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다른 평가에 통계도 없어' 실효성있을까.. '혁신학교 개선방안부터 내놔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내년부터 서울 모든 학교의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받는다. 서울교육청이 5일 발표한 ‘2020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에 의하면 내년 3월 중으로 단위학교에서 초3과 중1 학생을 대상으로 통합적 진단검사가 진행된다. 서울교육청은 단계별 진단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물론 중학생들의 학습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 중학생 단위학교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초등학교에만 지원되던 ‘기초학력책임지도제 예산’도 중학교까지 확대한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이 시행하는 진단평가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단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학교마다 다른 도구로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다양화한 척도로 학교서열화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비교가 불가능한 진단평가 결과를 수요자들은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이 진단결과를 통계적으로 집계하지도 않는 것도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진단평가 계획 대신 ‘학력저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서울형혁신학교의 개선방안을 먼저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내년부터 서울 모든 학교의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받는다. 서울교육청은 단계별 진단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물론 중학생들의 학습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 중학생 단위학교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초3, 중1 대상’ 진단평가 실시.. ‘단위학교 책임 강화’>
진단검사는 3월 중 단위학교별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실시한다. 초등학교 3학년의 경우 기초학습능력인 읽기 쓰기 셈하기, 중학교 1학년은 기초학습능력에 더해 국어 영어 수학의 교과학습능력까지 평가한다. 학교들은 교육청이 만든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한 진단 도구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학교가 자체 개발한 검사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선다형과 단답형으로 구성된 지필시험의 형태이며 문제은행식으로 문항이 출제된다. 진단검사 결과는 학부모 상담이나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보호자에게 통지한다. 초3과 중1 이외 다른 학년은 교사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습부진 학생을 파악한다.

서울교육청은 단계별 진단시스템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통해 단위학교에서 지도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학생들은 지역학습센터에서 정서/행동특성검사, 비언어성 지능검사, 한국어읽기검사(KOLRA) 등을 통해 심층진단을 실시한다. 2차진단에서 특수복합요인으로 추정되는 학생에게 전문적 지원을 위해 서울학습도움센터에 난독/경계선지능 전담팀을 신설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팀은 난독/경계선지능 학생의 체계적 치료와 학습상담을 제공한다. 

‘서울 중학생 단위학교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를 통한 개별학생 맞춤지원도 강화한다.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는 개인별 다양한 부진요인을 파악해 단위학교가 학생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 학습지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중학교를 단위로 교실수업 지원, 학교 지원, 학교밖 지원 등 단계별 학습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2019년 총 86억원의 기초학력향상 지원 예산을 2020년에는 약 250억원으로 확대 편성하고자 한다”며 “올해는 50억원이었던 단위학교 책임지도제 예산을 내년에는 중학교까지 확대하여 약 200억원으로 대폭 증액할 예정이다. 각 초등하교와 중학교는 기초학력 책임지도제 운영을 위해 학교별로 약 2000만원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의심’ 기초학력 진단.. ‘학교마다 다른 진단도구 활용’>
기초학력 진단을 전면 시행한다는 서울교육청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진단의 지표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서울교육청에 의하면 약 6가지 정도로 지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교사와 학교가 성취기준을 독자적으로 정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단방법에 대해서는 향후 6개월 간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논의하고 현장의 의견수렴 과정을 가릴 예정”이라며 “기초학력의 진단과 지도의 주체가 현장의 교사들이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문제를 풀어갈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체 서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진단평가가 일관된 기준으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도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 학교들은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진단도구, 학교 자체 개발 도구 가운데 한 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평가의 목적이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판별해내는 것에 있어서다. 그렇지만 학교마다 진단도구가 달라 전체 학생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만큼 평가를 받는 입장에선 정보가 불충분할 수 있다. 또한 학교마다 다른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의 자료로는 부적합하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예산지원이 적정규모인지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기초학력 보장방안이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대책들은 매번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초3과 중1 대상 진단평가를 실시하지만 통계로 집계하지는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진단결과를 활용할 뿐, 종합적인 분석과 대책 마련은 어려운 셈이다. 향후 교육청의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높은 대목”이라며 “기본학력 책임 지도제 역시 ‘재탕’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계적 지원체계를 구상한다는 계획이지만, 학교 차원의 지원은 두드림학교나 사제동행멘토링 등 기존의 정책사업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그간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증가를 막지 못했던 정책에 예산을 더 투입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최근에 발표했던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과 마찬가지로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대책 역시 수요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학력저하’ 혁신학교 대책은 외면.. ‘수요자 불신 초래’>
혁신학교와 관련된 대책이 빠진 점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기초학력미달 논란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가 가장 큰 정책이 서울교육청의 ‘혁신학교 확대’ 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서울지역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자체를 거부하는 배경은 ‘학력저하’다. 최근엔 서울형혁신학교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현장의 불신도 극심해진 상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장반발로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교육청은 현재 16~17%인 혁신학교 비중을 2022년까지 20% 늘린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방안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낮은 이유다.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실질적인 개선방안부터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전수평가를 통해 공개됐던 혁신고교의 학업성취도는 일반고에 비해 확실히 뒤쳐졌다. 가장 최근 전수조사로 실시됐던 2016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해 학력저하가 두드러졌다. 학력저하는 특정 지역과 시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한 과목을 기준으로 보통학력이상 비율의 하락 추세가 확인됐다. 서울에서 수학의 경우 2014학년 64.6%, 2015학년 61.1%, 2016학년 57.7%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올해 3월 발표된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서도 중고교 모두 수학과 영어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한 사실을 수요자들이 ‘혁신학교 확대’ 정책의 부작용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형혁신학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국항공대 양희원 연구원과 연세대 강유림 연구원이 지난 7월 종단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서울형혁신학교 시행이 학교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의하면 학업성취도 창의성 자아개념 학교만족도 등에 있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고 나타난 결과도 있었다. 연구진들은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은 혁신학교 정책이 추구하는 핵심발달 목표다. 그럼에도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이후 8년 동안 지속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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