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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안중에 없는' 교육당국.. '내년까지 고입파행 방치''해결은 커녕 교육부 교육청 갈등'..'교육청의 고입 관할부터 문제'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9.08.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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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자사고폐지 방식을 놓고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다시 한번 입장차를 보이면서 고입파행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감들은 23일 5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자사고 지정취소의 최종결정을 교육청이 내려야 한다는 강조했지만, 교육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내년에 예정된 재지정평가를 모두 마무리한 이후 하반기 고교체제 개편 논의를 진행할 때 자사고의 지정취소 권한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루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지정취소에 관한 권한 규제 개정은 내년 상반기 재지정 평가 완료 후, 자사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진전된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 고교개편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과 자사고와 관련된 권한 문제를 같이 논의할 경우 자사고폐지 정책을 둘러싼 현장의 대립과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행 법률에 의하면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는 청문을 거친 다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감은 청문을 진행한 후 20일 이내로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 신청을 해야 한다. 교육청들은 청문을 종료한 이후 청문조서 작성해 교육부로 교육부에 지정취소 요청서를 제출한다. 교육부 장관이 50일 안에 동의하면 최종적으로 자사고의 지정취소가 확정된다. 교육감들은 교육부가 최종 동의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교육자치의 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한의 완전한 이양이 어렵다면 교육부 장관의 일방적인 ‘동의’가 아닌 교육감과 ‘협의’를 통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 사이에서부터 자사고폐지를 놓고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고입혼란에 따른 수요자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이 사라졌음에도 교육부나 교육청이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올해 재지정평가로 고입혼란이 극심하다. 입시가 진행되는 도중에 고교유형의 변화가 이뤄진 데다 소송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당장의 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수요자들과는 무관한 자사고폐지의 권한을 두고 대립하는 모습이다. 그에 대한 결론을 내년 재지정평가 이후로 미룬 것은 사실상 현재의 혼란을 반복하겠다는 얘기”라며 “자사고페지 이외엔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구체적 방안 없는 점도 우려된다. 내년 하반기에 재지정평가 결과가 나오고, 자사고 문제를 포함해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이 제기했던 자사고 일괄폐지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도 이 때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입혼란으로 쌓인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과 불만이 쏟아질 전망이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청사진도 없는 고교개편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자사고폐지 방식을 놓고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다시 한번 입장차를 보이면서 고입파행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고교개편에 대한 국민여론 수렴과 자사고와 관련된 권한 문제를 같이 논의할 경우 자사고폐지 정책을 둘러싼 현장의 대립과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입 불확실성 지속.. ‘내년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입시 영향’>
교육부와 교육청이 자사고폐지 정책을 놓고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내년 재지정평가에 따른 고입혼란은 방치된 상황이다. 이미 자사고들이 행정소송에 돌입한 만큼 고입파행이 본격화됐다. 지난 23일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재지정평가로 지정취소가 확정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안산동산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 대부고 해운대고의 10개교는 모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인용여부에 따라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이 미뤄질 수 있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20일 즈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후 2020학년 입학전형 계획을 곧바로 교육청에 제출해 자사고 입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도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만큼 고입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의 30개외고가 모두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자사고 2곳과 대건고 대광고 대성고(대전)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광역자사고 10곳의 평가도 시행된다. 서울지역에서 지난 2015년 평가에서 취소유예를 받은 장훈고와 세화여고가 내년에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문고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의 4개교는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이유로 올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군산중앙고와 경문고는 교육부 동의까지 받았다. 전국의 7개국제고 가운데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부산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청심국제고 등 6개교의 재지정여부도 결정된다.

결국 올해 재지정평가에 따른 입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내년에 더 많은 특목고와 자사고들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학교의 지원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까지 상산고의 지정취소 요청을 교육부가 부동의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자사고들이 제기했던 법정다툼이 교육당국간 대립으로까지 번지면서 고입파행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들이 소송으로 대응할 것은 이미 예견됐다. 심지어 같은 교육당국인 전북교육청마저 교육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입시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한 수요자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입혼란 주도’ 교육청.. ‘신뢰 상실’ 제멋대로 평가기준>
고입혼란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교육청들이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완전히 확보할 경우 입시파행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미 올해 전국의 42개자사고 가운데 24곳에 대한 재지정평가를 각 시/도교육청들이 시행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평가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정취소 커트라인은 물론 각 평가지표의 세부기준까지 달라지면서 평가의 형평성과 일관성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고교유형도 포함된 만큼 관할 지역의 한계가 있는 교육청이 고입정책에 개입하는 것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청들이 자사고폐지를 위해 공정성을 잃은 평가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수를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정하며 논란을 부채질했다. 실제로 79.61점이었던 상산고는 탈락하고, 78.2점을 받은 김천고가 재지정되기도 했다. 민사고 관계자는 “교육청들은 항목과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평가를 강행했다”며 “이전 평가에서 통과한 결과를 통해 지금까지의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해 학교운영의 방침을 정해왔는데 뒤늦게 기준점수와 평가지표를 변경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막판에 몰아서 재지정평가의 평가기준을 일방적으로 강화한 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과고나 혁신학교보다도 자사고의 재지정평가가 엄격하게 시행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평가지표가 교육청마다 달라지면서 재지정평가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도 매우 높다. 특히 교육정 재량지표가 향후 법정공방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배점이 10점에서 12점으로 늘어났지만 지역마다 세부기준이 같지 않아 자사고들의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하태경(바른미래) 의원실에서 교육청 4곳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 등 지적사례’에 근거한 감점방식은 교육청마다 제각각이었다. 같은 ‘주의’ 처분에 대해서도 감점되는 점수가 0.5점, 1점 등으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한 교육청은 기준이 주의 -1점, 경고/기관주의 -2점, 경징계 요구 -4점, 중징계 요구 –5점으로 타 교육청에 비해 엄격했다. 실제로 평가대상이었던 해당 지역 자사고는 교육청 재량지표에서 점수가 크게 깎이며 지정취소로 결정됐다.

고입을 교육청이 관할하는 것 자체가 지역간 엇박자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유형 가운데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학교들이 있음에도 소재한 지역에 따라 전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실제로 고입에선 매년 같은 학교유형이더라도 지역마다 전형방법과 일정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각각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타 지역 고교로 지원할 시 전형기간이 달라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미리 확인해야 하는 셈”이라며 “전국모집인 고교들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입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교육청의 결정이 혼란과 더불어 수요자들의 학교선택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실제로 올해 고입에서 빚어진 극심한 혼란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교육감들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될 경우 고입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교육 강화 방안’ 없는 교육부.. ‘청사진 없는 고교개편’>
교육부의 입장이 변화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입혼란으로 수요자 피해가 커지고 있음에도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사고폐지 이후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마련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수월성교육을 담당해왔던 특목고와 자사고를 무턱대고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면 공교육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선 고교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사교육과 해외유학으로의 ‘풍선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은 향후 고교체제의 개편에 대해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가교육회의의 논의를 진행해 결정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교육부가 여론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7월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발표한 이후 교육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는 ‘고입 동시실시’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였다.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렇지만 자사고 관계자들이 헌법소원까지 재기하면서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는 위헌으로 결정났다. 고입동시실시 역시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관들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가 부족해 합헌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첫 순서인 입시제도 개선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후 2단계로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제공한다. 교육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3단계에 돌입한다. 대국민 의견을 수렴해 본격적인 교육체제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고교체제를 어떻게 개편할지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편향적 인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자사고폐지부터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애초부터 고교체제 개편과 일반고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한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수학생들을 ‘싹쓸이’해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원인을 들어도 아직까지 일반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밝히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부가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판단하면 수요자들은 사교육과 같은 대안을 택할 것이다. 정시확대기조인 대입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사교육 영향력이 막강한 교육특구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다. 국내 교육여건에 대한 불신으로 우수학생들은 이른 시기부터 해외유학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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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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