서울126개 경기64개 부산25개 광주9개 경남8개 강원5개 대구4개 대전4개 인천4개 충남4개 울산1개 전북1개 전남1개 경북1개 제주1개의 순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실제로 입시컨설팅 학원은 학종뿐 아니라 사교육시장 자체가 크게 형성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 가운데 정시의존도가 높은 대구는 4개에 지나지 않는 분포를 보인다. 결국 학종으로 인해 컨설팅학원이 늘어 사교육이 과열되고 있다는 시각은 지나친 과장”이라며 “물론 신고되지 않은 업체들이 포함될 경우 학원의 수 자체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학원들이 고액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학종 혹은 입시컨설팅학원 전체의 문제로 성급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몇몇 불법컨설팅 업체를 적발해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 역시 완만하게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학종때리기’ 악용.. ‘맥락 상실한 자료 활용’>
결과적으로 현장에선 왜곡된 형태의 자료를 토대로 무리한 ‘학종때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고교현장과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앞장서왔음에도 최근 다시 ‘깜깜이전형’ ‘금수저전형’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은 직접 정시를 50%이상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현(민주평화)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정시50%확대를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시확대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교육 유발의 ‘주범’을 학종을 몰 경우 정시확대가 수월해진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학종을 ‘금수전전형’으로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학종은 2013학년 서울대 수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의 학종은 서울대가 2012학년까지 운영해온 ‘특기자전형’을 2013학년부터 ‘일반전형’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7월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토대로 서류평가에서 대외활동내용을 제외하고 학생부에 교사가 기록할 수 있는 교내활동과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교과활동으로 ‘평가영역’을 다시 정돈했다. 이전 특기자전형이 특목고나 영재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했고 베일에 가린 ‘면접및구술고사’가 일반고 출신의 접근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학종은 학생부 중심의 정성평가 위주로 ‘공교육살리기’라는 애초 정책목표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전형의 미비한 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오면서 학종을 확대해온 입시정책이 ‘고교교육 정상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2014학년 학생부 상 개별참여 대학체험프로그램 기재금지, 2015학년 학생부 상 논문 기재금지, 공인어학성적/수학 과학 외국어 교외수상실적 기재시 서류점수 0점(또는 불합격) 처리, 2017학년 학생부 상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암시 기재 금지, 2019학년 자소서에 학생부상 기재할 수 없는 논문/학회지 등재나 도서출간/발명특허/해외활동실적/교외인증시험성적 작성불가의 조치가 이뤄졌다. 교육부와 대학은 전형과정에서 현장에서 불이익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들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학종을 보완하고 있다.

고교현장의 변화도 가시적이다. 학생부를 통한 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이 학교수업과 교내활동에 집중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이 쌓아올린 학업능력이 폭넓게 평가되고 교내에서 일궈낸 활동들도 대입에 반영되는 만큼 문제풀이 위주로 수능준비만 열중하던 고교현장이 자기주도적인 활동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고교들 역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하고 학생참여형 수업과 평가 다양화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양극화’의 해소에도 학종이 기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학종은 단순히 수능중심인 정시와 달리 사회적 약자로 지원자격의 제한이 있는 농어촌전형 배려자전형 지역균형전형 등의 하위 전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는 학종을 도입한 이후 ‘진학 스펙트럼’을 넓어졌다. 소외지역 합격생이 증가하면서 일부학교의 독식 체제가 깨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2019수시에서도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었던 경북 의성군, 전남 구례군, 충남 태안군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배출됐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최근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워 학종을 고액 사교육 없이는 대비할 수 없는 전형으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수시확대 자체를 ‘부자들을 위한 입시정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 의원의 자료에 기반한 언론보도 역시 수요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 입학처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시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현재 수시체제의 대표격인 학종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학종이 그동안 현장에서 이뤄냈던 성과들을 외면한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2016총선과 맞물려 학종을 ‘금수저전형’으로 몰아붙이던 공세가 본격화됐을 때도 학종을 옹호하고 나선 건 고교교사들이었다. 당시 교사들이 스스로 나서 진행한 포럼은 ‘보완해가며 학종강화’로 귀결됐다”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도 나온다. 물론 고액 컨설팅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을 ‘정시확대’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전혀 없다. 사교육 유발 자체만 놓고 보면 학원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은 정시가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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