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건재’ vs 광역단위 ‘줄소송’.. 고입 ‘양극화와 파행’ 불가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광역단위 자사고 14개교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모두 지위를 유지한다. 교육부가 2일 서울과 부산의 10개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요청을 동의하면서 올해 재지정평가 일정이 마무리됐다. 최종적으로 평가대상인 24개자사고 가운데 10곳이 재지정평가를 통해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된다. 내년에 평가가 예정된 4개교도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다. 총 14개광역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42개교였던 전국의 자사고 수는 28곳까지 크게 줄어든다.

재지정평가를 올해 실시했던 전국단위 자사고 8개교는 모두 지정취소를 면했다.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 7곳은 지정취소 기준점인 70점을 넘겼다. 지정취소 커트라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점 높은 80점이었던 상산고는 재지정평가 결과 79.61점을 받아 탈락했지만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재량권 남용을 인정해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전국자사고들은 8곳 모두 2025학년까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사정이 다르다. 올해 평가대상인 16곳 가운데 10곳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안산동산고에 이어 2일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까지 교육부가 지정취소 요청에 동의했다. 학생충원의 어려움과 재정문제로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광역자사고도 군산중앙고 경문고 경일여고 남성고 등 4개교다. 올해 32개교 체제였던 광역자사고는 18곳까지 축소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재지정이 불발된 자사고들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고입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교육청까지 상산고에 대한 교육부의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법정소송이 난무하면서 고입파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만큼 전문가들은 입시혼란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광역단위 자사고 14개교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반면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모두 지위를 유지한다. 교육부가 2일 서울과 부산의 10개자사고에 대한 일반고 전환을 동의하면서 올해 재지정평가 일정이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재지정이 불발된 자사고들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고입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부산 자사고 지정취소.. ‘10개자사고 일반고 전환’>
교육부가 서울 9개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고 2일 밝혔다.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울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 절차와 내용이 적법했다고 판단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과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해운대고 등 9개교의 지정취소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충원 미달과 교육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취소를 신청한 경문고도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다.

지정취소를 동의한 배경으로 교육부는 재지정평가 결과가 적법한 절차와 내용을 통해 진행됐다는 점을 들었다. 박 차관은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교육부는 평가 내용과 절차 등이 법령에 위배되거나 부당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공정하고 엄정하게 동의여부를 검토했다”며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의 기존 재학생은 자사고 학생 신분과 입학 당시 계획된 교육과정 등을 그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에 3년간 10억원을 투입하는 등 시도교육청과 함께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으로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더욱 내실 있는 학습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서울 자사고들이 제기했던 평가절차가 불공정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차관은 “서울 자사고측은 평가계획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아 학교가 평가지표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상 위법사항이 없었다. 대부분의 지표가 2014년 평가지표와 유사하고 자사고 지정요건과 관련된 사항으로 여겨져 학교들도 충분이 예측 가능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평가내용과 관련해선 서울교육청이 재량으로 설정한 ‘학교폭력예방 근절 노력’ ‘학교업무 정상화/참여 소통협력의 학교문화 조성’ 등의 지표를 중점 검토했다. 그렇지만 평가기준 설정 등의 권한은 시도교육감에 있고, 해당 지표들은 2015년부터 서울교육청의 관할 고교에 배포한 학교 자체 평가지표에 기반하고 있어 현장에서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해운대고 관계자들이 제기했던 법률불소급 윈칙 위반 사실이나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반론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견된 결과’ 교육부 동의.. ‘자사고 확대 부정적 인식’>
심의대상이였던 10개자사고의 전원 지정취소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가 상산고에 대한 지정취소 요청을 부동의하는 과정에서도 위법한 부분을 사회통합대상자 선발비율 지표만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자립형사립고로 시작된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에게만 적용 가능한 협소한 내용에 대해서만 위법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 외의 기준점수의 일방적인 상향과 재지정평가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실제로 안산동산고의 경우 경기교육청이 표준안을 토대로 재지정평가를 진행해 절차적으로 적법했다고 교육부가 판단하면서 지정취소가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서울교육청과 부산교육청에 대해서도 절차가 적법했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동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지난 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던 자사고들을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다시 탈락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상산고와 달리 교육부가 여론의 반발이 덜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준점수 70점에 미달한 8개자사고 가운데 한대부고를 제외한 7개교는 2014년 시행했던 지난 1기 평가에서도 지정취소와 취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5곳은 지정취소, 숭문고와 신일고 등 2곳은 취소유예로 결정됐었다.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 역시 지난 2015년 취소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해운대고도 재지정평가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법인문제와 학생충원의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상산고의 경우와 달리 교육부가 동의해도 부담이 적었던 상황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지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자사고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부분도 10개교 모두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던 대목이다. 실제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자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가 심화됐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에 특히 자사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발언도 있었다. 7월15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 서울에는 전체 자사고 중 약 52.4%가 편중됐다. 일반고 대비 자사고 비율도 11.6%로 전국평균인 2.8%를 크게 넘긴 전국 최상위”라며 “서울 등 일부지역은 자사고 지나치가 많아 과잉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고 교육에 지장을 주면서 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교육기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사고폐지 후폭풍’ 법정공방.. ‘전북교육청까지 가세’>
재지정평가를 통해 지위를 잃게 된 자사고들이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진해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경문고를 제외한 9개고교는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관계자들도 행정소송,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감사원 감사청구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특히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3년에서 4년가량 학교들이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법적 대응을 예고한 안산동산고는 물론 전북교육청까지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해 교육부가 부동의한 것을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을 밝혔다. 자사고들뿐 아니라 교육당국 사이에서도 법정다툼이 빚어지면서 고입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8개자사고는 이미 청문 과정에서부터 법적 대응을 준비해왔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청문이 형식적 절차라는 걸 알고 있다. 청문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서 일부러 학부모들도 오지 않게 했다”며 “이미 학교들이 소송 절차를 준비 중이고 법적 대응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고의 김종필 교장도 “청문은 요식행위라고 생각한다.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법적 절차 밟을 것”이라고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자사고들이 향후 있을 소송에 대비해 행정절차를 모두 이행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청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전북교육청까지 교육부와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을 전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상산고의 지정취소에 대한 부동의 결정을 내렸던 당일에도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었다. 당시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와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개혁이란 말을 담지 않길 바란다. 부동의 결정으로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파트너를 잃은 것이다. 향후 법적대응에 대해선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자사고뿐 아니라 교육청까지 법정다툼에 가세하면서 향후 고입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입혼란 지속’ 내년 재지정평가.. ‘국제고 외고 자사고 48개교 주목’>
내년에도 재지정평가가 이어지는 만큼 올해와 같은 입시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평가대상인 학교의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고교유형도 다양해진다.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과고 자사고 국제고 외고는 물론 체육고나 특성화중까지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형태의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수요자들이 모두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자사고 가운데선 내년 재지정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은 평가가 실시될 학교 가운데서도 자사고 국제고 외고 등 48개교의 재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견된다.

내년에는 전국의 30개외고 모두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자사고 2곳과 대건고 대광고 대성고(대전)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등 광역자사고 10곳의 평가도 시행된다. 서울지역에서 지난 2015년 평가에서 취소유예를 받은 장훈고와 세화여고가 지정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경문고 경일여고 군산중앙고 남성고의 4개교는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이유로 올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군산중앙고와 경문고는 교육부 동의까지 받았다. 전국의 7개국제고 가운데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부산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 청심국제고 등 6개교의 재지정여부도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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