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평가요소 활용학교 활용학생 달라'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장녀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학종축소논란으로 번질 조짐이 일고 있다. 문제는 조씨가 2010학년 선택했던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닌, 특기자전형이라는 점이다. 대학 현장에서는 사정관제 도입 초기 주로 운영됐던 특기자전형의 문제점이 10년이 지난 시점에 드러난 게 조씨 입시비리의 핵심인데 같은 수시라고 학종으로 불똥이 튀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조씨의 황제 입시비리의 본질은 특기자전형의 초기문제점을 모두 담고 있다. 사정관들이 참여해 심사하는 동일한 사정관제이긴 하지만 특기자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종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약점들을 보완하며 진화해왔다. 조씨의 경우만 해도 현재 학종으로는 서울대는 물론 대부분 대학에서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그 증거다. 조씨의 대학 진학 통로였던 어학특기자는 당시만 해도 인문 자연계열 전체로 문호를 열어놓고 교외 스펙을 붙일 수 있었다. 지금은 수학과학 특기자 조차 축소되는 상황이고 어학특기자는 상위대학에서 문호가 거의 닫혔다고 볼수 있다. 특기자의 문제점으로 학종 축소를 얘기하는 상황은 너무 무지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장녀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학종을 ‘금수저전형’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조씨가 2010학년 선택했던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은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닌, 특기자전형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특기자.. 평가요소 활용학교 활용학생은 극 과 극>
학종과 특기자 전형은 ‘입학사정관’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입학사정관제라고 볼수 있지만 평가방식은 전혀 다르다. 2007년 미국에서 들여온 '입학사정관제'는 초기 미국 대입에서 이뤄지는 사정관제 즉 현재 특기자전형의 모습을 띠고 시작했다. 특기자전형은 대외활동 기재가 가능한 ‘에세이(자소서)’ 평가를 중요시하는 '미국식 입학사정관제' 전형방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얘기다. 개인의 경험과 이력이 중요한 만큼 학교 내외를 망라하고 스펙을 쌓을 수 있고 증빙 서류로 에세이의 내용을 보완한다. 학종은 애초 특기자전형이 대외활동 활용에서 유발했던 사교육 성행과 소득격차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반성으로 태동한 만큼 철저히 학생부를 중심으로 교내활동만 평가하는 점이 다르다.  결국 학종은 학생부를 제1평가서류로 삼고 특기자는 자기소개서를 제1평가서류로 삼는 평가의 출발점이 다른 셈이다. 특기자전형 평가는 개인의 자소서를 중심으로 액티비티와 실적을 증빙서류로 보완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반면 학종은 교사의 관찰과 판단이라는 제3자가 기술한 학생부를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별도의 증빙서류 없이 학생부에서 미진한 부분을 자소서와 추천서로 보완할 뿐이다. 

학종은 2013학년 서울대 수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전형을 2012학년까지 '특기자전형'으로 운영했으나 2013학년부터 '일반전형'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7월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토대로 서류평가에서 대외활동내용을 제외하고 학생부에 교사가 기록할 수 있는 교내활동과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교과활동으로 '평가영역'을 재정돈한 것이다. 이전의 '특기자전형'이 특목/영재 출신에게 문호가 넓었고 베일에 가린 '면접및구술고사'가 일반고 출신의 접근이 힘들만큼 어려웠다는 평가를 토대로 서울대가 '일반고/공교육살리기'를 향해 태세전환을 한 것이 학종의 시작이인 셈이다.   

실제 학종 도입 이전인 2012학년 서울대가 요구했던 '특기자전형'의 제출서류양식을 살펴보면 초기의 사정관제 즉 현재의 특기자전형과 유사한 틀을 확인할 수 있다. 자소서에는 교내외활동을 5개나 기재할 수 있었고 연구활동(논문 등)이나 작품출판 실적물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방법 등도 안내돼 있다. 현재 학종이 금지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던 셈이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이전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모델로 만들어졌던 '특기자전형'은 비교과 영역에 큰 가중치를 두면서 고교별로 차등이 생기는 문제점이 부각됐다. 현재 서울대 학종은 고교별 차등이 없고 학생부교과를 평가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학종은 이제 미국식 입학사정관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라고 설명했다. 

2013학년 서울대가 현 학종의 모습을 갖춰내기 전까진 대다수 대학이 '특기자전형' 또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운영하며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조씨와 같이 정시와 내신관리에 자신없는 유학파 외고학생들이 외국대학 입학 준비하며 국내 상위대학에도 함께 지원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됐다. 현재 초기 입학사정관제의 모습을 유지해온 전형은 특기자전형이다. 사교육 심화와 공교육 폐해 유발의 원인으로 대폭 축소돼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다.

실제 2010학년 조씨가 활용한 특기자전형인 ‘세계선도인재전형’도 대표적 ‘외고 특별전형’이라 불릴 만큼 당시 현장에선 악명이 높았다. 만점에 가까운 어학성적 또는 당시 국내에서는 외고에서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던 AP(Advanced Placement)성적 등이 있어야 지원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연계열로도 선발했던 만큼 조씨의 사례처럼 외고 학생들이 이공계나 의전원 진학의 수단으로까지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자소서를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식으로 전형이 이뤄졌기 때문에 외고 내에서도 각종 경시대회 수상이나 연구실적 등 자소서에 기재할 수 있는 교외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를 돕는 사교육이 성행한 것은 물론이다. 실제 2010학년 고대 모집요강에도 학업 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상장, 증명서 등 기타 서류도 제출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조씨의 사례가 증명해주듯, 특기자전형은 소득분위에 따른 불공정 논란과 사교육 심화, 공교육 황폐화 등의 이유로 2014학년 교육부가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전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 사업을 개시하면서 축소가 권장돼 왔다. 조씨가 대입을 치렀던 2010학년 전국4년제대학 기준 정원내 7167명(3.6%)였던 특기자 선발 인원은 지난해 대입에서는 5301명(2.2%)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상위대학으로 한정하면 축소폭은 더 커진다. 올해 발표된 2021학년 전형계획에 따르면 상위16개대학으로 한정할 경우 특기자 선발인원은 543명으로 1.1%까지 축소된다. 2010학년 고려대 한 개 대학의 특기자전형 모집인원 425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씨가 활용했던 세계선도인재전형도 2013학년 고대의 반성적 성찰로 인해 자취를 감췄으며, 고대는 최근까지도 특기자전형을 축소하는 변혁을 지속해왔다.

<'한국형 학종' 맹점 해결위한 노력 지속.. 지방수험생 합격률 증가>
학종은 초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한 대입전형인 만큼, 전형이 가진 맹점을 해결하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2014학년 학생부 상 개별참여 대학체험프로그램 기재금지, 2015학년 학생부 상 논문기재금지, 공인어학성적/수학 과학 외국어 교외수상실적 기재시 서류점수 0점(또는 불합격) 처리, 2017학년 학생부 상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암시 기재 금지, 2019학년 자소서에 학생부상 기재할 수 없는 논문/학회지 등재나 도서출간/발명특허/해외활동실적/교외인증시험성적 작성불가 등처럼 교육부와 대학은 전형과정에서 현장에서 불이익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향으로 학종을 발전시켜왔다. 실제 학종 도입 이후 고교현장도 변화했다. 학생부를 통한 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이 학교수업과 교내활동에 집중하는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쌓아올린 학업능력이 폭넓게 평가되고 교내에서 일궈낸 활동들이 학생부를 통해 대입에서 반영되는 만큼, 기존에 문제풀이 위주로 수능준비에만 열중하던 고교현장이 자기주도적인 활동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고교들 역시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하고 학생참여형 수업과 평가 다양화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특기자전형처럼 대외활동에 대한 투자도 필요없는 만큼, 소득군이 낮은 그룹의 학생과 지방 수험생들이 학종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상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대입전문가는 "학종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평가한다. 고교별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 참여횟수가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다. 즉 이미 정해진 고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현황이나 교육 활동의 규모/시행 여건이 학생의 우수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되지 못한다. 학종의 인재상은 자신이 처한 교육적 환경과 여건을 잘 이해하고 이를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함양한 학생"이라며 "평가시 가장 우선시되는 학업능력의 우수성은 학생부의 다양한 활동지표 보다는 고교의 대표적인 교육 활동인 수업을 통해 드러난다. 학생이 대학에서 수행할 공부를 위해 자신이 배우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 역량을 쌓아왔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학종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교내수상과 봉사활동 시간의 양, 체험활동 횟수,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 등이 마치 학종의 주된 평가 지표인 것처럼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편견은 학교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이를 통한 학생의 교육적 성장이 학종의 핵심적인 평가 요소임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시대비 체제를 잘 갖춘 특목고와 명문고라 불리는 일반고교가 아닌, 대다수 일반고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종을 위해 교육과정이나 수업다양화를 시행하는 것이 대입준비에 불이익을 미치진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교육이 ‘수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불안해한다. 실제 지방고교의 한 교사는 1~2학년 때는 열심히 참여형 수업이나 토론수업을 하더라도 고3이 되면 모두 수능수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며, 다양한 선택교과를 설치해도 소수의 선택으로 내신등급에 불이익이 생기거나 수능과목이 아니어서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투명한 정보공개에도 이러한 학종에 평가체제에 대한 오해와 불안이 최근에는 수능위주 전형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대입전형으로 인해 수요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러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 자체가 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입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닿게 해 현재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과거 획일화되고 단순했던 방법이 이해하기 쉽고,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시확대가 가져오는 여러 부작용을 생각하면 이런 여론의 방향이 결코 올바르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교육전문가들은 수능은 사교육 유발효과가 크고, 부모의 경제력/사회적 지위 등 배경에 영향을 다른 전형보다 많이 받는다는 결과가 수없이 증명돼 왔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만약 고교/대학 관계자들은 물론, 교육전문가들은 고교의 교육과정 내용과 그 기록으로 학생부를 평가하는 ‘학종전형’이 현시점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보여진다면 이후 운영과정에서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덜 부담을 느끼도록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면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일이지 새로운 제도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이미 시효가 만료된 과거 제도를 그리워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경험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세대가 학력고사나 수능을 치를 때와는 이미 시대와 상황이 너무 변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수능 줄세우기식 공정성에 대한 환상.. 정량평가 대안 안돼>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측의 근거처럼 수능은 국가가 출제와 채점, 시행과 관리의 일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높은 전형이다. 특별한 전형대비 없이 기출문제 풀이 등의 학습을 통해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동아줄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시는 획일적인 선발방식과 지나친 점수경쟁, 학생 줄세우기를 통한 서열화 논란 등 문제점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가에서 제공한 수능점수를 통해 일괄적 선발을 할 수밖에 없어 대학의 특색이나 수험생의 전공적합성, 진로에 대한 확고한 꿈 등이 무시되는 천편일률적인 전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내신 등 학생부가 미미하게 반영돼 고교현장이 황폐화되고, 단편적 지식암기 위주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뒤따랐다.

수능위주 정시확대의 목소리에는 등수나 점수로 수험생의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이 기반한다. 수험생의 개별적 특성을 무시한 채, 일괄적 시험을 통해 석차를 나누는 방식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견해다. 대입전형이 교육정책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적 화두로 자리잡은 한국 교육현실에서 수능위주 정시가 그나마 군소리 없는 전형으로 인식된 데서 나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수능이 공정하다는 믿음은 어떤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없이 수험생이 취득한 점수가 곧 실력이라는 입장을 기반으로 한다. 고교 3년의 교육과정이 수능점수를 높이기 위한 시기로 절하되고, 단 한 번의 시험에 국가 전체가 매달리는 비정상적 상황도 공정성과 객관성의 환상 아래 희석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수시가 축소되고 정시위주전형으로 입시가 회귀하면, 가장 쾌재를 부를 집단은 사교육업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과거부터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두고 끊임없는 문제풀이식 교육을 통해 입시성과를 냈던 사교육업체들은 현재도 정시로 수험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지속해오고 있다. 문제는 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을 수록 정시의 합격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동아줄이었던 정시가 이제는 고액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수험생들은 넘보기 조차 어려운 전형이 됐다는 분석이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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