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특집] 차정민 선임입학사정관 인터뷰

활동내역보다 관심의 계기와 고민의 깊이에 주목

좋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학생들은 가치관이나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실력으로 다져진 학생들일 가능성이 크다. 생각과 고민의 깊이가 남다른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좋은 자기소개서를 쓸 자질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문장력이나 미사여구로 대체될 수 없는 진실의 힘이다. 입학사정관들을 혹할 수 있는 학생들이라면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입학사정관전형의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가장 큰 오해는 반드시 모집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해야 하고, 소위 화려한 스펙이 많은 학생을 입학사정관이 높이 평가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자기소개서는 지금까지 활동했던 것들을 문장에서 낱낱이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 그런 자기소개서는 다른 서류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하여 요약한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서류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이며 호기심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입학사정관들은 알고 싶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열심히 했던 과정과 거기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지금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통해 대학에 입학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내부 동력을 갖추었는지 유추하려는 것이다.

반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보다 훨씬 더 포장하는 자기소개서가 나올 수도 있다. 잘 구성된 자기소개서가 합격의 절대 공식은 아니다. 자신이 뱉은 말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여러 서류를 활용하여, 이후 면접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과대·과장 광고라고 판단되면 자기소개서는 탈락의 지름길이 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심리학과 지원자들을 평가한다고 하자. 고등학교 수준에서 심리학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는 학생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고민의 깊이를 본다. 심리학을 잘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가 되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토대에는 기본적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흔적을 보여주는 관련 교과 내신성적을 비롯한 학업능력도 포함되겠지만, 얼마나 학문적 흥미를 갖추는지 판단하는 것도 입학사정관들의 중요한 몫이다. 고등학교의 과목들이 높은 성적을 쟁취해내야 할 정복대상이라기보다는 흥미를 느끼는 탐구대상이 되는 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들이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들을 자기소개서의 어느 곳에선가 찾고자 하는 것이다.

각종 활동도 마찬가지다. 입학사정관제 대학진학을 목표로 기획한 각종 활동들(특히 교외 활동)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내가 했던 활동 중에 남들과 비교해 어떤 다른 장점을 갖추었는지를 알리는 것이 좋다. 활동에서 내가 고민하고, 만들고, 좌절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얻어내고 느낀 점들. 미묘하지만, 중요한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자기소개서에 적힌 자신만의 생각인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러한 방법으로 그 분야를 이렇게 탐구하였다’ ‘특히 이러한 내용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저러한 방법으로 그런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OO 발표 대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이런 것들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했지만 이런 문제가 있었고 이런 방법을 통해 결실을 냈다!’ ‘이 책은 어떤 점에서 흥미로웠고, 이 부분을 더 살피기 위해 이런 저런 책들을 추가로 찾아 읽었으며, 이런 차이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글쓰기라면 내 생각과 고민의 구체성이 조금 더 드러나지 않을까?

그 외에 자기소개서 글쓰는 데에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1남 2녀 중 장남’ ‘화목한 가정’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글쓰기는 읽는 사람을 하품 나게 한다. 글 읽는 사람에게 나만의 특징을 강렬히 보여줄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이용하라. 어려운 환경을 헤쳐 온 것을 너무 강조하거나 성공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를 자랑하는 글쓰기도 지양하자. 나 자신에 대해서 쓰자. ‘도전정신, 교훈, 인간적 성숙, 모범, 자기주도성’ 등은 입학사정관이 좋아하는 특성이지만, 자신에게 도전정신이 있다는 말을 백 번 쓰는 것보다 도전정신을 가졌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교편향이나 정치적 색채를 너무 드러내는 것도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자기소개서의 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 등 제출서류에서 검증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활동 내용에 점수를 부여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소개서는 반드시 자신이 써야 한다. 기본 골격부터 남의 손을 거친다면, 그 이야기는 이미 자기 것이 아니다. 다른 서류와 비교하여 자기소개서 구성과 문장이 지나치게 우수할 경우에 집중 검증 대상이 된다. 표절도 금물이다. 똑같은 배경을 가진 쌍둥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동아리활동을 수행했던 학생들이라도 활동 내용과 느낀 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점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활동 자체보다는 학생의 참 모습을 들여다보려는 움직임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취지에 맞게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구체적인 글쓰기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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