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와 맞물린 역효과'..'부담 가중' 간접연계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22수능부터 EBS 연계율이 70%에서 50%로 줄어들고, 과목특성에 따라 간접연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고1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시확대가 확실한 상황인 만큼 수능에서 EBS의 영향력이 축소될 경우 사교육 쏠림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간접연계 방식은 그동안 EBS연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입장의 주요 논거인 ‘사교육비 절감’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BS 이외의 교재에서 출제되는 문항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학생들이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비판여론을 피하기 위해 어중간한 연계율을 확정하는 바람에 사교육 억제는 물론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정시확대와 함께 EBS연계가 애매한 수준에서 유지된 상황이 ‘교육 양극화’ 해소에 앞장섰던 학종 중심 수시체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은 학생부 자소서 면접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대학들도 상당기간 전형을 운영해오면서 사교육을 통해 준비한 학생들의 획일화된 유형을 구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상황이다. 소득군이 낮은 그룹이거나 지방소재 학교 출신의 학생들도 충분히 대입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라며 “반면 수능은 현재 국내의 교육여건에서 고액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수험생들은 넘보기 힘든 시험이다. 부유한 계층의 학생들이 의대입시와 상위권 대학 정시를 노리고 수능에 ‘올인’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서울대 등 상위대 정시와 의대 정시는 교육특구가 독식한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학종을 위축시키는 정책방향은 교육양극화를 방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2022수능부터 EBS 연계율이 70%에서 50%로 줄어들고, 과목특성에 따라 간접연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고1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시확대가 확실한 상황인 만큼 수능에서 EBS의 영향력이 축소될 경우 사교육 쏠림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땜질 처방’ 연계율 50% 축소.. ‘정시확대로 사교육 심화’>
현장에선 70%였던 EBS 연계율을 50%로 낮추는 변화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교육부가 ‘정시확대’로 대입기조를 바꾼 만큼 소폭이지만 축소된 EBS 연계율이 수능에 대한 압박감을 키워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학교 관계자는 “EBS연계 폐지라는 과감한 정책으로 인한 비난도 피하면서 현장교사들의 수업파행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어 50%라는 숫자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향후 정시가 확대되기 때문에 고교현장에선 EBS교재 문제풀이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당국이 연계율을 70%에서 50%로 낮췄다고 고교 수업파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한다면 무책임한 태도”라고 전했다. 

여전히 50% 수준으로 유지된 EBS 연계율이 수험생의 입장에선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교 수업이 EBS문제풀이 시간으로 변질되는 파행적 수업운영을 개선하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EBS 연계율이 축소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EBS교재, 학교 내신교재를 병행해 공부해야 한다”며 “수학, 영어 영역 등에서도 EBS 연계율이 낮은 변형된 문제들까지 좀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평가원, 교육청 등이 주관하는 각종 모의고사 등을 통해 응용된 형태의 문제들에 대한 실전학습도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시확대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교육부는 현재 2022학년까지 각 대학이 정시30%를 넘기도록 권고했다. 올해 정시비중이 30%를 넘지 않는 대학도 2021학년을 거쳐 점진적으로 정시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교육부가 대학들이 정시 비율 산정 시 정원내외 전형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시확대의 영향력은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은 총 모집정원에서 재외국민이나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실기 등 수능을 보지 않는 전형까지 포함해 정시비율 30%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정시확대가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도 연계될 예정인 만큼 2022학년 대학들이 ‘알아서’ 교육부의 요구인 30%선보다 더 선발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수시이월 인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정시인원이 50%까지 이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시확대와 EBS 연계율 축소가 사교육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EBS 연계율이 낮아지는 상황은 결국 수험생들에게 정시 대비를 위해 보다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실제로 2022대입개편과 2017학년부터 지속된 ‘불수능’의 영향으로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대학들에 대한 교육부 박춘란 전 차관의 '정시확대' 요구를 시작으로 교육당국은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부터 대입제도 확정까지 수요자들에게 정시를 확대한다는 일관된 신호를 보냈다. EBS 연계율 축소도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로 비춰질 전망이다. 앞으로도 수능을 대비한 사교육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혼란가중’ 간접연계 확대.. ‘사교육 확대로 이어져’>
간접연계가 수능 대비를 위한 학생들의 학습량 자체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부는 연계율 50%축소와 함께 간접연계 확대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간접연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간접연계가 사실상 연계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간접연계는 EBS연계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해 출제하는 것을 말한다. 간접연계 문항 수가 늘어날수록 실제 수험생들의 연계 체감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났다고 판단한 수험생들이 학원이나 고액과외 등 사교육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2022수능부터는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EBS에 출제된 제시문의 주제나 소재에만 일치하면 얼마든지 다른 교재의 문항도 출제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EBS 이외의 교재들도 출제영역에 포함되는 만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학습량이 오히려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건국대 황종배 영어교육과 교수는 “교육부가 연계율 축소와 함께 과목별 특성에 맞춰 간접연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지만 간접연계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며 “EBS교재의 지문과 주제나 소재, 요지가 유사하기만 하면 다른 교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게 간접연계다. 간접연계가 연계라면 연계율100%도 가능하다. 마치 수험생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냥 연계율을 낮추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 간접연계가 EBS교재에 나온 영어 지문을 그대로 활용해 70%를 연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간접연계 방식으로 늘어난 학습부담이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EBS 연계율과 상관없이 수능에 대한 수험생들의 예측가능성이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험을 대비해 학습해야할 내용이 늘어난 상황인 데다 입시의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2학년부터 수능의 EBS 연계율이 기존 70%에서 50%로 축소되고, 과목 특성에 따라 간접연계로 전환된다. 이는 다른 교재 구입, 학원 수강 증가 등에 따른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학종 위축 불가피.. ‘교육 양극화 심화 우려’>
EBS연계가 수시 대표전형으로 자리 잡은 학종의 고교현장 정착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종은 지역별 학교별 교육환경을 고려해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을 정성평가하는 전형이다. 대입에서 학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교현장에서도 과목마다 다양한 교육활동이나 참여형 수업이 확산되는 선순환이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지만EBS연계가 유지되는 한 동일한 교재로 공부하는 획일적 문제풀이 수업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수능에 맞춘 사교육들이 다시 살아나면서 ‘교육 양극화’까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수능 대비를 위한 문제풀이 중심 수업으로 학교가 회귀하면 다시 ‘잠자는 교실’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우려다.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교사의 일방적인 문제풀이만 반복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풀이중심의 반복학습이 주가 되면 공교육 현장은 황폐화하고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 대비를 위해선 문제풀이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돼있다. 학생들도 족집게 문제풀이, 요점정리 등 사교육자료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학교생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엎드려 자고 학원가서 공부하는 상황 자체가 ‘공교육 황폐화’다. 정시확대가 이미 예고된 만큼 수요자들은 미리 사교육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학종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일부의 오해도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의하면 학종을 사교육의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목적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학교수업의 보충을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일반교과의 사교육 수강 목적은 ‘학교수업보충/심화’가 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행학습 21.3%, 진학준비 17.5%, 불안심리 4.7%, 기타 2.4% 순이었다.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반면 2018년 처음 사교육비 조사에 포함된 진로/진학 학습상담 전체 참여율은 3.6%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평균 상담 횟수도 2.6회에 불과했다. 학종으로 인해 사교육이 확대됐다는 주장의 근거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BS연계로 학종의 확대가 어려워질 경우 교육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힘을 받는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종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일반고 교사들에게서 더욱 환영받고 있다. 학생부를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과도 가시적이다. 학종이 수시의 대표전형으로 자리잡으면서 소득군이 낮은 계층에 속한 학생과 지방 수험생들도 특기적성의 강점을 살려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EBS연계가 유지될 경우 학종의 정착이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이 무기력해지고 취약계층은 다시 대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 지속’ EBS연계.. ‘합헌’ 결정에도 공방 여전>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EBS연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EBS연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EBS연계로 농어촌과 도서벽지 등 취약지역에서도 수능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BS연계가 완전히 폐지된다면 EBS교재 외 다른 문제집까지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EBS연계정책은 2004년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2011학년 수능부터 연계율을 70%로 확대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해왔다. 간접연계는 2016학년 수능 영어영역부터 도입됐다. 간접연계란 EBS연계교재의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해 출제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높은 연계율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2017년 6월 수험생 교사 학부모 등 5인은 헌재에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단은 “다양한 교재를 이용한 창의적 학습 기회를 박탈하고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교육부 수능 시행계획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보장 등을 침해한다”고 헌법 소원의 이유를 밝혔다. 2010년 교육부와 EBS가 맺은 양해각서에 불과한 수능 EBS연계가 정부정책처럼 매년 수능에 반영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헌재는 EBS연계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 헌재는 “EBS교재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재판권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청구인단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제기한 수능 시행계획은 수능을 EBS교재와 연계하겠다는 것일 뿐 다른 학습방법이나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헌재는 “EBS는 지상파 방송국으로 TV를 보유한 가정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다”면서 “사교육 과열을 어느 정도 진정하는 효과가 있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연계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고교 교육과정 파행 외에도 출제오류 문제가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2017년 국정감사 당시 강효상(자유한국) 의원이 E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EBS 연계 교재 오류는 총 882건이었다. 2017년에는 6월까지 133건의 오류가 발생, 5년6개월 동안 1000건이 넘는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2월 실시한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EBS연계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제기됐다. 발제자로 나선 안성환 서울대진고 교사는 EBS 교재 내용 자체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행학습 금지법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안 교사는 “단지 연계 교재에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가 서슴없이 수능에 출제된다”면서 “EBS 영어 교재는 교육과정 기준에 따른 교과서 체계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비슷한 시기 열렸던 2021수능 공청회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제기됐다. 영어 영역 토론자로 참석한 황종배 건국대 교수는 “영어과의 가장 큰 문제는 EBS 연계 교재 간 괴리다. EBS 교재는 교육과정과 달리 시험용으로 만들어진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룬 지문이 많다. 물론 교육과정 범위 내에 있는 단어들로 이뤄졌지만 영어Ⅰ,Ⅱ 과목과는 확실한 수준 차이가 있다”면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EBS 연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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