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현장 ‘교육을 우습게 보는 정치적 독선’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조국 후보 기자간담회 전날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놓고 현장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대통령의 대입개편발언의 의미를 놓고 현장의 엇갈린 해석들이 쏟아진 지 이틀이 지나 청와대의 정무수석이 나서 장기적 제도개선 검토라는 원론적 해명으로 정리한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실제 교육부도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지시에 우왕좌왕을 거듭하면서 후속대책 마련방침을 밝힌 상태였고 언론들은 정시확대 가능성에 대한 전망보도를 쏟아낸 다음이었다. 조국 기자간담회가 마무리된 다음 중장기과제라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돌리는 듯한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은 대입개편지시를 순방길 직전 휴일 오후에 던진 대통령 발언의 시점과 의도 배경까지 모두 의구심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결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 자체가 미리 알고 있던 조 후보의 기자회견 일정을 앞두고 ‘개인이 아닌 제도의 문제’로 밀어붙이려는 대국민/대언론 지원용 엄포였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통령 급작스러운 지시는 배경이나 시점으로 봤을 때 이른바 ‘조국 살리기’에 불과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조 후보의 자녀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입개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대통령의 대입개편지시는 휴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대학 고교 학생 학부모는 날벼락 같았을 것이다. 지내고 보니 다음날 조국후보 기자간담회를 하고 해명도 변명도 아닌 ‘모른다’로 일관해 의혹들만 키운 간담회 이후 정무수석이 나서 대통령의 지시는 중장기과제라고 덮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교육과 입시문제는 조 후보 검증과정과 지난해 2022대입공론화과정에서 봤던 것처럼 학생 학부모 등 수요자뿐 아니라 고교 대학 교육부문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젊은 층과 중장년층까지 첨예한 충돌이 빚어질 만큼 관심이 뜨겁다. 입시가 이틀만의 해프닝거리로 들었다가 놓을 일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모른다고 보지도 않는다. 대입제도 개편이나 자사고평가가 얼마나 첨예했는지 지난해 청와대는 물론 교육부 교육청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다. 이미 이념적 독선으로 지난 2년 동안 교육현장에 많은 갈등을 양산해왔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일을 통해 정치와 무관한 중립적인 교육위원회가 왜 꼭 필요한지 교육현장에 몸소 각인시켰다. 보수 진보를 떠나 교육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현장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대통령의 대입개편발언의 의미에 대한 현장의 엇갈린 해석들이 쏟아진 지 이틀이 지난 후, 청와대의 관계자가 장기적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개편 논란’ 해프닝.. ‘좌우 떠나 교육과 입시를 우습게 만든 대통령’>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입개편 논란이 확산된 지 이틀 만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의 당장 입시변화가 없다는 원론적 해명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지시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면서 전날 조 후보 간담회와 함께 후폭풍의 진원지가 됐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3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입개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중장기적인 차원의 논의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지금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은 아니다. 설혹 어떤 문제를 논의해서 결정해도 2022년 이후에나 적용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교육제도 전반에 있어 지금껏 되지 않고 있는 제도개선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아세안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청와대의 해명 이후 가장 황당한 것은 교육부의 우왕좌왕한 대응방식이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애초 교육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기류가 흘렀다. 대입제도의 재검토에 대해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사전에 교감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22대입개편이 정시30%확대로 결론이 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인 데도 다시 입시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곧바로 대입개편에 대한 논의를 착수하고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3일에는 설명자료까지 배포해 “대통령 지시로 대입제도 검토에 착수한 것이 아니며, 이전부터 이미 부내 토론회를 실시하고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한다”고 밝혔다. 실제 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문 대통령 순방 일정 수행을 마치고 복귀해 대입개편 관련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 수석이 대입개편을 당장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교육부의 행보는 분위기도 모르고 우왕좌왕한 꼴이 됐다.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언론의 관측도 현장혼란을 부추겼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실질적으로 대입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다양한 관측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일각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정시를 50%이상 늘리지는 않더라도 2022대입개편의 30%권고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대입개편의 결과 확정된 정시확대 기조가 초래한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던 이유다. 학종 비중을 낮추는 대신 교과로 더 선발하는 방식으로 수시의 전형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은 물론, 정시학대 대신 ‘수능최저 강화’를 교육부가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까지 있었다.

결국 대통령의 대입개편 발언은 교육이나 입시를 국면전환용이나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휘둘러도 된다고 여기는 독선에서 출발할 게 아니냐는 비판들이 커지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의 여러 주체 가운데서도 대통령의 발언은 무게감이 다르다. 사실상 정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소한 발언 하나까지도 관계기관 등과 충분히 조율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교육부와 별다른 협의 없이 수많은 수요자들이 얽혀 있는 ‘대입제도 개편’을 출국을 앞둔 휴일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현장에서 발언의 의미를 놓고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청와대 수석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중장기적인 계획에 불과했다고 해명한 것은 청와대가 조국의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며 조국기자간담회를 앞둔 지원용 엄포였음을 자인한 게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지난 2년 동안 자사고재지정평가와 대입개편공론화과정을 통해 교육현장은 갈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입시정책은 수요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하고 공교육전체가 따라오게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며 소수의 피해라도 줄이기 위해 신뢰보호를 중시해야 한다. 교육과 입시는 그냥 국면전환용으로 던졌다가 아니면 말고 할 일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좌우를 떠나 교육계의 신뢰는 이번 사태로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입개편, 무책임한 발언’ 좌우에서 쏟아진 비판들>
물론 대통령의 대입개편 검토지시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진보적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문 대통령을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후보자 자녀와 관련된 과거의 입시비리 의혹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재검토를 언급한 것이 성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지시한 대입개편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현장의 반응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도 문 대통령이 대입개편을 꺼내든 배경이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전교조는 2일 대통령이 대입개편을 지시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은 “대입 문제가 조 후보자의 딸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이 지시해 검토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조 후보자 딸의 문제는 10년 전의 일이다. 전문가들의 계속된 논의와 교육계 이해당사자들의 일정한 요구가 반영된 현재의 입시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한 것은 성급하고 경솔하지 않은가라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도 “문 대통령은 수능절대평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여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학종비중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공식적으로 대입정시 비율을 30%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대입제도가 불공정하다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갑작스런 대입개편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입제도가 졸속으로 바뀌어 누더기가 되면 정보력 있고 대처력이 강한 상류층이 유리해진다”며 “일단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 대입 개편방안을 현장에 잘 안착시키면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8000여 명이 소속된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성명을 통해 “조 후보자 자녀가 대입을 치른 것은 이미 10년도 더 된 입학사정관전형 시기의 일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현행 입시제도 개편과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 고위층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엉뚱하게 해석해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입시비리 논란으로 위기에 몰린 조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대입개편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발을 맞추는 정의당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영국(정의) 원내대변인은 “수시와 정시 비중에 대한 미세조정으로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입시는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의 교육혁신의 의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단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지시는 ‘조국 사태’라는 소나기를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바른미래) 대표도 “조 후보자 자녀의 입시 의혹으로 국민 분노가 커진 가운데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문책 없이 대입 제도를 거론한 것은 문제를 크게 잘못 본 것”이라며 "'조국 일병 구하기'가 도를 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파당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제도 탓하는 ‘조국 살리기’.. ‘교육의 정치수단화 우려’>
현실성 낮은 대입개편 지시를 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꺼내든 배경은 자녀의 ‘황제 입시비리’ 논란으로 위기에 몰린 조 후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조 후보 딸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고 본 점은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미 대선공약 차원에서 2022대입개편안을 이뤄냈음에도 10년 전 입시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현 대입의 보완점을 찾겠다고 나선 점 역시 정책의 일관성을 헤치고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대입제도 개편을 시사하며 현장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입시비리’를 제도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교육전문가는 “입시비리나 부정입학은 수험생 교사 교수 등 관계자의 도덕적 판단의 문제다. 제도가 미비했던 것이 입시비리를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현장이나 수능에서 문제유출이나 출제오류가 일어났다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찾아내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상식적이다. 비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내신이나 수능 등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조 후보자의 딸인 조씨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조씨가 어학특기자 지원을 준비하면서 빚어진 논문 제1저자 등재된 사실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다. 이를 수시 제도 자체의 문제로 키우는 것은 수시로 입시를 치른 모든 학생에게 ‘입시비리가 가능했던 자’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과 다름없다. 입시비리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당사자를 ‘제도의 피해자’로 둔갑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극심하게 저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수능비중을 축소하고 학종의 비율을 늘리는 것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시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조 후보자 장관임용을 위해 자신의 공약과 2022대입개편 공론화까지 뒤집으며 여론무마용 카드를 썼다는 비판도 거세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대선공략을 이룬다는 목적 아래, 지난 2년간 대입에서는 정시확대를, 고입에서는 자사고폐지를 각각 밀어붙이면서 대대적으로 입시제도를 개편해왔다. 그런데도 다시 한 번 대입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기 중간에 대입 정책을 다시 한 번 뒤집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조 후보자 사태로 빚어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입제도를 흔든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예측가능한 입시’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자신의 대선공약도 이미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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