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모집시기' 대립.. '요강 6일 공고 어려울 듯'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자사고와 서울교육청이 또다시 충돌하면서 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5일 추가모집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2020입학요강을 제출했던 자사고들에게 수정 후 다시 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자사고들은 서울교육청이 추가모집 일정을 지정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교육청이 정한 1월 중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할 경우 일부 학생들이 일반고 전학을 위한 ‘징검다리’로 자사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추가모집 일정을 공지해야 자사고들의 모집요강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자사고가 개학한 이후 추가모집을 한다면 일반고 우수학생들이 자사고 전학을 택한다는 이유에서다. 추가모집 일정을 놓고 서울교육청과 자사고들이 대립하면서 오는 6일인 모집요강 공고 시점도 늦춰질 전망이다.

현장에선 서울교육청이 모집요강을 늦게 확인하게 된 수험생들의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교육청은 수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매몰된 것처럼 보인다. 추가모집 일정에 대해 반드시 1월 중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서울교육청은 자사고들과 먼저 시점을 조율해야 했다고 생각된다. 서울교육청은 일반고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사고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전에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모집요강 공고 직전에 승인하지 않고 되돌려 보낸 피해는 그대로 수요자들로 향한다. 입시를 준비하기에 앞서 입학전형이 확정이 늦어지기 때문”이라며 “그간의 행보 역시 우려스럽다. 서울교육청은 일방적인 자사고폐지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고 점쳐지던 상황에서도 재지정평가를 강행했다. 실제로 서울 내 8개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를 확정했지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올해 일반고 전환은 불가능해졌다. 아무런 성과 없이 고입혼란만 키워 수요자들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내년에도 서울에선 대원외고 대일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이화외고 한영외고 등 사립외고 6곳은 물론, 대광고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의 8개자사고에 대한 재지정평가를 실시한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고입파행이 길어질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자사고와 서울교육청이 또다시 충돌하면서 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5일 추가모집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2020입학요강을 제출했던 자사고들에게 수정 후 다시 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는 6일인 모집요강 공고 시점도 늦춰질 전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면 충돌' 자사고 교육청.. 모집요강 되돌린 ‘추가모집 시기’>
올해 지위를 유지한 서울의 21개자사고 가운데 13곳이 추가모집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은 이들 자사고가 제출한 모집요강을 반려했다. 추가모집 선발계획을 반드시 요강을 통해 안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2020학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에 의하면 자사고들은 신입생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직후 추가모집을 진행한다. 후기모집을 실시하는 서울지역 자사고들의 원서접수 기간은 12월9일에서 11일까지다. 최종합격자는 내년 1월3일 발표된다. 이후 자사고 외고 특목고는 1월 중으로 추가모집을 실시해야 한다. 1월15일과 16일 이틀간 원서를 접수한 후, 1월20일 합격자를 확정하는 일정이다.  

자사고들은 모집시기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자사고들이 1월 선발하도록 정한 서울교육청의 방침은 학교 자율권을 무시한 ‘자사고 죽이기’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원하는 일반고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이 추가모집에 지원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3월에 희망하는 일반고로 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사고에 입학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 자사고에서는 추가모집으로 선발한 16명 가운데 11명이 첫 학기가 시작한 이후 곧바로 전학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입 동시실시’가 시행되기 이전의 경우 자사고들은 일반고 원서접수에 앞서 추가모집을 진행해 이 같은 문제가 크지 않았다.

추가모집 일정으로 인해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던 자사고들의 위기감도 높다. 올해 입시에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음에도 신입생 충원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법률소송이 예상되는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최종적인 결론을 보고 지원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며 “지정취소 논란을 겪는 자사고는 추후에 일반고 전환이 철회되더라도 올해 지원자 감소를 피하긴 어렵다고 본다. 반대로 이번에 살아남은 광역자사고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전년대비 소폭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곧바로 추가모집에 기회가 있는 만큼 원서접수 시 수험생들은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다고 예상되는 자사고들을 먼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기본계획을 통해 정한 대로 자사고들이 추가모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학 이후 자사고 추가모집을 실시할 경우 일반고의 우수학생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들의 추가모집 시기는 3월 발표된 고입 기본계획에서 정해진 내용이다. 학교가 임의로 모집 시기를 옮길 수 없다. 실제로 일반고에선 추가모집을 안 한 자사고가 새 학기에 우수학생을 데려간다는 걱정도 많이 한다”면서도 “자사고들의 불만이 나온 점도 고려해 내년부터는 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자사고와 추가모집 시기를 미리 논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모집요강 승인 거부’ 서울교육청.. ‘수요자 피해 방관한 무책임’>
현장에선 서울교육청이 자사고의 모집요강 공고를 지연시키는 것이 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재지정평가와 법정다툼으로 혼란이 지속된 데 이어 자사고들의 모집요강 확정까지 미뤄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울교육청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재지정평가에 따른 법정공방도 이미 예견됐던 만큼 서울교육청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지정평가로 법정다툼까지 초래한 서울교육청이 모집요강의 공고마저 늦추며 고입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선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여전히 입학전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자체가 난감하다. 자사고 지정취소의 위기는 넘겼지만 입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학교장 선발 고교인 특목고와 자사고 등은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모집요강이 확정된다. 올해 서울교육청의 고입 기본계획에 따라 모든 고교들은 입학전형일 3개월 전까지 모집공고와 전형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자사고들은 오는 6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쳐야 했다. 그럼에도 서울교육청이 일부 자사고들의 모집요강을 반려하면서 수요자들이 제 때 지원하려는 고교의 입학전형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애당초 무리하게 재지정평가를 강행한 서울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제기됐음에도 자사고폐지를 밀어붙였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고입혼란만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7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개자사고의 지정취소를 결정했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달 2일 이들 학교에 대한 일반고 전환을 확정했다. 그렇지만 법원이 다시 지난달 30일 8개자사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향후 행정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최대 3년간 자사고들은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사실상 재저정평가를 통해 단 한곳의 자사고도 일반고로 전환시키지 못한 채 입시의 불확실성만 키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울교육청이 수요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제의 핵심은 서울교육청이 ‘고입파행’이 빚어질 것을 이미 예측했음에도 자사고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은 여러 차례 고입혼란을 줄이기 위해 재지정평가의 결과발표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재지정평가를 통해 자사고폐지를 강행할 경우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고입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은 당연했다. 수요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실제 서울의 경우 미달이 누적된 자사고들을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던 상황이다. 교육청이 나서서 자사고를 폐지시킬 필요도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재지정평가를 통해 현장반발과 혼란을 부추기고, 결국 입시까지 파행으로 이끌었다. 서울교육청의 자사고폐지는 무리수를 거듭하면서 결국 입시준비생들을 포함한 모두를 피해자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대안 없는‘ 자사고폐지.. ‘현장 갈등만 키운 조희연’>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자사고폐지의 실질적인 대안마저 부족하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피해를 방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서울교육청은 일반고 종합지원계획인 ‘일반고 전성시대 2.0’을 발표했다.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해 자사고 대신 수요자들의 교육수요를 충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현장에선 자사고폐지로 인한 수요자들의 '공교육 약화' 우려를 덜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기존 정책에 추가예산을 배정하는 등 ‘재탕’ 논란으로 불신만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담화문을 통해 오히려 자사고폐지가 정당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자사고 외고의 폐지를 위한 국민적 공론화를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육감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조 교육감은 이전의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의 연장선인 ‘일반고 전성시대 2.0’을 통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에 서울교육청이 5년간 10억원, 교육부가 3년간 10억원을 각각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학교당 최대 2000만원까지 강사비를 제공해 학생 수요가 적은 과목도 개설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과목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일반고 교사를 교육과정/진로/진학전문가로 양성한다는 방안도 있었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의 이번 대책으로는 일방적인 자사고폐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낮추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현장의 반발만 키워 ‘고입파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조 교육감은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꼽았다. 그렇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조 교육감 말대로 실제로 일반고가 개선됐다면, 상대적으로 학비가 비싼 자사고를 굳이 찾지 않을 것이라고 학부모들은 얘기한다”며 “조 교육감은 일반고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자사고를 ‘부자학교’ ‘특권학교’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일방적인 자사고폐지 정책에 반발한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교사집단을 ‘적폐’로 몰았다. 일반고 역량을 강화방안을 발표한다면서 정치적 갈등과 혼란만 키운 셈이다. 정작 고입혼란 속에서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사고들의 모집요강까지 돌려보내며 오히려 고입파행을 유발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서울교육청의 무책임한 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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